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
알콜음료는 머리 말랑할 때는 마시는 게 아니라고. 쌍문고 학생주임이신 아버지는 내게 말씀하셨다. 나는 자유화 시대에 알맞게 태어난 세대이니 자유롭게 무시했지만 새삼 어른들의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 먹을 일 생긴다고, 틀린 말 하나 없다는 걸 몸소 경험하고 있었다.
내가 그 말을 왜 한걸까, 분명 술기운에 한 말이지만, 그 정신 반 쯤 나간 상태에서 그런 말을 왜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냐 이거다. 무의식중에 진심이 나온다 하더니 그게 그 말인건지, 하지만 난 무의식중에도 성덕선을 귀엽게 본 적이 없었단 말이다.
「덕선이 요새 조오금 귀여워지지않았냐?」
무의식적으로 문득문득 떠오르는 그 기집애 생각때문에 우걱우걱 앞에 놓인 도시락에서 반찬을 입에 꾸역꾸역 담아 씹었다. 이게 뭐냐 진짜, 혹시 술이 문제가 있던건 아니었을까 진지하게 고민하며 뒷머리를 매만졌다.
“…너 뭐하냐?”
나는 선우가 싸온 도시락의 반찬을 집어 먹고 있었다. 아 씨. 내가 뭐하는거지. 선우네 어머님 음식은 뱉고 보는 나였는데. 옆에서 정환이 새끼가 날 바라보는 눈빛은 가관이었다.
“니 오늘 뭣 같은거 아냐? 왜, 오다가 음대생 누나 팬티라도 봤냐?”
“아 나 못먹겠다, 속이 너무 안좋아”
“원래 니 선우 도시락 안 먹었으면서 배려하는 척 하네”
“아. 햄 니가 먹어. 아 속 너무 안좋아”
“왠열? 이새끼 어디 아픈가봐”
돌아앉아서 책상에 엎드리는데 김정환이 내 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진짜 팬티 봤냐? 나는 한심하다는 눈빛을 팍팍 쏘고선 고개를 돌려 눈을 감았다. 아침도 안 먹었는데 입맛이 왜 없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
브금도 나름 내용에 맞게 한거....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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