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해 쓰려다 뭔가 여자 설정을 새로 하고싶어서 그냥 요 부인으로 설정. 요 부인은 황가에 위협을 가할 정도로 큰 세력을 지닌 지방 귀족집안에서 애지중지 아끼던 막내딸임. 그런 집안에서 반란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자 왕건은 그쪽 막내 딸이랑 황자랑 혼인을 시키자고 함. 원래는 왕건한테 시집오는게 어떻겠냐 했지만 이미 왕건 건강이 온전치 않은 상황이었기에 황자로 혼인 상대가 바뀜. 막내딸은 시집가기 싫어 밤낮을 울다, 어머니 아버지가 겨우 설득해서 마지못해 송악으로 오게 됨. 사실 마음만 같아선 정실이 되진 못해도 둘째, 셋째 부인이라도 좋으니 정윤에게로 시집 보내고 싶었지만 이 막내 딸이 좀 성격이 남달랐음. 귀족 아가씨 답지 않게 하고싶은 말은 그 자리에서 다 해버려야 속이 시원하고, 악기를 잘 다루지도, 그림을 잘 그리지도 못하고. 곱게 생긴 외모랑 달리 툭하면 넘어지고, 어디 가서 맨날 무릎이나 깨고 다니는 아가씨였음. 그래서 가문 체면을 생각해 차마 정윤한테 시집 보내지는 못하고, 이리저리 신랑감을 찾다가 이 철부지 아가씨 집안 배경이 마음에 들었던 황후의 입김으로 3황자 둘째 부인으로 들어가게 됨. 아가씨 집안은 정윤도 아니고, 3황자 둘째 부인이라니 그건 약속과 다르지 않냐며 처음엔 반발이 있었지만 철부니 아씨는 얼빠라 3황자 얼굴 보자마자 사랑에 빠져버린 것임ㅋㅋㅋㅋ 그래서 처음엔 "저는 아니 갈것입니다아아!! 시집 가지 않을 것이에요!!" 하고 반항하던 아가씨가 갑자기 달라져선 "시집 보내주시어요." 해버리는거..ㅋㅋㅋㅋ 딸이 그렇게까지 말하니 드디어 우리 딸내미가 철 들었구나 싶은 부모님은 결국 3황자의 두번째 부인으로 딸을 시집 보냄. 그렇게 두 사람은 혼인하게 되는데, 요는 어머니가 하라고 해서 하는 혼인이라 별 생각 없이 의무적으로 부인을 대함. 합방 날에도 무서워 떠는 부인을 달래주긴 커녕 그냥 처음 혼인했을때 하던대로 자기 맘대로 함. 부인은 요가 표현이 서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속은 따뜻한 분이시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는데 사실은 집도 그립고 이리 먼 송악으로 시집온 것을 조금 후회하고 있었음. 그럼에도 참고 견디는건 아주 가끔 요가 짓는 희미한 미소 때문이었고, 부모가 중매를 서서 마음에도 없는 사람과 혼인해야했던 자기 형제자매들과 달리 자신은 그래도 첫눈에 반한 사람에게 시집왔기 때문이었음. 요는 한달에 두어번 첫째부인과 둘째부인을 번갈아 만나는 것 외에는 부인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지 않았는데, 어쩌다 집안에서 얼굴 마주칠 때에도 인사치레만 하는게 끝이었음. 부인이 둘 다 가문을 등에 업고 시집 왔으니 냉대하진 못해도 연모하지도 않고 딱히 잘 챙기지고 않는거. 그냥 예의만 차리는 정도임. 근데 이런 요도 둘째 부인을 꺼려하는게, 첫째 부인은 현명한편이고 권력욕이 있어서 처신을 잘한다고 해야하나. 요 비위를 잘 맞춰줌. 근데 둘째 부인은 만날 때마다 눈을 반짝반짝 빛내면서 언제 또 찾아오실거냐고 묻고, 오늘은 무얼 하셨는지, 기분은 어떠신지, 혹 근심거리는 없으신지 하나부터 열까지 궁금한건 다 물어보는거임. 거기다가 자기는 오늘 뭘했고, 누가 뭐라고 해서 이런 일이 있었고 시녀들 말로는 어디서 누가 그랬다더라~ 오만 얘기를 다함. 요는 귀찮은걸 싫어해서 자연스럽게 둘째 부인을 덜 챙기게됨. 근데 얘네가 속궁합()이 잘맞는지, 두번째 합방날에 요 부인이 덜컥 아이를 가지게 된 것. 몇년째 합방해도 아이가 들어서지 않던 첫째 부인과 달리 너무 쉽게 회임한 탓에 첫째 부인은 둘째 부인을 신경도 안쓰다 갑자기 견제하기 시작함. 근데 정작 부인은 자기가 요의 아이를 가졌다는 것이 실감도 나지 않고 아직도 얼떨떨하기만 함. 한편 요는 일단 회임을 하였다니 부인을 조금 더 챙기기 시작하지만 그건 황후가 당부해서 그런것일 뿐임. 그럼에도 요 부인은 요가 자기를 이전보다 자주 찾아주니 좋아서 회임한 몸으로 요 올때마다 쪼르르륵 뛰어 마중나가고, 요랑 식사라도 하려 하면 요 얼굴 감상하느라 입에 들어가는건 하낫또 없음. 그러다가 참다 못한 요가 "부인, 그만 보시고 뭐라도 드시지요." 하면 자기 걱정해준다고 감동받아서 막무가내로 입에 집어넣다 체하기를 반복했음. 그러던 어느날 요 부인이 요랑 황자들이 하는 대화를 자기도 모르게 들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이런 대화. "형님. 둘째 부인께서 회임하셨으니 집안의 경사도 이런 경사가 없사온데, 언제 한번 크게 잔치라도 열어 주실 것이지요?" "회임한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잔치까지 열 일이냐?" "...ㅇ, 예?" "쓸데없이 호들갑 떨지마." 요는 첫째부인이 자기가 먼저 회임하지 못해서 자꾸 황후한테 일러다가 합방일 앞당기고 그러니까 질려서 둘째부인이 회임한것도 좀 짜증나는 상황이었음. 자기도 아직 어리고, 아직 자식은 없어도 크게 상관없는데 여튼 계집들은 하나같이 귀찮다고 생각하고 있음. 근데 주변에선 하나같이 집안 경사라고 호들갑 떠니까 더 기분이 별로임. 요 부인은 요 말을 듣고 정말 크게 상처받음. 단 한번도 자기가 회임을 했다고 집안의 경사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아이를 등에 업고 집안 안방마님 차지하려 했던 적도 없었는데. 자기는 단지 연모하는 이의 아이를 가진 것이 기뻤을 뿐인데 요가 그렇게 말하니까 당연히 상처받겠지. 그 후로 부인은 요를 볼때마다 전엔 그저 표현이 서툴러 그렇다 생각했던 행동들이 단순히 자기가 귀찮고 싫어서 나오는 행동이라는걸 깨닫게 됨. 그제서야 자기가 한 정략결혼이 얼마나 바보같은 짓인지를 알게된 거. 나 혼자 연모한다고 행복한 혼인생활이 가능할 리가 없는데 어찌 그걸 몰랐나 싶음. 한편 요는 부인 배가 불러올수록 부인을 자주 찾는데, 황후가 어디서 용하다는 무속인을 데려다가 점을 쳐봤더니 부인이 아들을 회임했다는 점괘가 나와서 특별히 더 잘 챙기라고 말해서 그런거임. 근데 관심이 없어도 거의 매일 보다시피 하니까 부인이 전과 좀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됨. 전처럼 웃지도 않고, 혼자 재잘대지도 않음. 그냥 자기가 하는 말에 '예' '아니오'로만 대답하고 눈도 잘 안마주침. 의원 말로는 본래 회임을 하면 몸이 힘들어 기운이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하긴 하는데 시중 들어주는 하녀들한테 물어보니 입맛이 없다고 식사도 자주 거르고, 잠만 잔다고 하길래 요는 부인한테 무슨 일이 있냐 물어봄. "부인. 혹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으십니까." "...아니요." "허면 어찌 식사도 거르시고, 요즘 통 기운이 없으셔서 걱정입니다." 입은 걱정한다고 하면서, 요 얼굴은 전혀 걱정하는 사람 얼굴이 아님. 아무리 그래도 한지붕 아래서 같이 살다보면 미운 정이든 고운 정이든 들기 마련인데 입으로만 걱정한다고 하는게 눈에 뻔히 보이니까 부인은 참다못해 요한테 물어봄. "진심으로 제 걱정을 해주시는 겁니까? 아니면 황후께서 그리하라 이르셔서 못이긴척 걱정해주시는 척이라도 해야겠다 싶으신것입니까?" "..?" 요는 조금 당황해. 철부지 바보같던 부인이 진지한 모습으로 그렇게 물어오니 대답을 못하지. 입에 발린 말이라도 아니라고, 진심으로 걱정되어 하는 말이라는 얘기를 못하는 요를 보니 부인은 확인사살 당하는거지. 연모는 커녕 사람으로서의 정조차 없는거야, 요랑 자신의 관계는. 부인은 마치 낭떠러지에서 굴러 떨어지는 듯한 기분이야. "저를... 연모하지 않으시지요?" "... 부인." "솔직하게 말씀해주세요. 제게 단 한번이라도 연모하는 마음을 품어보신 적이 있으신지.." "... 어차피 처음부터 그런 혼인이 아니지 않았습니까. 부인께서도 다 알고 이리로 오신 것이 아닙니까?" "저는..! 저는 황자님을 연모하였기에 이 먼 송악까지 온 것입니다. 연모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진즉 이곳을 떠났을 것입니다." "그렇습니까. 저도 부인에게는 감사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제가 원하는 자리에 조금 더 가까워졌으니 말입니다." 보십시오. 연모하는 마음이 없어도 이리 살 수있지 않습니까? 덕분에 부인도 송악에서 살게 되셨고, 제가 황제가 되면 부인의 아이가 훗날 이 고려의 주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요의 말에 부인은 온갖 정이 다 떨어지는 기분임. 요는 정확히 '부인의 아이'라고 했고, 마치 자기 새끼가 아니라 남 얘기하듯 하니까. 요는 워낙 어릴때부터 자신을 물건 취급하는 황후 밑에서 자랐기 때문에 자기 아이한테도 애착이 없는거. 그래서 부인도 아이가 생기면 황후가 자기한테 했던거 그대로 키울거라고 생각함. 요는 진짜 엄마의 사랑이 뭔지 모르고, 연모하는 감정이 뭔지도 모르니까. 자기 앞에 앉아있는 여인이 자신을 연모한다고 진심을 담아 전했음에도 그 감정이 얼마나 깊고 소중한 감정인지 차마 지금은 이해하지 못해. 훗날 요는 아마 오늘 이 날을 죽을만큼 후회하게 되겠지만. - 헉헉 쓰다보니 넘 길어졌어.. 뭔가 서사 제대로 써보고 싶어서 처음부터 썼는데 노잼삘이네 ㅇ.ㅜ 요에게도 로맨스가 필요해.. 진심으로 ㅠㅠㅠㅠㅠㅠㅠㅠ 개인적으로 나중에 후회하면서 스윗해지는 요가 보고싶기 때문에.. 또 생각나면 이어서 글 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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