현재 20대 중반
초중고 내내 다른 과목은 몰라도 국어는 항상 백점이었음
독후감상문 백일장 이런 거 나가면 죄다 1등이고 도서관에서 책 가장 많이 빌려읽은 사람도 늘 나였고 학부모 상담마다 선생님들은 내 글재주가 좋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음
부끄럽지만 2차 창작으로 웹소설 사이트에 글도 몇 개 올려봄
회차 갱신할 때마다 투베 1, 2등 먹고 조회수 잭팟터짐
비슷한 계열의 오타쿠 상황문답 블로그ㅋㅋ도 운영했었는데 반응 좋았음
근데 고2 올라갈 때 엄마가 강경하게 이과 고집함 (그때만 해도 문과 이과 고를 수 있었음)
교무실 뒤집어짐
담임선생님도 옆반선생님도 심지어는 인사만 했을 뿐 날 가르치지 않았던 다른 학년 선생님도 나만 보면 부모님을 잘 설득시켜봐라, 아무리 생각해도 네 재능이 아깝다고 함
당연히 엄마도 학교에 그런 얘기가 도는 걸 알았지만 글은 나중에 쓰면 그만이고 문과 가면 굶어죽는다고 하면서 절대 뜻을 굽히지 않았음
결국 2~3학년 내내 성적 수직하락하고 문제아로 찍혀서 겉돌다가 생각에도 없던 지방대 간호학과 감
학부 때는 고등학생 때랑 비교도 안되게 꼴통이었고 심지어 최근에 adhd 진단도 받았고 지금도 간호사 일은 잘 적응 못함... ㅎㅎ
그러다가 최근에 엄마가 너 왜 요즘은 글 안쓰냐고 물어봐서 갑자기 현타오더라
중학생 고등학생 때 쓴 글 거의 다 버렸는데 몇 개 흔적 남은 거 읽어보면 어떻게 저런 글을 썼나 싶을 정도로 문체나 구성이 화려하고 어휘가 다채로움
근데 지금은 쓰라고 멍석 깔아줘도 못쓰겠어서 슬프다
글따위는 취미로도 얼마든지 쓸 수 있는 거라며 멀쩡한 핸드폰도 없애버리고 혹시라도 내가 뭐라도 끄적일까 봐 전전긍긍하면서 내내 감시하고 못마땅해하고 정신과 가고싶다고 빌었을 때는 어디서 이상한 것만 배워와서 자기 미치는 꼴 보고싶냐고 윽박질렀으면서
그러고도 글 요새 왜 안쓰냐고 하면... ㅋㅋ 글 안쓰는 게 아니에요 못쓰는 거지

인스티즈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