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다음날 망신창이 된 몸으로 눈 떴는데 넓은 호텔방에 자기 옷가지만 있고 아무도 없음. 작게 욕 뱉고 오늘 촬영인데... 땀 범벅하고 힘겹게 일어나 머리 부여잡았으면(흐뭇) 시계 확인하려고 핸드폰 보니까 핸드폰에 부재중 통화만 8통, 문자는 5통이 와 있음. 통화 목록은 매니저 5통, 실장 2통, 모르는 번호 하나가 있음. 매니저는 왜 전화했는지 뻔하고 한통은 누군지 모르니까 그냥 넘어가고 문자를 보는데 [선배님 저 오현민이에요 어제 죄송합니다. 제가 술을 처음 마셔서 정신이 없었어요... 잘 들어가셨어요? -010...] [뒷처리는 알아서 해요 -김경훈] [형님 어디 가셨어요 왜 전화 안 받으세요... -매니저] [야 너 어디야 -실장님] [너 진짜 미쳤어? 문자보면 당장 전화해 -실장님] 아, 오현민이 전화했구나. 새 연락처 추가하기 눌러서 오현민이라고 저장한 장은 김경훈이라고 저장되어 있는 문자 메세지 보다가 현민이라고 수정하고 매니저한테 문자 한통 보냄. 그리고 몸 일으켜서 씻으러 감. [미안 촬영장으로 바로 갈게] 늦어서 죄송합니다. 어어, 아니야 아니야. 늦을 수도 있지. 마침 장소 섭외 딜레이 돼서 다른 컷부터 찍었어. 자, 촬영 들어가자고. 촬영이 막 끝난 오는 늦게 도착한 장을 보고 있음. 어제 잘 들어가신 건가... 내심 문자와 전화 모두 씹혀서 진짜 무슨 잘못했나 싶었던 오는 장 촬영이 끝나고 물어보기로 결심함. 장은 하필 오늘 촬영씬이 비 내리는 장면인 거 보고 한숨을 내쉼. 성격상 약한 소리도 못하고 촬영날이 딜레이 되는 건 모두에게 민폐가 되는 행동이라 이 악물고 촬영하기로 하는데 시야가 흐릿흐릿해져서 잡혀야 할 감정선이 잡히지 않음. 컷. 동민씨. 오늘 어디 안 좋아? 평소랑 다르네. 아, 죄송합니다... 다시 갈게요. 아프면 좀 쉬었다 가는 게 낫지 않겠어? 아니에요. 오늘까지 촬영 끝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래, 그럼. 스탠바이, 큐. 다시 촬영이 들어가고 장 위로 비가 시원하게 뿌려짐. 오케이! 좋았어. 역시 장동민씨. 수고했어~ ...감사합니다. 온몸이 덜덜 떨리고 축축 쳐지는 게 본의 아니게 연기에 도움이 되었던지 오케이 싸인을 받아냈지만 동민은 몇 걸음 못 가 정신을 잃음. 어, 선배님!!!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제일 먼저 달려온 건 현민이었음. 장은 결국 입원함. 과로에 몸살까지 겹쳐서 몸이 말이 아니었음. 매니저는 링겔 맞고 촬영 다시 들아가겠다는 거 겨우 말려서 병원 침대에 눕히고 개인 촬영분 날짜를 미루기로 함. 그렇게 밤낮없이 일만 하시면 몸 상하신다고 앞으로 최소 3일 동안은 가만히 누워계시기만 하라고 선전포고를 한 뒤 병실을 나감. 동민은 어리고 자기 몸 생각해주는 매니저의 모습이 귀여워서 피식 웃음. 내가 쉰 적이 없던가... 병실에 누워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동민은 제대로 쉰 적이 없었음. 매니저 말대로 밤, 낮, 주말할 거 없이 일만하던 동민이었고 그럴만한 위치가 아닌데도 일이 없으면 불안해 했음. 그런 동민을 새로 들어온 매니저는 걱정했고 자기도 힘들면서 형이 더 존경스럽다고 앞으로 이런 잡일은 자기 시키라는 기특한 말을 많이 했음. 그래서 스폰서 얘기는 철저하게 비밀로 함. 이런 순수한 놈이 많이 실망할까봐. 한참을 옛 기억에 빠져있다 으휴, 저 매니저 놈 또 실장한테 까이겠네. 하며 나 챙기느라 많이 힘들텐데 보양식이라도 사줘야지. 생각하는데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옴. 누구세요. 문쪽으로 고개를 돌린 장은 표정이 굳음. 많이 아픈가 보네요? 어젠 내가 좀 심했나? ...왜 왔어. 왜 그렇게 노려봐요? 형 병문안 왔죠. 명색의 스폰서인데. 나가. 독기 어린 눈으로 자기를 노려다보는 장을 경훈은 아무 말없이 바라보다 병실 문 잠그고 장 침대로 감. 그리고 장 침대에 걸터앉더니 장 손목 잡고 얼굴 들이밀면서 내가 말했죠. 이제는 형이 기어야 할 때라니까. ...꺼져... 이렇게 힘도 없으면서 무슨. 형, 이러면 이럴 수록 형한테 손해에요. 알아? 손목 짓누르면서 광기 들어내는 경훈을 보자 덜컥 무서워진 장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짐. 난 형 망가뜨리고 싶다니까. 제발 이 순간이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억지로 하는 경훈의 키스를 받아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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