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일테지
“..그저께도 야근하시지 않으셨어요?”
현민의 질문에 요환이 멈칫했다. 그리고 그런 그를 연승과 정문이 무표정으로 바라보았다. 30초 전, 요환이 광고 외주를 더 받고 싶다는 망언을 내뱉었기 때문이다. 현민은 정문이 야근을 이틀 연속 하고 있다고 푸념한 것을 기억하고 말한 것이다. 요환은 뒷머리를 벅벅 긁더니 이내 환하게 웃었다.
“일주일 야근은, 좀 힘들겠지? 헤헤.”
“… 워커홀릭이라는 장차장님도 그렇게는 못하실걸요.”
뭔 당연한 소리를 저렇게 해. 연승은 요환이 싫어지려고 한다. 하지만 저 인간은 싫어질 법하면, 순수하게 웃는단 말이야. 게다가 나쁜 의도도 전혀 없지. 하여간 미워할 수가 없어. 이게 다 내 업이요, 생각하는 연승을 보며 현민은 고개를 갸웃한다. 워커홀릭…? 장차장님이요…? 현민은 어제 창에 찔린 것 같은 느낌을 떠올렸다. 그 남자의 시선은 자신의 뇌에 그대로 와서 박히는 것 같았다.
“장동민 차장님! 체력도 좋고 사람도 잘 다루셔서, 1팀에서는 거의 장차장님이 외근나가시죠 아마?”
나이만 좀 더 어리시면, 딱 내 이상형이신데! 정문은 소녀처럼 꺄아, 하면서 두 볼을 감싼다. 연승이 나이가 아니라 외모가 문제 아니야? 라고 하자 정문은 괜스레 헛기침을 몇 번 한다. 현민은 오늘도 동민이 외근을 나간 것을 떠올렸다. 원래 오늘 오전은 동민이 현민에게 업무를 가르쳐 주기로 했었다. 현민은 기대 반 긴장 반으로 동민과의 조우를 기다렸다. 그러나 한 마디 대화 나눌 새도 없었다. 갑자기 상민이 헐레벌떡 뛰어오더니 동민에게 사정사정하며 오전 외근 좀 부탁한다며 빌었다. 결국 현민은 2시간을 동민 대신이었던 발음 나쁜 진호의 말을 알아듣느라 고생했다. 요환 말로는, 언제는 한 번 펜을 물려놓고 말을 시켰는데 제대로 말을 하긴커녕 펜을 침범벅으로 만들었다나. 그래서 그 펜은 더러워서 그 즉시 버리라고 시켰단다.
“아, 현민씨. 이 회사들에 광고 외주를 받았으면 하거든. 영업 일정 잡혀있나 2팀 이준석 대리한테 물어봐 줄래?”
연승이 내민 종이 한 장에는 몇 개의 회사 리스트들이 적혀 있다. 아, 2팀에 이준석 대리님 맞나요? 다녀오겠습니다! 현민은 종이를 받아들고 재빠르게 이동한다. 인턴의 생명은 스피드지! 그런데 도착한 2팀 자리들 중 ‘이준석 대리’ 명찰이 붙은 책상은 텅 비어있다. 화장실에 갔나, 싶은 현민은 주변을 살펴보지만 가방도 없고, 오늘 사람이 앉아있었다는 흔적이 없다. 뭐지? 두리번거리던 현민은 맞은 편에 앉아있는 윤선에게 다가간다.
“저… 이준석 대리님 안 계신가요?”
“어머, 현민씨 안녕! 준석씨 외근 나갔는데.”
윤선은 아까 아침에 잠시 본 현민이 반가웠는지, 활짝 웃으며 대답해준다. 아까 장차장님도 나가셨는데, 오늘은 두 팀이나 영업을 나가셨네요? 현민의 질문에 아 그게 저… 하고 상민이 두 손으로 얼굴을 문지른다.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더니, 난처한 듯 웃어 보인다.
“사실은 준석씨 혼자 보내기 좀 그래서, 그래서 장차장한테 부탁한 거야.”
대리님이 5살짜리 어린애도 아니고, 무슨 이상한 회사에 보낸 건가? 싶은 현민은 고개를 갸웃해본다. 하지만 상민은 난처한 미소만 지을 뿐, 대답해 줄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결국 현민은 윤선에게 연승이 부탁했던 질문을 대신해야 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이준석이라는 대리님은 어떻길래 그 사람에게 부탁해야만 하는 걸까? 무슨 문제가 있으신 분인가?
아…망했다.
준석은 의식이 돌아오자마자 눈을 뜨지 않고 이 생각부터 했다. 대체 나는 지금 어디에 누워있는가, 이전에는 무슨 짓을 했을까, 지금은 몇 시일까. 너무 무서웠다. 그러니까 팀장님은 대신 영업 나가주시지, 거기 인간들이 낮부터 술 찾을 술고래인 거 뻔히 알면서!! 눈을 질끈 감은 준석은 상민이 미워 발을 바둥바둥거렸다. 그러자 갑자기 볼에 차가운 것이 닿는다. 깜짝 놀란 준석은 눈을 번쩍 뜨며 몸을 급하게 일으켰다.
“속은 괜찮나?”
동민이다. 그리고 볼에 닿았던 차가운 물체의 정체는 숙취음료였다. 준석은 미간을 일그러뜨리며 주변을 살폈다. 걱정과는 다르게 회사 근처에 있는 작은 공원이었다. 술집이나 길거리가 아니여서 천만다행이다. 해가 쨍쨍한 것을 보니, 자신이 그리 오래 정신을 잃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준석을 잠시 보다가, 동민은 혀를 끌끌 찬다.
“낮부터 술을 퍼 마시는 회사인 걸 뻔히 아는데, 숙취음료라도 마시고 가지 그랬어.”
“…술은 정신력입니다. 그렇게 무식하게 주지만 않았어도, 충분히 버틸 수 있었어요.”
준석은 으르렁거리듯이 낮게 읊조리고는 다시 눈을 꾸욱 감는다. 동민에게 무슨 일이 있었냐고는 차마 묻지를 못하겠다. 하필 이딴 흑역사를 들켜도 이딴 놈한테 들키다니. 아니 대체 팀장님은 무슨 생각인거지? 다른 사람한테 부탁하지, 하필 이 사람이냐고!! 준석은 소리 없이 아우성을 치며 머리를 감싼다. 그러자 동민은 머리가 많이 아픈가 싶어 숙취음료를 다시 내민다.
“뻗기 전에 내가 도착해서 다행이지. 마셔.”
그것 참 다행이기도 하지. 너무나 든든해서 안심되는걸? 준석은 이죽대며 병을 억지로 받아든다. 한 모금 마시니, 역겨운 속을 매실액이 달래주는 듯 하다. 휴, 하고 한숨을 내쉬자 동민은 토는 하지 말아줘, 라며 옆으로 조금 떨어져 앉는다. 아오, 얄미운 인간. 준석은 잠시 동민을 째려본다.
“그 쪽에는 약 먹고 있어서 술이 빨리 올랐다고 말해놨어. 별 일은 없었고, 계약 건은 일단은 잘 된 것 같아. 술자리에서 후루룩 계약 잡을 클라스는 아니니까, 다음에 기획팀 임과장이랑 같이 가기로 했어.”
날짜는 잡아놨고, 요환씨한테도 스케줄 그 날 비워놓으라고 했어. 명함 받아왔으니까 2팀 사람들한테 보고할 때 같이 들어. 파일은 워드로 보내놨고. 동민의 말에 준석은 술을 원샷하듯 숙취음료를 한꺼번에 마셔버린다. 일처리 한번 재수없다. 재수없게 잘했다. 친구들이랑 노는 자리도 아니고, 공적인 자리에서 뻗어버렸다는 사실이 너무나 수치스러웠다. 이 뒷수습을 회사 내에서 가장 싫어하는 사람에게 보였으며, 자신의 일처리를 그 사람이 대신 해 줬다는 것이 더욱 수치스러웠다. 고마운 마음이 들어야 하는 것도 짜증났다. 자알 한다, 이준석. 아주 자알했어.
“…감사합니다, 장차장님.”
“진심으로 고마우면 표정부터 풀어, 살발 - 하다.”
동민은 씨익, 웃어보인다. 진심으로 고맙겠냐. 아오.
이게 사회생활의 힘든 점이구나. 상사가 어이없게 말을 해도, 반박할 수 없이 고개를 끄덕여야 하는 거구나. 현민은 이 말을 팀장이나 과장 급이 아닌, 회사 내에서 젊은 층에 속하는 유현에게 느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유현은 현민의 입꼬리가 점점 내려가는 것도 모르고 신이 나서 매체팀이 무슨 팀인지 계속해서 말하고 있었다. 어제 설명 다 들었는데…
“광고는, 매체라는 채널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도달하는거야. 이 세상에는 많은 매체들이 있어. 그 많은 매체들은 너무나도 다양해. 하지만 동시에 너무나도 다양하고 다른 특성들을 매체들이 가지고 있지.”
당연하지, 어떻게 다 같겠냐구요! 라고 소리치고 싶은 현민이지만 꾸욱 참으며 뒤에서 늘어지게 하품을 하는 경훈을 곁눈질한다. 이제 유현은 자기 설명에 하품하는 경훈의 태도에 이골이 난 듯 하다. 마침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으니, 자기 말에 지루해하지 않을거라 생각해서 이렇게 설명을 하는 듯 하다. 많이 지루한데… 이제 눈빛 초롱초롱하게 만들기 스킬도 인내심이 바닥나서 못하겠다. 여기 SP 물병 주세요. 돈 다 털어서라도 다 삽니다.
현민이 괴로움의 절정을 달리기 시작하는데, 회사 문이 덜커덩 열리더니 동민과 준석이 들어온다. 꼿꼿하게 허리를 세우고 앉아있던 현민은 동민을 보더니 벌떡 일어난다. 동민은 잠시 상황을 살피더니, 척척박사 강의하는 거야? 나도 들어도 돼? 하며 히죽 웃는다. 아 그만 하라구요 – 라고 말하는 유현은, 동민의 뒤에서 얼굴이 악어색이 된 준석을 보고 놀란다. 뭐야, 이 대리님 어디 안 좋으세요?
“예, 몸이 좀…”
“지금 시간이… 반차내기는 좀 그렇겠네요.근처 병원이나 약국 가 보셨어요? 아프시면 병원이나 약국 가 보셔야죠.”
아, 그렇지! 아프면 병원이나 약국엘 가야지! 나 오늘 처음 알았어! 동민이 또 놀란 척하자 유현은 새침하게 무시한다. 동민이 그런 유현을 보며 낄낄 웃다가 정색을 하고 현민을 바라본다. 현민은 긴장을 안 한 척을 하고 싶은데, 이미 흠칫해버렸다. 긴장했나, 어려서 귀엽네. 동민은 그렇게 생각하며 현민을 향해 몸을 돌린다.
“오늘 업무는 잘 배웠나?”
“예, 홍대리님께서 설명해주신 덕분에…”
“외국인 근로자가 월급 값은 했나 보네. 따라와.”
동민은 현민을 데리고 준석과 함께 2팀 쪽으로 직행한다. 상민은 준석과 동민을 번갈아보더니, 불안한 표정으로 엉거주춤하게 일어나 동민을 바라본다. 큰 일은 없었지…? 상민의 표정에서 이 물음을 읽어낸 동민이 까딱 고개를 끄덕인다. 무너지듯 자리에 앉는 준석을 본 상민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자리에 앉는다.
“그래, 장차장. 수고했어. 보고 좀 해 봐.”
“네. 오늘 그 회사는 다음주 금요일 오후 4시에 다시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계약이 완전하게 성사된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전망은 보입니다. 그 때 기획팀 임과장이랑 같이 가려구요. ”
말을 하며 동민은 오늘 받았던 상대의 명함을 상민에게 건넨다. 그 명함을 건네받은 상민은 눈이 커진다. 오늘 이 인간이 나왔어? 이 사람, 낮에 고량주타령하는 사람 아니야? 원래 그 쪽 차장이랑 컨택하기로 한 거 아니였어? 상민의 혼잣말에 준석은 이제서야 이해가 된다. 만나기로 했던 사람이 애초에 다른 사람이었구만. 어쩐지 초장에 대뜸 ‘허허, 제가 나와서 긴장하시는 건 아니겠죠, 이 대리님.’ 이러더니. 제가 차장이라 쫀 건 아니겠죠, 이 직급 낮은 인간아? 라고 이해하고 술허세를 부렸던 준석은 자기가 무시당한 건 아니었구나, 싶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긴다.
“다음에 내가 밥 한번 살께, 고마워 장차장.”
“다음엔 이 대리 웬만하면 보내지 마세요. 약 먹느라 술이 안 받는다고 거짓말 해 놨거든요.”
아 그랬어? 라며 빵 터진 상민을 보며 현민은 이런 사람이 내 상사면 정말로 싫겠다는 생각을한다. 나 같으면 자리에 나오는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던가, 내가 가던가 할 텐데. 왜 이 사람에게 굳이 부탁을? 동민은 자세한 내역이 담긴 워드파일은 아까 상민의 메일에 보내놨다는 말을 한 뒤, 현민에게 따라와. 라고 말하며 먼저 걸어나갔다. 현민은 준석이 노골적으로 동민을 째려보는 것을 잠시 보다가 동민을 총총 따라나갔다. 동민이 향하는 곳은 회의실이었다. 동민은 현민에게 앉으라며 의자를 턱으로 가리킨 후에, 노트북을 켠다.
“단순한 업무는 어느 회사나 할 수 있어. 정말 광고회사에 열정이 있다면, 다른 회사 인턴과는 차별적으로 얻어가는 게 있어야지.”
맞는 말이지, 라고 생각하며 현민은 고개를 끄덕거린다. 노트북이 켜지고, 동민은 노트북을 가지고 현민 옆으로 와 앉았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자신의 이력서 파일을 여는 것이 아닌가. 현민은 은근히 민망해져 살짝 미소를 지으며 동민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동민은 현민을 바라보지도 않고 현민의 이력서에 써 있는 한 줄 문장을 마우스로 스윽, 드래그한다.
“이 대목, 정말 진실되게 자신감이 느껴졌어. 모호한 표현 없이, 자신 스스로를 광고처럼 내세울 수 있다는 능력이 있다는 거. 실제로 보니까 알겠더라.”
어제 탕비실 말이야, 하고 동민은 씨익 웃는다. 틀린 게 아니었어. 첫 날 나를 꿰뚫어본 게 맞았구나. 현민은 다시 진 기분이 들어 눈을 내리깔고 동민의 손을 바라본다. 생각보다 하얗고 맨질맨질하네. 얼굴은 완전 아저씨인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현민은 개인적으로 미션을 준다, 라는 동민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동민과 눈을 맞췄다. 미션?
“광고를 만드는 사람이건, 광고 업체에서 광고 외주를 받아오는 사람이건 어떤 것에 대한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지. 나는 네가 정말 모든 사람들에게 그런 어필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인지가 알고 싶어. 그래서 8주 간 수행할 내가 개인적으로 너한테 미션을 준다.”
“…좋죠, 하겠습니다.”
당차네, 라고 생각한 동민은 마치 15년 전의 자신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어린 아이는 어제 자신의 기습 공격에 당황했지만, 바로 반격 태세를 갖추고 나에게 덤벼들 자세로 바라보고 있다. 두 달이 참 재미있을 거야.
“우리 회사 중 한 명을 정해서 너에게 매료되게 해 봐. 유혹하라, 이게 내 미션이야.”
현민이 당황하기를 기다렸지만, 현민은 잠시 골똘히 생각하더니 알았습니다. 라고 대답한다. 첫 날 당황한 건 진짜 모습이 아닌 단지 실수였다, 이건가. 동민은 씨익 웃더니, 이미 정했나 본데? 누군지 말해 줄 수 있어? 라고 묻는다. 현민은 네,당연하죠. 라고 말하더니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바로 대답한다.
“전 장동민 차장님, 당신을 유혹하겠습니다.”
“아아아 맥주 먹고 시프다아 – 맥주 - ”
모두가 퇴근하는 시간.(기획팀 제외, 요환이 가져온 외주를 마감하지 못했다.) 경훈은 말꼬리를 늘리며 동민의 뒤에 매달린다. 덕분에 가만히 생각하고 있던 동민은 경훈의 무게에 휘청, 한다. 아오, 뭐하냐 진짜. 동민이 짜증을 내며 밀어내자,경훈은 어깨를 흔들며 찡찡대기 시작한다. 내가 오늘 하루 얼마나 힘들었는데, 보상으로 나 맥주 사줘요! 맥주! 맥주!
“너 또 맥주 시켰다가 나중에 소맥 먹잖아. 싫어, 안돼.”
“소맥 맛있잖아여, 혀엉!! 취할 것 같으면, 저번처럼 형네 집에서 먹으면 되지!”
아직 회사 안 벗어났다, 라며 상민은 경훈의 뒷통수를 약하게 한 대 친다. 경훈아, 넌 정말 잘못됐어. 회사 안에서는 직급으로 얘기하라니까. 팀장님도 방금 저한테 경훈아라고 하셨잖아요! 전 김사원이라고요! 상민과 경훈이 투닥대는 것을 듣던 진호는 갑자기 머리를 냄비로 누가 세게 내리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동밍이 형네 집?? 가봉 적 이써??”
“네! 저저번주 금요일에, 하루종일 먹고 싶어서 동민이형네 집 가서 마셨죠! ”
그 말에 모든 사원들이 놀란다. 동민씨네 집 가봤다는 사람은 처음 봤네. 어디 사는지 아는 사람도 없는데. 정현의 말에 다들 끄덕거린다. 이사 갔다고 말해놓고 집들이도 안 했지 않아? 경란이 놀란 듯 나지막히 말하자, 동민은 손사래를 친다. 언제 안 했어요, 할랬는데 요환이네 딸 낳아서 흐지부지 된 걸! 다음에 하면 되지! 버럭 동민이 소리치자 경훈이 신난 듯 나선다. 다들 시간 언제 돼요! 동민이 형네 집 진짜 좋아! 시간 잡고 놀러갑시다! 느네 집이냐? 느네 집이야!! 동민과 경훈이 투닥거리는 것을 모두가 재미있게 보며 웃는다. 아, 세 사람 빼고. 홍진호, 오현민 그리고 이준석.
진호는 생각한다.
‘지입? 지이이이이이입? 집을 갔다고? 단둘이? 술을 마셔? 그 때도 소맥? 동민이 형 주사가 심하지는 않은데, 저 놈이 문제네. 쟤 술 마시면 더 엉기는데? 아우씨 진짜…’
현민은 생각한다.
‘확실히 내가 접근하는 방식은 장차장님한테 먹히지는 않을 거야. 저렇게 막무가내지만 애처럼 매달려야 하는 건가? 저런 방법을 내가 할 수는 있을까?’
그리고 준석은, 확실히 생각하는 방향이 다르다.
‘장동민의 흑역사를 알려면, 먼저 주변 사람들과 친해져야 해. 저 인간의 흑역사를 직접 보고 증거를 남겨놔야 해. 사진을 찍던지. 그러려면 저 사람처럼 친한 사람들을 공략해야 하는데… 김경훈… 김경훈?’
김경훈 저 사람을…? … 그거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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