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소 망상글] 눈꽃 上
* 원작의 내용을 따와 일부 각색하여 작성했으니 피하고 싶은 뾰들은 뒤로가기를 눌러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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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인께서 없어지셨습니다."
"성치않은 몸으로 도대체 어딜 나가셨단 말이냐, 당장 사람들을 풀어 찾아보아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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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령아"
"예, 부인."
"네가 나를 애기씨라고 불러줬을 적이 그립구나."
"..."
"피를 머금지 않은 이 땅을 다시 보고 싶어."
"부인.."
"모든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나는 그 분을 막지 못했다. 죄없는 피가 고려에 흩뿌려질 때에도 말이다."
"부인께서는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허나, 알고 있니. 채령아. 도망치듯 그 분을 떠나 이제서야 개성을 벗어난 내가 그 분을 사무치도록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을.
"채령아, 이곳에서는 나를 애기씨라고 불러주지 않으련?"
"....부인.."
"그래줬으면 좋겠구나. 꿈결같이 아득하여도 분명 내가 그분을 향한 연모만 품어도 되었던 그 시절이 있었던 것만 같아."
'어찌하여 그러신겁니까. 어찌하여 그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어찌하여!'
'너를 위해 그리하였다.'
'차라리 저를 놓으십시오.'
'그건, 아니 될 말이다.'
나를 지키기 위해 그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다는 그가, 덜컥 겁이 났다. 그의 모든 것을 사랑했음에도 그의 사랑은 너무나도 무거운 것이어서.
"부탁이 있어. 채령아"
"부ㅇ..애기씨.."
"이걸 그 분께 전해주겠니?"
"..."
"내게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구나."
부러 환한 미소를 짓고는 웃었다. 기침을 하다 각혈을 하기를 여러번. 스스로 깨닫고 있었다, 나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부인!"
멀리서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황자를 향해 천천히 뒤돌아 옅어서 사라질듯, 희미하게 웃어보였다.
"어디 가신다면 가신다고 말을 해주셔야지요. 한참을 찾았습니다."
"옛날 생각이 나서 그리하였습니다. 곧 걸음을 옮길 생각이었어요."
"욱이 형님께서 찾아오셨습니다."
"..."
"형님께서도 부인처럼 모두가 웃음지을 수 있던 그 시절이 그리우신가 봅니다."
.
.
.
"오랜만이구나."
"예. 개성을 떠난 뒤로는 처음뵙는 것 같습니다."
"한 번쯤은 꼭 다시 만나고 싶었다."
"...제게 하고싶은 말씀이라도 있으셨는지요."
"아직도 내 손을 잡고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을 후회하고 있느냐?"
"후회하지 않습니다."
"허면 나와 가자."
"..."
"돌아가신 폐하께서 두 사람의 결혼을 허한다는 칙서를 내리시긴 하였으나 두 사람 아직 정식으로 혼인을 한 것도 아니지 않느냐."
고고했던 그 자세는 어디가고 애원하듯 말하는 황자를 보며, 나는 눈을 감을 수 밖에 없었다.
"수야. 나와 함께 가자."
울컥, 기침이 터져나와 손수건으로 입을 막고 기침을 토했다. 수건을 수놓은 붉은 선혈이 더욱더 탁해졌다.
"...이 무슨.."
"제게 얼마 남지 않은 시간동안 꼭 해야할 일이 있다면 그것은."
"..."
"제가 여태껏 지키지 못한 사람들의 몫까지, 남은 사람들을 지키는 것이랍니다."
"수야."
"제 첫 연정을, 아니었다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좋아했습니다, 제게 손을 내밀어주신 황자전하를."
"..."
"허나 세월이 지나 흐릿해져 버린 마음인 것을요."
황자의 누이인 공주가 황후가 되어 그의 강력한 뒷배가 되어주고 있음을 모르진 않았으나, 그 분의 칼날이 언제고 다시 그를 향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허니 전하께서도 그만 저를 놓으세요. 그리고, 부디 스스로를 지키셔야 합니다. 그리하겠다 약조해주세요."
나의 대답이 허공에 흩어지고.
"허면 폐하를 향한 마음은, 그를 향한 마음은 어떠하더냐."
떨리듯 물어오는 그의 목소리가 얕게 전해졌을 때, 나는 그저 다시 웃음지을 뿐이었다. 조심스레 입을 여는 찰나에, 황자는 뒤돌아서 자신의 시선을 피했다.
"듣지 않도록 하마. 다시, 올 것이다.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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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새 더 기침이 심해졌다. 채령이 개성으로 떠난지 이틀이 되었던가. 아니, 채령이가 돌아오기까지 나는 기다릴 수 있으려나.
"부인, 더 좋은 의원을 찾아오겠습니다. 그게 아니된다면 폐하께 청을 넣어 태의라도 불러오지요."
"의술의 깊이로 나을 수 없는 병이 아닙니다."
"그리 나약한 소리는 하지 마세요. 약조하지 않았습니까, 부인의 목숨은 내 목숨과도 같다고. 어서 자리를 털어 일어나야지요."
"꼭 들어주셔야만 하는 청이 있습니다."
"뭔들 못들어드리겠습니까. 말씀만 하세요, 부인."
"제가 죽으면 화장을 시켜 바람이 잘 부는 날에 바람을 타고 날아갈 수 있도록 뿌려주세요."
"어찌 자꾸 그런 말씀만 하시는 것입니까."
"전하, 저는 이제 그 누구의 죽음도 보고싶지 않아 제게 다가오는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다."
"...."
"그러나 전하께서는 살아남아 주십시오. 어떻게든 살아남아 타고난 운명을 다하시겠다고 저에게 약조하여 주세요."
"...은이 형님을 말씀하고자 하십니까."
"앞으로는 부디, 그 같은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주시겠다 약조해 주십시오."
입술을 깨물어, 눈물을 참는 내게 황자는 그리하겠다며 고개를 끄덕일 따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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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씨. 애기씨, 정신이 좀 드시어요?"
언젠가 또 까무룩 쓰러져버린 모양이다. 다시 선명해지는 눈 앞에 오랜 지기의 모습이 보였다.
"백아."
"하마터면 벗의 지병도 모르는 지기가 될 뻔 하였다."
"...."
"폐하께서는 오지 않으시겠다 답하셨다."
백아는 차마 전하고 싶지 않던 말이었는 듯 내게 미안한 눈빛을 담고 있었다.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제게 내린 불신의 깊이가 깊으시겠지요."
"수야."
"차라리 오지 않으셔서 다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허면 그 분께 저는 영원히 과거의 기억으로 남겠지요."
"수야."
"저를 잊으시는 것이 그 분께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것을, 깜빡 잊고말았습니다. 백아, 그리 미안하다는 눈빛 말고 제게 약조해주세요."
"무엇을."
"언젠가 백아의 연을 찾아 그 마음 채우겠다고."
"....."
"같이 마음을 비우고 있는 입장이니 재촉은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백아, 돌이킬 수 없는 마음을 너무 붙잡아 두는 것도 사람을 병들게 한답니다."
"수, 너처럼 말이냐."
마음을 꿰뚫어보는 그에게 나는 아이처럼 눈물을 흘리며 물을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이제 나를 그리워 하지 않습니까. 몸이 멀어져, 마음도 멀어졌다고 죽음을 앞에 둔 나를 가여워 하지도 않는 답니까.
죽어서야 마음 편히 당신을 사랑할 수 있어, 손꼽아 그 날만을 기다리는 나를 그는 정녕 모른다고 한단 말입니까.
"먹을 갈아다오. 채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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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로 안 길다고 생각했는데 꽤 긴 것 같네. 끊어서 가져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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