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해 망상글. 누이가 떠났다. 그토록 내가 은애하던, 누이가 세상을 떠났다. '이럴줄 알았으면, 고백이라도 해봤을 텐데..' 백아는 뒤늦게 누이에게 마음을 표현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이미 누이는 욱이형님과 혼인을 맺으셨고, 이 세상에는 더이상 누이는 없다. '하지만 나보단 저 아이가 더 힘들텐데.. 누이를 그리워하며 괴로워하고 있는 나보다. 더 괴로울텐데.' 술잔을 기울이던 백아는 힘없이 쓸쓸히 다니는 해수를 보며 눈빛이 측은해진다. '그 아이를 웃게 해주자.' '누이에게 못 해준 모든 것들. 수에게 해주자.' . . 내가 수에게 이토록 잘해준 것은 처음엔 동정심이었다. 그저 동정심일 뿐. "짜잔!" "..뭐예요?" 갑자기 해수 앞에 나타난 백아가 웬 책을 하나 들고 웃으며 서있다. "이 책, 너 해라." "예?" 내가 잘못들은건가.라고 생각할 즈음에 이미 해수는 얼떨결에 백아에게서 그 책을 손에 쥐고 있었다. 그 책을 열어보니 해씨부인과 해수, 둘로만 책에 채워져 있었고, 웃는 얼굴로 가득 차 있었다. 백아의 책을 보며 해수는 눈물을 흘렸다. 해수는 해씨부인의 웃는 모습이 담긴 그림을 가슴에 파묻고 울고 있었다. "네 마음. 나도 잘 안다. 누이를 그리워하는 그 마음, 이 그림으로 달랬으면 해서." 백아가 멋쩍게 웃었고, 해수는 여전히 서럽게 울고 있었다. 그 후로도 몇 번씩 백아는 수와 같이 술잔을 기울였고 자신보다 수가 취할 때면 곤히 잠든 수의 얼굴을 기억해 밤마다 그림을 그리곤 했다. 그러던 때에 자신도 모르게 머릿속에 수를 생각했다. 처음엔 동정심이라 여겨 부정하던 백아는 점차 자신의 마음에 확신이 생겼다. 지금은 동정심이 아니다. 이것은 그 아이를 연모하는 마음이다. 백아는 술을 마시려던 찰나에 수에게 말한다. "수야" "예?" "나는 너를." ".." "연모한다." ".." "나와 남은 생을 함께 하지 않겠느냐." . . . 그 후론 해수와 백아는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 아해 망상글은 처음.. 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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