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우연과 감정이 우리를 스쳤는데. 과연 운명이란 이름 아래 그것을 인연이라 부를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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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혹은 더 자주, 소는 스스로가 세상에게서 버림받았다고 생각했다. 바람은 오로지 소를 외롭게 만들기 위해, 하늘은 소를 저주하기 위해, 사람들은 소를 외면하기 위해. 그래서 온 세상이 소를 괴롭히고 배척하고 결국엔 절벽 끝자락에 세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또 고민하고 괴로워하다보면 결국에는 모든 것이 지독해졌다. 그리하여 온 세상이 스스로를 괴롭힌다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 광활한 세상이 오로지 한 사람을 괴롭히기 위해서라면, 그것에 고통 받는 나는 또 무슨 의미가 있는가.
소는 자신의 인생은 얼굴이 칼날에 찔리면서 끝났다고 생각했다. 팔려가듯 볼모로 잡혀가면서. 죽지 못해 살게 되면서. 그 순간부터 왕 소는 죽은 것이고, 사는 모든 인생은 무의미로 돌아왔다. 소는 어떤 것에도 의미를 둘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소 스스로가 무의미인데 도대체 어떻게 의미를 둘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는 살고 싶었다. 간절하게 삶으로 그 의미를 두고 싶었다. 그래서 소는 길고 긴 무의미 속에 한 가지 생을 두기로 했다. 그건 자신을 버린 세상에 찾아가 책임을 묻는 거였다.
ㅡ 당신이 날 버렸으나 나는 당신의 소유이니.
“누가 네 어미야. 끔찍한 소리하지 말거라.”
ㅡ 날 죽이든 살리든 당신 뜻대로 하세요.
“썩 나가. 다시는 찾아오지 말거라.”
하지만 다시 만난 세상은 날 가진 적조차 없다는 냉랭함이 전부였다. 나는 어디서 태어나고 누구에게서 나와 이렇게 버림 받은 건가. 소는 그날에서야 깨달았다. 그가 한 평생가지고 있던 단 한 가지는 그저 미련이고 헛된 망상이고 결국 거짓이란 것을. 소는 애초에 버림받은 적도 없었다. 누구의 소유였던 적이 없으니까. 그리하여 소는 이 세상에 홀로 떨어진 거다. 소는 진정으로 혼자였다. 바람이 외롭게 하는 것도, 하늘이 저주하는 것도, 사람들이 외면하는 것도 아닌.
애초에
그가
그렇게
태어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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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보십니까?"
욱은 동정심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 제 사람만 챙기기도 바빴고 제 살기만도 바빴다. 아닌 척 웃으며 있어도 속으로는 한가득 이기적인 생각이 가득했다. 욱은 황자였고, 그렇게 태어났고, 그런 사람이었다. 스스로를 위해 제 사람들을 위해 많은 것을 짊어지고 사는 사람이었다. 그렇게 따지자면 4황자는, 소는 욱의 사람이 아니었다. 가족이라는 명목 아래 서있으나 결국은 타인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욱은 소를 유의했으나 경계하진 않았다. 버림받은 곳으로 기어코 아득바득 돌아온 형은 그다지 경계해야 할 대상이 아니었으니까.
“저 애 참 곱지 않습니까?”
“해 수라고 했나?”
“예, 부인의 동생입니다. 제 부인이 워낙 몸이 약해 같이 있으면 힘이 될까싶어 불렀습니다.”
“글쎄, 곱기 보다는 맹랑하던데.”
그래서 욱은 누구보다 먼저 소의 눈이 향하는 곳을 알아 챌 수 있었다. 타인이기 때문에. 눈앞을 가리는 편견과 선입견이 없었기 때문에. 가장 솔직한 소의 모습 그대로를 볼 수 있었다. 그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욱이 향하는 곳에 소 또한 향하고 있었으니까. 욱은 누구보다 먼저 소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굳이 알려고 하지 않았다. 소는 욱에 관해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는 인물이니까. 소가 어떤 것을 원하든 욱은 줄 생각도, 빼앗길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소와 욱은 같은 곳을 향했고 서로를 보지 않았다.
“하지만 속을 잘 살펴보면 누구보다 따뜻한 아이입니다.”
하지만 사실 두 사람이 같은 모습이라는 건 무의적이든, 의식적이든 서로는 분명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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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과 소가 어떤 마음이든, 어떤 관계든, 어떤 운명이든 결국 모든 것의 끝에서 둘은 서로가 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연적이든, 역적이든. 황궁에서 황자로 태어난 이상 그들은 서로의 목숨을 위협하는 적이었다. 해 수는 그들을 위로했으나 진정으로 속을 꿰뚫어 보는 것은 서로였다. 다른 위치에서 다른 삶을 살면서도 결국 모든 게 엉망이라, 궁 안엔 피바람이 불었고 생이 숙청당하고 비가 내렸다. 그 긴 시간 동안 둘은 다른 길을 걸었고 다른 사랑을 했고 다른 운명을 맞이했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마주치는 우연은 서로의 같은 몰골임을 알려주었다. 지독한 동질감이 서로를 스쳤고 서로를 위로하지 않은 서늘함이 둘 사이에 남았다. 우연은 그저 우연으로. 감정은 감정으로. 운명은 겸허히 맞이했다.
“후회하지 않느냐?”
“그리하여 이것은 그저 그대로 됐어야 할 일입니다.”
그 서늘하고 무의미하고 차가운 것을 감히 무엇이라 부르겠는가? 감히 가족이란 이름 아래, 숨겨진 명목 아래 이것을 인연이라 부를 수 있는가. 소는 눈앞이 어두웠다. 밤하늘의 달이 훤히 빛나도 흐르는 피가 앞을 막았다. 고요한 황궁에는 비명하나 없었고 날 선 칼날이 바닥을 긁었다. 소는 피범벅이 된 모습이었다. 제 피는 아니었으나 정신이 혼미한 게 꼭 제 피 같았다. 방 안에 조용히 눈을 감고 있던 욱은 무미건조한 눈으로 소를 보았다. 소는 웃었는지, 울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두 눈이 떨렸고 마음이 떨렸고 그래서 어긋났다. 소는 피가 떨어지는 칼을 문 너머로 던져버린 뒤 욱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겸허히 무릎을 꿇고 위를 올려보며 자문했다.
“이것을 연모라 칭해야 하느냐?”
“그저 헛것입니다.”
“그러하면 너를 향하는 이 걸음은 무엇이냐?”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러하면 욱아.”
“듣고 있습니다.”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니. 부디 살아남아라.”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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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림받은 세상 위로 올라가 그를 버렸던 모든 것이 그를 우러러볼 것이요.
그의 모든 것들을 위협했던 어리석은 이들은 결국 스스로가 위협 당 할 것이요.
그리하여 태양과 달은 서로가 만나 함께 빛나니, 이는 고려의 하늘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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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 너무 마음에 안 들어서 엎으려다가 말았땅... 가볍게 봐조ㅠㅠㅠㅠㅠㅠㅠㅋㅋㅋㅋ 사실 이따가 저녁에 화력 좋을 때 가져오려고 했는데 밀당하는 것 같아서 가져왔땅!!!♥♥ 사실 화력 좋아지기 전에 심심할 뾰들 있을까바.. 이런 거라도 보고 있오!ㅋㅋㅋㅋㅋㅋ 아마 시간 되면 다른 망상글도 가져 올 수 있을 것 같아! 기다려줘♥♥ 소재 준 뾰 아이러브뾰♥ 나 되게 여러가지 망상글 쓸 예정이니까 보고싶은 커플 댓에 적어주면, 그 커플글 쓰면 답댓 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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