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쿠안의 소재 멘트는 '지금 아무 생각도 못하겠어', 키워드는 차가운 손이야. 우울한 느낌으로 연성해 연성 |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로 가득찬 방안에서 위안은 타쿠야의 뒷모습만 하염없이 바라본다. 피아노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은 손가락은 움직이지 않았다. 스피커에서 나오고 있는 피아노 소리는 예전에 타쿠야가 콩쿨에서 상을 받은 곡이었다. 위안은 타쿠야의 옆에 앉아 타쿠야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얹는다. 소름끼치게 차가운 기운이 손을 통해서 온몸에 전해졌다. 타쿠야의 손은 손가락이 길고 곧아서 예뻤다. 그래서 모두가 타쿠야의 연주를 좋아해주었다. 그 모두에는 위안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런 타쿠야가, 피아노를 치지 못 한다. 증상은 타쿠야와 위안이 열애를 시작했을 때 부터 서서히 진행됐다. 처음에는 손이 조금 시리다-라고 느낄 정도였는데 시간이 갈 수록 손은 지나치게 차가워져 갔다. 수족냉증인 줄 알고 약을 챙겨먹었으나 소용없는 짓이었다. 손은 차가울 뿐만 아니라 어는 것 처럼 굳기 시작했다. 타쿠야는 템포가 빠른 곡은 더이상 치지 못했고, 시간이 갈 수록 타쿠야가 연주 할 수 있는 곡은 한정되기 시작했다. 손이 움직이지 않는 탓이었다. "타쿠야랑 헤어지는 게 어때." 줄리안은 타쿠야의 손이 차가워 진 게 내 탓이라고 말했다. 타쿠야는 그런 줄리안에게 무슨소리냐며 화를 냈지만 나는 마냥 부정할 수 만은 없었다. 줄리안 말고도 타쿠야를 오래 봐왔던 친구들은 모두 나를 싫어했다. 타쿠야가 나를 만난 이후로 손이 차가워졌으니까 그게 나 때문이라고 단정지었던 것이다. 애석하게도 나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 소리에 기분 나빠할 겨를이 없었다. 타쿠야에게는 아무런 건강상의 문제도 없었고, 손이 아무 이유 없이 어는 병은 어느 곳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타쿠야, 우리 그만 만날까?" "싫어요." "……." "형 때문 아니에요. 괜찮아요. 곧 나아질 거에요." 다정하게 내게 눈을 맞추며 말하는 타쿠야에게서 나는 미세하게 불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불안이 현실이 되는지 타쿠야의 콩쿨성적은 점점 떨어지다가 이번에는 아예 나가지도 못하게 되었다. 피아노를 치지 않는 타쿠야의 모습은 많이 위축되어 보인다. 나는 그런 타쿠야를 볼 때마다 죄책감에 숨이 막히는 듯 했다. "타쿠야 미안해." 나는 조금이라도 어는걸 늦출 수 있을까 싶어 매일 타쿠야의 손을 주물러주었다. 타쿠야의 손을 매만지다 보면 어느새 따듯했던 내 손도 얼음장처럼 차가워졌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타쿠야는 점점 감각도 사라져 가는 것 같다고 했다. 자신이 건반을 누른지 안누른지도 구별 못하던 타쿠야는 감각이 둔해진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나를 손으로 느낄 수 없다고 슬퍼했다. 타쿠야는 잘 움직이지 않는 손가락을 움직여 내 손에 깍지를 낀다. 내 손은 견디기 힘들정도로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그런 말 하지 말라니까요." 타쿠야는 내 얼굴을 잡고 내 입술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 나는 그 순간 내 입술에 닿는 따듯한 감촉버다 볼에 닿은 손의 차가운 느낌에 나는 더이상 견디지 못하겠다고.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 내 생각을 읽은건지 단순히 자신의 차가운 손이 남에게 피해가 되는것이 싫었던 건지 타쿠야는 장갑을 끼고 다녔다. 털장갑의 감촉은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이 들면서도 손이 따듯했던 시절에 손 잡고 다닌 기억이 많이 없어서 후회도 된다. "형, 나 손잡아줘요." "……." "장갑껴도 차가운 거에요?" "타쿠야." 나는 잡은손을 타쿠야의 눈 앞에 흔들어보인다. 나를 보던 눈이 잡힌 손으로 옮겨진다. 손은 힘 없이 축 늘어져 버렸다. "타쿠야." "……." "우리 헤어지는게 나을까." 보통같았으면 헤어지잔 말이 나오기만 해도 내 손을 꽉 잡으며 그런 소리 말라고 했을 타쿠야인데, 더이상 손을 잡지 않는다. 감각이 떨어지다 못해 힘도 들어가지 않는 것이었다. 손은 더이상 타쿠야의 것이 아니기라도 한 것처럼 도통 말을 들어먹질 않는다. "나한텐 피아노랑 형이 전부였어요." "……." "피아노도 날 떠났는데, 형까지 날 떠나면 난 어떻게 살아요." 내가 떠나면 피아노가 다시 돌아올지도 몰라. 나는 이 말을 내뱉지 못하고 삼켜버렸다. 정말 타쿠야가 피아노에게로 떠나버릴까봐. 나는 이기적이게도 피아노를 치는 타쿠야를 원했으나 내가 버려지는 건 원하지 않았다. 삼켰던 말은 응어리가 져서 눈물이 나왔다. "지금 아무 생각도 못하겠어." 나는 피아노를 치는 타쿠야가 좋았고, 나를 좋아해주는 타쿠야도 좋았다. 피아노를 치지 않는 타쿠야는 상상하기 어려운 그림이었다. 나는 두꺼운 장갑을 뚫고 나오는 차가운 기운을 감당헐 자신이 없었다. 나는 어쩌면, "그럼 생각하지 마요." 차가운 손을 "나랑 헤어진다는 생각 할거면 차라리 하지마요." 놓고 싶어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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