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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774


 


 

요란하게 모닝콜이 울린다. 동민은 아침부터 회사를 가야 하는 현실에 눈을 뜨기도 전에 짜증부터 치솟았다. 저 핸드폰을 바닥에 내리쳐서 부숴버리면, 이 월요일의 아침도 산산조각이 나서 부서지지 않을까. 그러나 곧 그렇게 했다간 월요일 아침이 아닌 자신이 상사에게 산산조각이 날 것이라는 현실을 깨닫는다. 어쩔 수 없이, 일어나 볼까. 동민이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일으키려는데, 갑자기 옆에서 팔이 부드럽게 자신의 벗은 가슴팍을 감싸는 것이 느껴진다. 깜짝 놀라 옆을 보니, 웬 어린 남자 하나가 자신의 옆에 누워있다. 수줍은 미소와 함께. 그리고 이 놈도 나처럼 홀딱 벗고 있다. 아...? 동민은 잠시 머리를 굴려 상황을 파악한다. 아, 기억났다. 어제 길에서 내가 길 잃은 고양이 하나를 데리고 와서 떡을 쳤지. 이제야 기억나네. 동민은 자신의 몸에서 현민의 팔을 떼어내고 침대에 일어나 앉았다. 그러자 현민도 동민처럼 침대에 일어나 앉는다. 


 

"잘 잤어요?" 

"언제나 월요일 아침은 잘 잘수가 없지. 출근을 해야하니까." 

"아, 저, 저도 학교가야돼요." 

".............왜, 9시부터 수업이 있나보지?" 

"그래도 8시 40분까지는 가야죠, 안 걸릴려면." 

"뭐?" 

"..........네?" 


 

.....뭐가 걸려? 너, 대학생 아니였어? 동민의 물음에 현민은 아차, 싶다. 어제 현민은 성인인 척을 하며 게이의 세계에 첫 발을 내딛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이 사실을 까먹다니. 현민은 눈을 내리깔고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린다. 동민은 뭐지? 싶다. 스무살 영계인 줄 알았더니, 병아리인거야? 몇 살인지 알아둘 필요는 있겠다 싶어, 동민은 눈으로는 자신의 드로우즈를 찾으며 입을 연다. 


 

"몇 살이냐." 

"...네?" 

"꼬맹이, 몇살이냐고." 

"21살이요." 

"그래? 몇년생인데." 

"..........92년생이요." 


 

동민은 2초간 현민이 말을 멈춘것을 그대로 캐치해낸다. 어디서 약을 팔아, 너 방금 머릿속으로 계산했잖아. 동민이 검지손가락으로 현민의 가슴팍을 가리키며 말한다. 현민은 머쓱한지 자신도 바닥에서 자신의 속옷을 줍는척한다. 팬티에 다리를 꿰어넣는데, 속옷을 다 입은 동민이 자신의 앞으로 다가와섰다. 


 

"다시 물어볼게. 몇살이야?" 

".........20이요." 


 

현민의 대답에 동민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바지를 허공에 팡팡 턴다. 현민은 동민이 바지를 터는 것을 지켜보다가, 다시 입을 연다. 


 

"........19?" 

"뭐 새해 밝기 전에 카운트다운 하는거야?" 


 

바지에 다리 한 쪽을 넣고 동민이 한 쪽 눈썹을 들썩, 한다. 그러자 현민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체념한다.  


 

"18, 95년생이에요." 

"돌겠네, 여기 가까운 경찰서가 어디더라. 미성년자 성범죄로 나 끌려들어가야겠네." 

"제가 제 발로 온 걸요, 뭐." 

"그래서 지금 잘했다는 거야, 어린이?" 

"저 어린이 아니에요! 제 이름은, 현민이에요. 오현민." 


 

안 궁금한데. 동민은 현민의 반응에 심드렁하게 바지의 버클을 채운다. 현민은 팬티바람으로 침대에 멍하니 앉아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 동민은 그런 현민을 보며 미간을 구긴다. 지금 시간이 7시 반인데, 이 어린이는 지각할려고 이러고 앉아있는 건가. 동민은 현민을 내려다본다. 자, 학교 가자. 


 

"교복은?" 

".........신설고라, 사복 입고 가도 돼요." 

"위치는?" 

".......여기서 20분거리." 

"그래, 빨리 세수하고 와라. 회사가는 길에 데려다주지." 

"화장실이, 어디에요?" 

"부엌 왼쪽에 있어." 


 

현민은 어그적거리며 침대에서 일어난다. 어제 만리장성을 쌓은 결과물인지, 허리를 한 손으로 짚고 절뚝거린다. 내가 이 어린애랑 떡을 치다니. 동민은 미칠 지경이다. 살다살다 머리에 피도 안마른 애랑 섹스하기는 처음이네. 취향이 어린 소년같은 사람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어린 애기와 어떻게 해 보겠다는 건 아니었는데. 이래서 사람 말이 씨가 된다고, 조심하라는 옛말이 있나 싶다. 동민은 머리를 잔뜩 헝크러뜨리며 진호에게 전화를 건다. 3번 정도 울리자, 졸린듯한 진호의 목소리가 들린다. 


 

- 왜애......... 

"차 좀 끌고 나와라. 나 회사 데려다줘." 

- 아.......형 지하철 타고 많이 가자나........... 

"오늘은 내가 홀몸이 아니라서." 

- ..........응? 

"어제 얘, 18살이랜다. 고딩이래. 학교 데려다주게, 빨리 차 좀 끌고와줘." 


 

18살? 잠에 취해있던 진호의 눈이 번쩍, 하고 뜨인다. 아니, 이 형이 이제 웬만한 성인 게이들은 다 따먹었다 이건가. 이제는 고딩한테까지 손을 뻗었어??? 진호는 어이없다는 듯 핸드폰을 내려보다가, 통화를 종료한다. 그래도 회사에 데려다달라니, 출동할 수밖에. 세수할 시간이 없는 진호는, 대충 얼굴을 가리기 위해 뿔테 안경을 쓴다. 양치질 할 시간도 없어, 신발장 위에 놓여있는 민트향 가그린을 입에 물고 아르르르르륵 - 하고 가글을 한다. 싱크대에 가글을 푸앗, 하고 뱉더니, 그대로 슬리퍼를 꿰어신고 달려나간다.  


 

동민의 집에 들어가보니, 말로만 듣던 고딩이 보인다. 검은 더벅머리에 통통한 볼을 가진 이 어린 놈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진호는 안중에도 없는지 정신 없이 동민만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동민은 현민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정장 입는 데에 여념이 없다. 오늘은 흰색 와이셔츠에 진회색 조끼. 그리고 얇은 진회색 넥타이까지. 작은 키인데도 몸이 얇고 선이 예뻐서 그런가. 깔끔하게 딱 떨어지는 핏에 진호는 현민처럼 멍하게 동민을 바라본다. 동민은 거울로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멍하니 서 있는 진호를 발견한다. 


 

"........꼴이 그게 뭐야. 서울역에서 잤냐?" 

"빨리 오라며." 

"난 진호한테 부탁한거지, 노숙자한테 부탁한 적 없는데." 


 

이씨, 기껏 데리러 왔더니!! 진호가 발끈하자, 동민은 귀엽다는 듯이 웃는다. 그리고 왼손에 차여진 시계를 내려다 본다. 8시. 이 고딩은 8시 40분 전까지 등교해야 한다. 나의 출근 시간 데드라인은 9시. 시간이 없다고 판단한 동민은 빨리 나가자, 며 혼자 재빠르게 현관을 벗어난다. 진호와 현민은 그런 동민을 뒤쫓아 허겁지겁 나선다. 


 


 


 


 


 


 


 


 


 


 


 


 

"미니미니, 좋은 아침!" 


 

검은 후드티를 입고 거울 앞에 서서 틴트를 바르던 정문이, 뒷문으로 들어서는 현민을 발견하고 아침 인사를 건넨다. 그러나 현민은 교실 맨 뒤의 구석자리인, 정문의 옆에 무너지듯이 앉는다. 그리고는 앓는 소리와 함께 책상 위에 엎드린다. 뭐야, 무슨 일 있나? 예쁘게 빨간 틴트를 새끼손가락으로 펴바른 정문은, 손가락에 묻은 틴트를 거울 옆 벽에 쓱 바른다. 다 됐다, 싶은 정문은 현민에게로 팔랑팔랑 뛰어간다. 왜 그래, 미니미니. 무슨 일 있어? 정문의 질문에, 현민은 고개를 번쩍 들고 고개를 끄덕, 해 보인다. 어제, 생각보다 성공적이었나보네. 교실 안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말이라는 것을 안 정문은, 현민의 오른팔을 잡고 살짝 당긴다. 밖으로 나가서 이야기하자는 뜻이다. 현민은 몸을 일으켜 정문과 함께 뒷문을 나선다.  


 

"......거긴 어때?" 

"되게 복작복작했어." 

"그래? 좋은 것 같아?" 

"그건 모르겠는데..........무나, 나 애인 생길 것 같아." 


 

현민의 말에 정문은 눈이 번쩍 뜨인다. 안 그래도 큰 정문의 눈이, 더 커져서 눈알을 뱉어낼것만 같다. 그러나 정문에게는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뭐? 너 어제 처음 간 거잖아. 그런데 뭔 애인이야!! 정문이 놀람 반 경악 반으로 이야기하자, 현민은 검지손가락을 정문의 입술에 가져다댄다. 소리가 너무 커...!! 틴트가 지워질까, 현민의 손을 황급히 떼어낸 정문은 후드 주머니에서 거울을 꺼낸다. 거울에 자신의 입술을 이리저리 비춰보며, 정문은 현민에게 질문공세를 시작한다. 


 

"어떻게? 번호 따인거야?" 

"아니." 

"그럼, 같이 술 마셨어?" 

"아니." 

"..........잤어?" 

"..............응." 


 

이게 진짜, 내가 너 원나잇이나 하라고 거기 가 보라고 한 줄 알아!!! 정문은 현민의 명치를 주먹으로 가격한다.  


 

정문과 현민은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다. 정문과 현민이 초등학교 6학년이 되자, 정문은 현민이 다른 남자아이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다른 남자애들이 땀을 흘리며 뛰어놀 때, 현민은 자신을 치장하는 데에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게다가 남자아이들이 무심한 반면, 현민은 섬세하게 다른 사람들을 챙길 줄 알았다. 이런 여러 부분에서 정문은 긴가민가했었다. 하지만 중학교 2학년 때, 정문이 짝사랑하던 선배를 바라볼 때 현민의 시선 끝에도 그 선배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모든 것은 끝났다. 확실했다. 그 후 정문은 현민을 은근슬쩍 떠보고, 추궁도 해보고, 나 못 믿냐고 화를 내기도 했었다. 그러나 다 통하지를 않자, 심지어는 말해보라고 무릎을 꿇고 싹싹 빌기까지 했었다. 현민은 처음에는 절대 아니라며 부정했지만, 2주일 동안 정문이 이런 태도로 나오자 학원이 끝나고 집에 같이 가는 길. 울면서 고백했다, 나 사실은 남자를 좋아한다고. 정문은 그건 안 지 2년째라며 말하면서 애처롭게 우는 현민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런데 18살이 되자, 정문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이 친구의 성 정체성은 확고한 것일까. 혼자만 있어서 잘못된 생각을 해서, 그걸 자신의 성 정체성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마침 현민이 다른 동성애자들을 보고 싶다는 말을 털어놓은터라, 정문은 현민이 그 세계에 한 번 가 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서울에 동성애자들의 아지트가 어딘지 포털사이트마다 샅샅이 찾았다. 그리고 마침내, 발견한 곳을 현민에게 알려주며 주말에 가라고 추천했던 것이다. 현민은 정문에게 고마워하며 일요일에 다녀오겠다고 한 것이고. 그리고 실제로 다녀왔지. 그런데, 뭘 해? 이게 지금 고마운 것을 원수로 갚아? 정문은 이제 현민의 정강이를 제기를 차듯 여러번 걷어찬다. 


 

"누가 너 몸 그렇게 굴리라고 거길 보냈어? 죽고 싶어?" 

"아, 그런거 아니야!!! 나, 나를 기억하겠다고 했어." 

"응?" 

"나랑 함께 있던 것을, 꼭 기억하겠대. 그리고, 사랑한다고도 했어. 우린 하룻밤의 장난이 아니라, 운명적으로 딱 만난 거라고!" 

"후..........그래? 그럼 곧 애인 될 것 같은, 그 분 이름은 뭔데?" 


 

현민은 정문의 질문에 굳었다. 그러고보니, 나 그 남자 이름을 모르는구나......... 섹스까지 했는데. 현민은 입을 딱 다물고 우울에 빠진다. 현민이 아무런 말이 없자, 정문은 다시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는 망설임 없이 현민의 배에 주먹을 조준했다. 


 


 


 


 


 


 


 


 


 


 


 


 


 

"응?" 


 

퇴근하자마자 준석은 게이 골목의 한 바로 향하고 있었다. 오늘 경훈이 무대에서 춤을 춘다나. 하여간 뭐 가만히를 못 있어요, 찌찌놈. 비웃을 겸 구경이나 하러 가 볼까. 해가 지기 시작하는 게이 골목을 혼자 걷는 준석의 시선 끝에, 어디서 본 듯한 사람이 보인다. 남색 패턴이 드문드문 놓인 와이셔츠에, 검은색 슬랙스. 그리고 앳된 얼굴. 준석은 곧 동민이 자신의 눈 앞에서 잡아챈 소년이었다는 것을 기억해낸다. 그런데 쟤는 왜 이시간부터 여기서 헤매고 있어. 준석은 모른 척 현민을 지나치려 한다. 그런데 현민도 준석을 발견하고는, 반갑다는 듯이 자신에게 달려왔다. 


 

"어, 저기요." 

"........네?" 

"저, 저 아시죠. 네?" 

"......뭐, 얼굴 정도는." 


 

거짓말은 아니니까. 준석이 대꾸하자, 현민의 얼굴이 환해진다. 누가 보면 이산가족이라도 만난 줄 알겠네. 그런데 왜요. 준석이 뚱하게 묻자, 현민은 불안한 표정으로 바뀐다. 그러더니 손가락을 꼬며 고개를 떨구고 말을 주저한다. 아, 뭐요!!! 준석이 고함치자, 현민은 깜짝 놀라더니 힘겹게 입을 연다. 


 

"저, 저기. 어젯밤에 제가 같이 간 사람이요... 어디있는지 아세요?" 

"..........아, 동민이 형이요?" 

"그 분 이름이, 동민이에요?" 

".........둘이 떡 안쳤어요?" 

"이름을, 안 말해줬어요. 그런데 얼굴이라도 보고 싶어서 무작정 왔는데,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 몰라서..." 


 

말을 마친 현민은 비련의 여주인공인 것만 같은 표정을 짓는다. 현민의 축 처진 눈꼬리를 본 준석은, 순간 현민이 매우 불쌍해진다. 쯧쯧, 보아하니 여기 온 지 얼마 안 된 것 같구만. 그런데 하필 장동민한테 걸려서. 다시 한 번 동민이 형이 보고 싶은가보지? 준석은 대체 왜 자신 같은 순애보에게는 남자가 꼬이지 않고 장동민 같은 난잡한 놈에게 남자가 꼬이는 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생긴 것도 내가 더 나은데 말이야.  


 

"같이 갈래요? 오늘 나 가는 바에 동민이 형 올 텐데." 

"정말요??????" 

"우리 무리 중에 덜 떨어진 놈 하나가 오늘 뭐 공연을 한대서, 그거 보러 올 거에요. 욕하러 온다고 했으니까, 확실히 오겠지." 

"감사합니다!! 복받으실 거에요!!" 


 

해맑게 웃으며 준석에게 꾸벅 배꼽인사를 하는 현민이다. 어, 이게 이렇게 감사할 일인가 싶어진 준석은 머쓱해져 먼저 발걸음을 옮긴다. 그러자 현민이 엄마 개를 따르는 새끼강아지처럼 졸졸 뒤를 따른다. 준석의 뒤를 따르면서 안심이 된 현민은 거리를 이리저리로 살핀다. 아직 저녁 6시도 안 됐는데, 포차마다 남자들이 드글거리며 앉아있다. 서로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를 탐색한다. 눈에는 하룻밤에 대한 열망이 가득하다. 현민은 으으, 하고 고개를 젓더니 동민을 떠올린다. 자신의 위에서 부드러운 눈으로 사랑한다고 말을 했었지. 침대 위에서 들었던 동민의 목소리를 떠올리다, 그만 발기할 것만 같아 현민은 그만 두기로 한다. 누가 보면 섹스 때문에 그 사람 찾는 줄 알겠네. 난 그냥, 그 사람이 좋은 거라고! 현민이 뒤에서 이렇게 혼자 모노 드라마를 찍을 동안, 준석은 마침내 큰 바 하나를 발견한다. 요새 꽤나 핫하다는 게이바. 여기서 대체 왜 김경훈이 춤을 추고 난리인지는 모르겠다.  


 

"들어가죠." 

".......민증 검사는, 안 하겠죠?" 

"..............네?" 

"아, 제, 제가 민증을, 잃어, 버려서.." 

"이 곳에서 중요한 건 나이가 아니라 달려있는가, 아닌가지." 


 

준석은 무심하게 대답하며 먼저 바로 들어선다. 현민은 그런 준석을 쪼르르 쫓아 들어간다. 그러다가 바의 입구부터 입이 딱 벌어졌다. 지하의 바에는, 게이들이 한 가득이었다. 스테이지 위에서는 한 남자가 세미 정장 차림으로 격정적으로 춤을 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분명 의자에 앉은 상태인데, 몸을 들썩 거리느라 사람들이 몸을 반쯤 일으킨 것 같아 보인다. 이 시간부터 술에 취한 건가, 싶은 현민은 무서워서 준석을 빠르게 따라잡는다. 준석은 사람들 사이를 쉽게 헤집더니, 진호 혼자 앉아있는 테이블 의자에 앉는다. 


 

"어, 준서기 왔ㅆ............저거 뭐야." 

"장동민 보고 싶어서 왔대. 밖에서 길 잃고 혼자 헤매고 있는거 데려왔어." 

"쟬 왜 데려와!! 야, 넌 여길 왜 오냐!" 


 

현민이 합석하자, 진호는 현민에게 화를 낸다. 이게, 한 번 하더니 맛들렸나. 어린 놈이 여기가 어디라고 오는 거야. 안 가!! 진호가 현민에게 화를 내지만, 현민은 흥, 하더니 진호에게서 고개를 돌려버린다.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더니,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린다. 허, 얘 좀 봐라. 


 

"야, 가서 공부나 해. 왜 여길 와?" 

"왜, 대학생이면 놀 수도 있지." 

"야, 얘 고딩이다. 고2." 

"..............뭐???" 


 

진호의 말에 놀라 준석은 스테이지에서 기어다니는 경훈에게서 시선을 떼고 현민의 옆모습을 바라본다. 그러고보니, 애가 피부도 반지르르하고 볼살도 통통한게 애기 티가 나네. 그래도 미필인 줄 알았지, 고딩인 줄은.... 아니 그러면, 동민이 형은 미성년자랑 떡을 쳤다 이거야? 준석의 말에 진호는 그러니까!! 라며 화를 낸다. 현민은 애써 이 둘의 대화를 못 들은 척 한다. 그런데 이 둘의 대화는 현민에게만 들린 것이 아니었다 보다. 종업원 차림의 웬 중년 여성이 테이블로 다가오더니, 현민에게 친숙하게 말을 건넨다. 


 

"어머나, 고2야? 귀여워라, 어린 것좀 봐." 

"어리니까 어리죠. 장동민의 1180번째 그이입니다." 

"왜, 얘랑 애인 안 하고?" 

"언제 장동민이 애인 사귀는 적이 있대요?" 

"그래도, 이렇게 귀여운 애 없잖아 거의. 좀만 더 커봐, 여기 거리를 아주 휘어 잡겠구만. 얘 다 크면 장동민 퇴물되는 건 시간 문제일걸?" 


 

진호와 종업원 아줌마의 대화를 듣고 있던 현민은 장동민 퇴물이라는 한 단어에 반응한다. 날카롭게 발톱을 세우고 자신을 노려보는 현민을 본 여자는 호쾌하게 웃는다. 어머, 동민씨한테 아주 푹 빠졌나보네. 자기네 그 이 막말했다고 이렇게 날 세우는거야? 얘 귀엽다! 여성이 팔을 뻗어 현민의 볼을 살짝 꼬집는다. 안 되겠다, 서비스 안주 만들어주러 가야지. 여자는 호들갑을 떨며 테이블에서 멀어져간다. 현민은 이 불쾌한 여자가 사라지는 것을 보더니, 진호와 준석에게 말을 건다. 


 

"저 여자 머리가 돈 거 아니에요?" 

"왜?" 

"무슨 퇴물이에요. 사람 없다고 막말하네." 

"뭐, 곧 퇴물은 맞지. 29인데. 아홉수, 딱 퇴물되기 좋은 나이 아니냐?" 


 

준석은 손으로 비둘기 모양을 만들어보이더니, 구구구, 하며 현민의 팔을 쪼는 시늉을 한다. 뭐야, 이 사람. 현민은 그런 준석의 손길을 피해 진호의 옆으로 당겨앉는다. 자신의 앞에 놓인 맥주를 한 입 들이킨 진호는, 입가를 무심히 닦는다. 


 

"뭐, 저 여자가 확실히 머리가 돌았긴 하지." 

"그쵸? 게이바에서 술집 종업원이나 하고 있는 걸 보면 - " 

"나 같은 게이 아들 낳아놓고 뭐가 좋다고 지지해주고. 게이바에서 술집이나 차려서 사장이나 하고 있는지. 돌았지." 


 

......아들? 그럼.... 어머니셨어요? 현민은 잠시 얼어있더니, 책상에 머리를 박는다. 뭐, 항상 많이 듣는 얘기야. 처음은 봐줄테니까, 우리 엄마 욕은 이제 하지 마. 진호는 덤덤하다. 아니에요, 죄송해요!! 제가........!!!! 현민은 고개를 잠시 들었다가, 다시 쿵 소리가 나도록 이마를 테이블에 박는다. 진호는 현민에게 한 마디 할 요량으로 입을 열었다가, 자신의 핸드폰이 빛을 발하자 그 곳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런데 엄마 욕을 듣고도 담담했던 진호는 버럭 화를 내며 핸드폰 잠금을 푼다. 


 

"아, 이 형이 진짜." 

"누구?" 

"장동민. 오늘 안 온대." 

"네?" 


 

고개를 처박고 있던 현민은 테이블에서 몸을 벌떡 일으켰다. 커진 두 눈은 충격의 빛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왜요!!! 그럼 난 여기 왜 왔어!! 몰라, 임마!! 현민의 외침에 기분이 안 그래도 좋지 않았던 진호는 버럭 화를 내며 전화를 건다. 신호가 가자마자, 덜컥 하고 동민이 전화를 받는다. 


 

"대체 원나잇이 어디서 생겼다는 건데!" 

- 오늘 길 지다나가 번호 따였는데, 엉덩이가 이쁘더라. 지금 이 사람 차 얻어타고 우리 집 가고 있어. 급해서 못 간다. 

"아, 미쳤어 진짜? 어제 그 고딩 애기 형 본다고 여기 있어. 얜 어쩔거야!" 

- 걘 왜 그러냐, 이름도 모르는 애가. 너네가 나눠먹던지 알아서 해. 

"뭔 말같지도 않은 소리야. 이리 와서 얘 좀 데려가!" 

- 고딩은 말이야, 로맨스 환상에 푹 젖어있을 나이지. 내가 굳이 질풍노도의 로맨스 소년을 애기 챙기듯 챙겨야 하나? 

"얠 데려가서 떡친건 형이야!!!!!" 

- 그럼 너도 걔랑 쳐. 애기 돌보기도 너가 해. 


 

그리고 동민은 전화를 뚝 끊어버린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진호는 전화 통화가 종료된 액정에다 대고 고함을 친다. 준석은 와, 인성 갑. 냉정한 거 보소. 역시 장동민이야, 라며 고개를 내젓는다. 현민은 충격받은 얼굴로 가만히 진호를 바라본다. 볼륨이 커서 전화기 너머로 동민과의 통화 내용을 다 들어버렸다. 곧 나와 연애할 것만 같은 남자였는데. 자신의 생각은 분명히 그랬는데. 이게 바로 원나잇이라는 건가. 나는 몸만 대주고, 이름도 모르는 사람이라는 관계 하나로 정리가 되어버렸다는 건가. 그럼 몸을 섞을 때 나한테 했던 말은 다 뭐지. 그냥 정신 없을 때 했던 영혼 없는 대사였나. 울컥, 눈물이 치솟는다. 현민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고인다. 그러나 이 게이바에서 눈물이 나는 사람은 비단 현민뿐이 아니었다. 


 

'내가 공연하는데, 친구라는 놈들은 쳐다보지도 않아!!!' 


 

경훈은 스테이지 위에서 진호와 준석이 언제 자신에게 열광해줄까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열광은 개뿔, 지네끼리 얘기하고. 웬 낯선 남자 하나를 데려오더니 셋이 얘기하느라 난리가 났다. 이씨, 다 미워. 경훈의 눈에는 눈물이 살짝 고인다. 


 


 


대표 사진
글쓴갓
휴일이자나요? 긏방 달려야죠! ㅇㅅㅇ
10년 전
대표 사진
갓1
달려야죠!!!!!!!!!!!!!!아 미니미니 불쌍해ㅠㅠㅠㅠㅠ그래도 장오니까 잘되겠지??????
10년 전
대표 사진
글쓴갓
월요일이 되기 전에 나는 긏방의 장작이 되겠어!!!! ㅋㅋㅋ으음....8ㅅ8
10년 전
대표 사진
갓2
앜ㅋㅋㅋㅋㅋㅋㅋㄱㅋ 그 와중에 찌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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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갓
찌찌갓은 억울한게 제맛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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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3
찌찌 부쨩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미니미니는 울려야 제맛이죠ㅜㅜ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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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갓
흑...나쁜맘을 먹게해...크라이미니미니 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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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4
너 갓 또 올거지? 기다리고 있을게ㅠㅠㅠㅠㅠ 외쳐 장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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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갓
난 이곳의 장작인걸 ㅎ_ㅎ 장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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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5
ㅅ...사당행..❤️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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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6
으앙 좋아 미니 불쌍하고 귀엽고 찌는ㅋㅋㅋㅋㅋㅋㅋㅋ안타까웤ㅋㅋㅋㅋㅋ너갓사라해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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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7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재밌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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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8
미니미니는 울려야죠. ㅎㅎㅎㅎ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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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9
미니미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달려요달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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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10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 경훈이 어떡햌ㅋㅋㅋㅋㅋㅋㅋ잊고있었엌ㅋㅋㅋㅋㅋㅋㅋㅋ아 빵터졌닼ㅋㅋㅋㅋㅋㅋㅋ현민이도 불쌍한데 찌찌ㅋㅋㅋㅋㅋ재밌게 읽었다 너갓 최고야ㅠㅠㅠ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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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11
와ㅋㅋㅋㅋㅋㅋ진짜 재밌다ㅋㅋㅋㅋㅋㅋㅋ너갓 진짜 금손ㅋㅋㅋ또하나 볼 게 생겨서 신난다!!!!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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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12
아ㅠㅠ 미니미니 불쌍해ㅠㅠㅠㅠ 근데 귀여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쓰니야 얼른 와줘서 고마워ㅠㅠ 빨리 또와줘ㅠㅠ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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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13
쓰니야 ㅋㅋㅋㅋ 이거 진짜재밌다 ㅋㅋㅋㅋ 캐릭터 다 좋아 정문이도 완전 매력있는데? 장오 만나게 해준 일등공신이 무니로구나!!!! 여신무늬☆ 인성 갑 장도 좋고 ㅋㅋㅋㅋㅋ 미니미니 우는 것도 좋고 ㅋㅋㅋㅋㅋ 짜증내는 콩도 좋고 석도 좋고 찌도 좋고 콩 어무니도 싱기싱기.. 인물 설정이 이렇게 잘 잡힌 걸 보니 대작 냄새가 나 킁킁... 다음 편도 기다릴게 쓰니야 ♡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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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14
경훈잌ㅋㅋㅋㅋㅋ 마성의 냉정한 장 현민이랑 어떻게 사랑에 빠지려나 궁금하다ㅋㅋㅋ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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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15
이와중에 찤ㅋㅋㅋㅋㄲㅋㅋㅋㅋ 아침부터 좋은 글 읽게 해줘서 고마워...8ㅅ8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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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16
미니미니는 울려야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귀엽다 다음편읽으러 가야지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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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17
아ㅐㅋㅋㅋㅋㅋㅋㅋㅋ그와중에 찌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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