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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소식] 설경구, 차갑게 절제하고 뜨겁게 흔들렸던 '하이퍼나이프' [인터뷰] | 인스티즈](http://cdn.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25/04/18/11/07e2d0fa6742ce23abddf8b2ef6edaf1.jpg)
사람의 뇌를 들여다보는 일은, 때로 그 사람의 신을 대면하는 일과도 닮아 있다. 뛰어난 수술 실력으로 생명을 구하는 ‘신의 손’이라 불리지만, 정작 인간관계에선 어수룩한 남자가 있다. 머리는 차갑지만 심장은 뜨거운, 그러나 그 온기를 드러낼 줄 모르는 사람. 이성과 본능 사이에서 끊임없이 저울질하며 자신과 닮은 제자를 스스로 끊어내야만 했던 사람. 그는 누구보다 매섭게 인생을 살아냈고, 누구보다 외로웠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퍼나이프’는 과거 촉망받던 의사였던 제자 세옥(박은빈)과 그를 내쳤던 스승 덕희(설경구)가 다시 재회하며 펼치는 강렬한 대립을 그린 메디컬 스릴러다. 설경구는 이 작품에서 세계 최고의 신경외과 의사이자 잔인한 판단 속에 복잡한 감정을 숨긴 최덕희로 분해 다시 한번 자신만의 서사를 완성했다. 믿음도, 윤리도, 감정도 모두 베어내는 메스 위에서 설경구는 침묵과 절제로 욕망을 증명했다.
“작품을 공개 전에도 보고 공개 후에도 봤어요. 공개되기 전에는 걱정하면서 봤어요. 저는 보통의 시청자 입장일 수가 없다 보니까, 보기 편하지가 않았거든요. 화면 속 저의 모습도 불편하게 느껴졌어요. 마지막 회까지 공개된 후에는 반응을 많이 찾아보진 않았지만, 나쁘지 않아서 감사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흔히 볼 수 있는 캐릭터나 설정이 아니잖아요. 이해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인데 너그럽게 받아들여 주신 것 같아서 좋았어요. 배우로서는 이 캐릭터를 시청자에게 끝까지 설득하는 게 목적이니까요. 그건 배우의 몫이라고 생각했는데, 좋아해 주셔서 감사했죠.”
설경구는 이 작품에서 연기의 설계 방식 자체를 다시 고민해야 했다. 장편 드라마의 긴 호흡은, 그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한 줄로 쭉 밀어붙이는 영화적 연기 패턴을 스스로 깨부수게 했다. ‘차갑고 뜨겁다’는 명확한 한 가지 기준선으로 시작한 인물은, 시간이 지날수록 예측 불가한 결을 드러냈고 그는 그 틈을 따라가며 새로운 최덕희를 완성해 갔다.
“영화 같은 경우는 캐릭터를 처음에 딱 잡고 그대로 쭉 밀고 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저는 드라마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까, 예전에 ‘돌풍’이라는 드라마에서도 그렇게 했거든요. ‘하이퍼나이프’도 처음엔 그렇게 시작했어요. 차갑고 뜨겁게, 밝고 어둡게, 공격적이고 음침하게. 아주 단순하게요. 그런데 세옥은 이 드라마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와 관계가 있고, 저는 거의 세옥하고만 관계가 있어요. 전 양경감(유승목)이랑 몇 번 말고는 거의 없죠. 이런 설정과 캐릭터만으로 8부작을 끌고 가기엔 무리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중간에 변주를 줘야겠다고 느꼈고요. 덕희는 뇌 이외에는 다 바보인 캐릭터라고 생각했어요. 사람 관계에서도 되게 모난 사람이고, 어수룩하다는 생각이 드니까 오히려 변주의 범위가 넓어지더라고요.”
![[정보/소식] 설경구, 차갑게 절제하고 뜨겁게 흔들렸던 '하이퍼나이프' [인터뷰] | 인스티즈](http://cdn.instiz.net/data/cached_img/upload/2025/04/18/11/e814e35ba601269a4984418560b6a3d7.jpg)
그렇게 인물의 경계를 확장해 가던 중, 설경구는 이 캐릭터가 단조롭게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새로운 균열을 찾아야겠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세옥이 마리 식당 남동생을 암매장하는 장면은 그에게 결정적인 힌트를 안겨준 순간이었다. 덕희가 세옥에게 툭 던진 한마디에서 틈을 발견했고, 그 틈은 새로운 감정의 유입구로 작용했다.
“어느 시점에서 이대로 끝까지 가면 캐릭터가 매력 없겠다고 느낀 위기의식이 있었어요. 마침 그때 세옥이가 마리 식당 남동생 시체를 묻을 때 힌트를 얻었어요. 덕희가 세옥에게 ‘너무 얕게 판 거 아니야?’라고 말하는 부분에서요. 그게 이 캐릭터의 틈 같더라고요. 웃기려고 한 것도 아닌데. 거기서 틈이 보였죠. 그래서 첫 느낌만으로는 무리가 있고, 조금 더 이런 식의 느낌으로 가봐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죠. 최덕희스럽지 않게 세옥에게 ‘야, 이 ㅅㄲ야 ’라고 말하는 방식들이요.”
최덕희는 그 자체로 단죄받아 마땅한 인물일 수도 있다. 살인을 저지르며 목적을 향해 직진하는 인물에게 ‘이해’라는 단어를 붙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설경구는 단순히 이 인물을 사이코패스로 재단하지 않았다. ‘정서적으로 결핍된 인간’이라는 시선으로 접근해 시청자의 감정이입 통로를 끝까지 열어두고자 했다.
“사이코패스라고 단정하고 캐릭터에 접근하는 게 불안했어요. 보는 분들이 캐릭터를 따라와야 하는데, 정이 떨어져서 놓아버릴 것만 같았거든요. 그래서 세옥과 둘이 붙었을 때 덕희는 그저 과잉된 비정상 인간일 뿐이지 사이코패스라고 규정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살인을 하는 행동들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가장 숙제였어요. 답을 찾은 건 아니지만, 마지막 내레이션에서 ‘세옥이는 나의 비참한 청춘이니까’라고 말하는 대사가 있어요. ‘뇌에도 DNA가 있다면 핏줄이야’라고 말하는 그 장면. 그때 너무 슬프고 아팠어요. 그 대사가 이 인물을 다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시청자들도 그렇게 받아들여 주셨으면 감사하겠다 싶었죠. 피 터지게 살려고 했던 청춘, 소통하지 못한 괴물 같았어요.”
설경구는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의 힘이 결국 사람 간의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실감했다고 말한다. 그것을 실감하게 한 이는 바로 박은빈이었다. 상대를 열게 하고, 긴 호흡의 서사를 견디게 한 동료 배우. 그가 경험한 ‘호흡’은 단순한 케미스트리를 넘어 서로를 바꾸는 교감의 기록이었다.
“현장에서 이렇게 많이 대화한 배우는 처음이에요. 저는 박은빈한테 정말 감사한 게 자꾸 말을 시켰어요. 질문 대마왕이었어요. 아주 사소한 것도요. 저도 반문하면서 계속 이야기를 주고받았어요. 그러면서 되게 편해졌어요. 그건 은빈이가 저를 열게 한 것 같아요. 작품 끝내고 몇몇 배우들에게 문자를 했어요. 은빈이에게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네 덕에 고맙고 감사했다’라고 보냈어요. 은빈이 덕분에 더 겁 없이 연기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저는 저에 대한 칭찬보다 상대역과 ‘케미가 좋다’는 말을 제일 좋아해요. 이번에 그래서 참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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