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인에게 건네는 김창환의 위로
“저는 거의 매일 동그라미를 그립니다. 라디오 오프닝 멘트를 읽고 나면 원고 뒷면에 그리지요. 제법 그럴듯한 원이 될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찌그러진 동그라미입니다. 그럼 종이도 아깝고 하니 몇 번 더 그리고 다른 이면지에 또 그려요. 정말 수도 없이 그리는데 단 한 번도 흡족한 동그라미가 그려진 적이 없습니다.”
가수 김창완은 매일 아침 동그라미를 그리지만 그 가운데 완벽한 동그라미는 없다. 동그라미는 그림 자체를 뜻하기도 하지만 일상을 상징하기도 한다. 김창완이 말하는 동그라미는 하루하루의 삶을 상정한다.
1977년 록 밴드 ‘산울림’으로 데뷔 후 1978년부터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가수 김창완이 에세이집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웅진 지식하우스)를 펴냈다.
이번 책은 23년을 함께한 SBS 파워FM ‘아름다운 아침 김창완입니다’에서 들려준 글들을 모았다. 저자에 따르면 “두서없이 흩트려놓은 시간이 남긴 자국을”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김창완은 수도 없이 동그라미를 그리는 데 완벽한 것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매일매일 그렇게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배우는 게 많다.
“우선은 완벽에 관한 환상과 실제가 이렇게 차이가 크구나 하는 거예요. 오늘 또 재수데기하듯 동그라미를 그려볼 거예요. 또 찌그러져 있겠지요. 저의 하루를 닮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설명할 것도 없지요.”
여러 편의 짧은 글은 따스한 온기를 담고 있다. 나지막이 속삭이듯 건네는 말은 거창한 담론이나 어떤 시사적인 내용보다는 사소하면서도 잊기 쉬운 부분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일상에서 작은 희망과 위안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그는 “너무 매일매일에 집착하지 마십시오. 그렇다고 동그라미를 네모라고 하겠습니까, 세모하고 하겠습니까? 그저 다 찌그러진 동그라미들입니다. 우리의 일상도”라고 말한다.
가수 이적은 추천의 말에서 “매일 아침 자전거를 타고 홀연히 나타나는 푸근한 아저씨가 짐짓 아무렇지 않게 건네는 속 깊은 위로”라고 평한다.
한편 김창완은 대표곡으로 ‘아니 벌써’,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창문 너무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청춘’ 등이 있다. 또한 에세이집 ‘안녕, 나의 모든 하루’, 소설집 ‘사일런트 머신, 길자’, 동시집 ‘무지개가 뀐 방이봉방방’, 그림책 ‘개구쟁이’ 등을 펴냈다.
http://m.kwangju.co.kr/article.php?aid=1714561500767675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