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보기용)
줄글 못쓴다구,,, 썰 쓴다구,,,
략간의 각색이 있음니다,,
소는 대나무숲에서 정윤을 죽이려 한 자객들이랑 대판 싸우고 배후를 알아낼 찰나 끼어들어 일을 망친 해수에게 엄청나게 화나있음. 내가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였을지도 모르는데, 한낱 계집이 일을 그르쳐 다 물거품이 됐으니.
해수에게 기억을 떠올리라며 얼굴을 잡고 거칠게 말하다가, 욱이 와서 어쩔 수 없이 일단락됐을 때도 소의 분통은 풀리지 않음. 아니,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살고싶은게... 죄야?"
라며 하얀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고 뚝 뚝 떨구던 그 눈물이 침소에 들고도 잊혀지지가 않음. 다시는 눈에 띄지 말라고 폭언까지 내뱉었는데, 그 말이 민망할정도로 자꾸 귀에서 그 목소리가 아른거림.
어릴적, 칠흑같은 어둠과 맹수들의 그르렁거리는 소리에 둘러싸여 두려움에 뇌를 잠식당하면서도 했던 자신의 그 행동도,
살고싶어서 그랬던거니까.
에이. 잊자. 하며 눈을 감아도 빨개진 눈으로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던 해수의 얼굴과 목소리가 겹쳐서 웅웅댐. 그렇게 한참을 뒤척이다 결국 야심한 밤에 아이, 씨. 하며 일어나서 옷을 제대로 갈아입고 해수의 방 앞으로 향하려다, 전에 최주몽이 귀한것이라며 챙겨준 동그란 원통모양의 주전부리 상자가 눈에 띄여 그것을 챙겨들고 방을 나섬. 받은지 한참 되어 상하지 않았을까, 하여 냄새도 맡아보고 불 아래서 유심히 관찰하고 별 짓을 다 하다가 그냥 들고나옴. 내가 왜 이딴것을 신경쓰는거지. 하면서.
해수의 방이 어딘지 평소에 관심따위 있을리 만무했기에 한참을 헤매다 욱이 어느 방 앞에 서있는것을 보고 흠칫 놀람. 그리고 그곳이 해수의 방이라는걸 알아차림. 이내 욱이 들어가는것을 보고 잠시 그 자리에 멍하니 욱이 들어간 문만 쳐다보고 있음. 아니, 분명 잠시라 생각했는데 퍼뜩 정신차려보니 욱이 방에서 나옴. 소는 욱이 완전히 사라지기를 기다렸다가 해수의 방 문고리에 주전부리를 걸어놓고 침소로 돌아옴. 이제 미안한 마음도 사라졌으니 편히 잠들겠지.
웬걸, 그런데
계속 곱씹어도 묘하게 찝찝하고 기분나쁨.
분명 방을 나서 욱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음, 아니 오히려 조금, 아주 조금 들떴던것 같기도. 왜지. 왜. 미간을 찌푸리며 고민해도 계속 해수의 방에 들어간 욱이 떠오름. 그 이후의 일들도 저절로 상상이 되고, 젠장, 저절로 입에서 욕짓거리가 튀어나옴. 아, 조금만 더 빨리 갈 걸. 길만 안 헤맸어도. 주전부리만 안 챙겼어도. 옷만 안 갈아입었어도.
어, 뭐지. 나 왜 이딴 생각을 하는거야. 나 왜 이러지?
답이 나오질 않자 소는 그저 연민이나, 뭐 미안함, 그런것이 복잡하게 뒤엉켜서 기분이 나쁜것이라고 치부해버림. 그런데 또 이상한 건,
왜 아까부터 해수의 우는 모습이 떠오를때마다 심장이 빨리 뛰고 손끝이 말랑해지는지, 알 수가 없음. 정말이지 알 수 없는 일임. 냉철하고 잔인한 개늑대가 왜 이러는지, 정말 알 수 없음.
아, 모르겠다.
내일 아침에는 해수가 주전부리를 먹었는지 확인해보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소는 눈을 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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