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를 시작한 지 어느덧 8개월이 훌쩍 넘었음. 한 번도 이렇게 오래 붙어있어본 적이 없어서 평소에 몰랐던 나쁜 습관이라던가, 절대로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까지도 다 보여주게 되는 굉장히 안 좋은 점이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냥저냥 편해져가고 있는 거 같았음. 이래서 사람들이 결혼하기 전에 동거하는구나 하고 알게 됨.
사실 영민이 프로포즈 아닌 프로포즈를 하고 하루 시작과 끝을 같이 지내니 그냥 연애만 했을 때랑은 차원이 달랐음. 그만큼 싸우는 것도 훨씬 많아지긴 했지만...
"영민아."
"응?"
"냉장고에 있던 감자랑 오이 못 봤어?"
"감자랑 오이…?"
"분명히 여기다가 놨었는데."
"미안 그거 내가 먹었어… 먹으면 안 되는 거였구나…."
"야! 그거 내가 팩하려고 차갑게 보관해둔 거야!"
평소에 잘 먹지도 않는 건데 하필 내가 팩하려고 고이고이 모셔둔 걸 혼자 주섬주섬 먹었다고 하니 뭔가 귀여워서 크게 화는 못 내고 그냥 한 번 째려봐줬음.
"내가 다시 사 올까 …?"
내 눈치를 보며 조용히 일어나 마트를 가려고 하길래 됐다고 하니 그래도 성에 안 차는지 슬금슬금 다가와 나를 꼭 안아주는 영민이었음. 이렇게 항상 순탄한 사랑을 할 것 같은 우리에게도 동거를 시작하게 되면서 평생 안 올 거 같던 권태기가 온 적도 있고, 심지어는 홧김에 헤어진 적도 한 번 있었음.
한 두 달 전인가….
처음엔 사소한 걸로 계속 싸우다가 결국엔 사소한 일들이 쌓이고 쌓이고 쌓여서 이별 선고까지 했었음. 울고불고 진짜 난리도 아니었는데, 한 이주 정도 연락 안 하고 사니까 그렇게 보고 싶지 않을 수가 없었음. 하루 종일 영민이 생각만 하게 되고 옛 추억도 떠오르고. 진짜 우리가 헤어진 게 맞긴 맞구나 하면서 오만가지 생각을 했음.
그러다가 다시 우리가 재결합을 하게 된 계기는 영민이 말도 없이 무턱대고 내 집 앞에서 온몸이 꽝꽝 얼어붙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어서 결국엔 그날 저녁에 마침 편의점 들릴 일이 있어 집에서 나왔을 때 서야 영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음.
그날 영민이 날 보자마자 했던 말은.
"너 왜 추운데 여기서 이러고 있어."
"00야… 내가 잘못했어."
"아니 연락이라도 하든가."
"내가 미안해."
'잘못했어'였음. 사실 싸우게 된 계기가 내가 자꾸 친구들이랑 놀러나가고 그러다 보니 영민이에게 소홀해지고 가끔 친구의 친구(남자) 분들도 껴서 놀 때도 있어서 영민의 입장에선 많이 불안했었던 게 분명함. 근데 나는 나를 그 정도 밖에 못 믿어주나 하고 서운했던 거고, 영민이는 불안하니까 계속 나한테 사랑을 확인하려고 집착을 하게 되고, 뭐 그런 것들이 겹치다 보니 그렇게까지 간 게 아닌가 싶음.
"너 언제부터 여기 있었어."
"아침부터 너 언제 나올지 몰라서…."
"바보야 추운데."
집안에서 이불 꽁꽁 싸매고 있어도 추웠던 날씨였는데, 그 날씨에 밖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있었으니… 다음날 백퍼 감기 예상하고 일단 집으로 들여보냈음. 일단 따뜻한 걸 좀 맥여야겠다고 생각해서 커피를 타주고 나는 내 방에 들어와 침대에 누워있었음. 뭔가 영민이랑 같이 있기 좀 어색하기도 하고….
"00야."
"어, 어?"
"들어가도 돼?"
"…응."
한참 뒤에 갑자기 영민이 노크를 하며 들어와도 되냐는 말에 급하게 머리 정리를 하고 들어오라고 했음.
"00야."
"…."
"내가 그때 말 밉게 해서 미안해.
너 상처받게 하려고 그런 건 아니었어."
"알아."
"나 용서해줘 내가 더 잘할게."
그렇게 해서 다시 영민과 화해를 하고 좀 더 서로를 배려하고 아껴주겠다고 새끼손가락까지 걸어서 약속 했음.
"이리 와."
"이게 어딜? 너 밑에서 자."
"아 같이 자."
동거할 때도 각 방 썼었는데 갑자기 내 침대에 눕더니 팡팡 치며 이리 오라는 영민이 왠지 남자다워서 설렜지만 일단 화해한지 별로 안됐으니 싫은 척, 안 좋은 척을 한 번 해줬음. 뭐 결국엔 옆에 누웠지만...ㅎㅎ
.
.
.
더운 여름이 찾아오는 날씨에 뜬금없이 동물원을 갔다 왔음. 영민이가 먼저 갑자기 호랑이가 보고 싶다며 동물원을 가자고 하길래 즉흥적으로 갔다 왔는데 아직 5월인데 벌써부터 이렇게 더우면 7월 달에는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 싶을 정도의 날씨였음.
"아, 왜 이렇게 예뻐."
"아니 나 지금 짜증내고 있었거든?"
"그래도 예뻐."
오늘 엄청 더웠고, 동물들도 다 축 처져선 우리 안 반겨줬다며 짜증 난다고 막 화를 냈더니 피식 웃는 영민이었음. 도대체 짜증 내고 있는데 어떤 부분이 예뻐 보였는진 모르겠지만 더위 먹은 게 틀림없었음. 요즘 들어서 애정표현이 거침없어 임영민.
이건 뭐 에어컨을 틀기도 뭐한 달이고, 선풍기를 꺼내자니 귀찮고, 간간히 들어오는 바람으로 더위를 이겨냈는데 밤이나 돼서야 선선해져서 그제야 좀 살 것 같았음. 다 씻고 난 뒤에 오늘은 그냥 자기 아쉬워서 보고 싶다고 다운 받아놓고 안 본 지 몇 개월 넘은 영화를 드디어 보게 되었음.
"00야."
"어."
"언제 봐도 예쁘다."
"아, 영화 보는데 꼭 그런 말해야 돼? 오글거려."
"너가 예쁜데 어떡해."
영민의 그 시한폭탄과 같은 한마디에 영화엔 이미 집중할 수가 없었고, 내 손을 꼼지락 꼼지락 만져대는 영민에게 온 신경이 다 쏠려있었음. 얘가 진짜 요즘따라 왜 이렇게 애정표현이 적극적인 거야.
괜히 기분 좋아서 손을 꼭 잡아주니 영민이 아예 이젠 대놓고 영화 보는 척도 안 하고 나만 가지고 들들 볶길래 에라 모르겠다 볼에다가 뽀뽀 한 번 발사해주니 입꼬리가 천장까지 닿는 줄 알았음.
둘 다 영화는 안 본 지 오래였음.
원래는 이렇게 분위기 잡히면 서로 부끄러워서 먼저 피하려고 난리였는데, 오늘따라 점점 둘 다 분위기에 취하고 있었음.
"사랑해."
짧은 입맞춤 뒤에 깊게 들어오는 숨결이 달콤했음.
오늘 밤 참 길다.
영민편은 이번이 마지막입니당! 번외는 생각해볼게요
다음편 알림도 역시 호출로!
http://www.instiz.net/name_enter?no=45035896 1탄
http://www.instiz.net/name_enter?no=45048798 2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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