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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10년 전 (2014/3/08) 게시물이에요

봉준호 "조디악을 보면세븐은 완전 아기 영화, 유치원 애가 똥 싸는 영화다" | 인스티즈

봉준호가 뽑은 연쇄살인물 5대 걸작

<큐어>  

<조디악>  

<짙은 선홍색>  1998

 <양들의 침묵>  

<복수는 나의 것> 1979



허문영 : 아까 연쇄살인범 장르의 5대 걸작 말씀하실때 <조디악>을 포함시켰잖아요. <조디악>이 한국에서 개봉했을때 <씨네21>의 모 평자가 20자평에서 "왜 <살인의 추억>이 훌륭한지 알겠다"라고 썼던 게 기억납니다. 그 논평을 보면서 정작 <살인의 추억>을 만든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를 어떻게 봤을까 궁금했습니다.
 
봉준호 : <조디악>의 살인범은 제가 알아요. (모두 놀라자) 아, 물론 개인적으로 만난 적은 없지만! (일동 웃음) 알고 지냈다는 게 아니라, 워낙 연쇄살인범 리서치를 많이 했잖아요. 굉장히 슈퍼스타급 살인범이거든요. 그런데 핀처가 그걸 다룬다니까 흥분했지요. <세븐>도 물론 멋진 영화였지만 <세븐>을 보다가 <조디악>을 보면 <세븐>은 완전 아기 영화, 유치원 애가 똥 싸는 영화예요. 두 영화 사이의 그 12년 동안에 이 사람이 무슨 일을 겪었기에 저런 거장의 리듬, 호흡을 갖췄을까. 좀 다른 의미가 되겠지만 저는 <소셜 네트워크>도 재미있게 봤거든요. 말로 하기 참 어려운데, 그런 리듬이라는 문제가 논리적인 분석의 영역을 넘어서는 것 같아요.


폴 토마스 앤더슨의 <펀치 드렁크 러브>를 봐도 그래요. 물론 저보다 나이가 어린 친구고 저하고 차이가 있다면 약을 좋아한다는 거! 현장에서 약을 하다가 모니터 앞에서 막 쓰러지고 그런대요. <펀치 드렁크 러브>도 완전히 약 영화지요. 약기운으로 완벽한 영화를 찍은 거다, 라고 저를 자위하죠. 완벽한 리듬의 음악을 보는 것 같은 거지요. 단 한 프레임을 늘리거나 줄일 것도 없는 것 같은 느낌. 편집 뿐 아니라 숏의 설계나 사운드라든가, 어어 하다가 끝나버리거든요.
 
<조디악>도 그런 경험이었거든요. <조디악>은 가랑비에 옷 젖듯이 느릿하고 그 어떤 흥분이 없어요. <살인의 추억>은 어떻게든 흥분시켜보려고 아등바등 애를 쓰잖아요. 감정적이고 찔찔 싸고. <조디악>은 차분히 가라앉아서 리듬을 장악하는데 완전히 충격이었어요. <세븐>과는 완전히 달랐어요. 이 사람은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간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이 사람 영화야 늘 재미는 있었지만 <조디악> 보고 호흡이나 리듬이 정말 부러웠어요. 놀라운 경지였어요.


마지막에 제이클 질렌홀이 상점에 가서 남자가 일하고 있는 걸 보고만 나오잖아요. 그 행위만 보면 얼마나 심심한 행동인지. 하지만 그 영화를 2시간 넘게 보면 주인공이 조용히 범인을 대면하고 뒤돌아 나올 때 그 뒷모습에서 묵직한 바위 같은 느낌이 있더라고요. 화성살인사건을 다시 찍는다고 하더라도 난 결코 그렇게 찍을 수는 없겠다라는 생각도 들고. 리듬을 장악하는 게 노력한다고 해서 되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고. 결국 그런 거 못해보고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마크 러팔로 등 배우들도 놀랍지만 감독이 더 놀라웠어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그냥 그렇게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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