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리저리 심의를 피해서 섹시한 이야기를 하려니 뭔가 답답했다. 섹스나 섹시함은 죄가 아닌데, 무엇이 심의기관 또는 대중을 불편하게 할까 생각했다. 아마도 그것은 '이런 나를 어떻게 해줘요'하는 메세지에 담긴 '상품화된 성'에 대한 거부감 아닐까. 그러면 성을 유혹의 매개체로 다루지 않는다면?
당신이 혼전 성관계를 문란하고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불편한 이야기일 수 있으니 다음 장으로 넘어가길 권장한다.
(만약 해당된다면 이 글을 읽지 않으시길 권장)
사랑하는 사이에서의 섹스는 아름답다.
육체를 통해 정신이 확인되고, 정신이 통해야만 육체도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오늘밤' 일어날 일회성 사건으로 다뤄지지 않는다면, 섹스는 건강한 이야기가 될 수 있다.
가인의 <피어나>는 한 글자 한 글자 정말 많이 신경을 썼다. 자칫 잘못 다루면 나보다도 가인의 이미지에 타격이 갈 수도 있는 얘기니까. 앨범 발매 전의 마케팅 기획이나 인터뷰의 방향성 설정, 뮤직비디오 회의까지 모든 스태프들은 마치 제 딸을 성교육시킬 때처럼 조심스러웠다. <피어나>는 어떻게 보면 첫 경험의 이야기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첫 오르가즘에 대한 이야기이다.
여자는 첫 경험에서 대부분 첫 오르가즘을 느끼기 힘들다. 현실은 그냥 아플 뿐. 게다가 어린 마음에 별로 대단치도 않은 관계의 남자와 첫 경험을 하기도 한다. 첫 경험은 피어나는 꽃에 비유할 만큼 아름답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여자들은 단순히 육체적 자극뿐 아니라, 정서적인 안정과 교류를 통해서 오르가즘을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어떻게 처음부터 그런 'chemical blue ocean(<피어나> 가사 중)'을 느낄 수 있겠나. 남자들이여, '야동'을 통해 길러진 잘못된 성의식을 갖고 있지 않길 바란다. 마음이 놓이지 않으면 몸이 긴장하고, 몸이 긴장하면 생리학적으로 '그 상태'에 도달할 수가 없다.
어쨌든 이 가사의 키워드가 '첫 오르가즘'이라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서로 애틋하게 아끼고 사랑하기 때문에 가질 수 있는 특별한 경험에 대한 얘기다. 즉, 정말 충만한 사랑을 통해서 가진 관계가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에 대한 얘기다. 멜로디가 가장 절정으로 치닫는 부분에서 "I love you, it's the love"라고 말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심의에 걸리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 최대한 은유적인 표현들을 썼지만, 사실 실제로 이야기하고자 한 것은 꽤 수위가 높은 말들이다. 이를테면 '별이 쏟아지던' 같은 표현처럼.
뮤직비디오 촬영을 앞두고 가인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섹시한 표정보다는 '행복'한 표정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말도 했다. 이 곡은 굉장히 노골적인 테마이지만, 화자를 '어떻게 해보려는' 심리를 자극하기 보다는 화자가 스스로 사랑스러워 보여야 하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뮤비 속 자위행위 장면으로 말이 많았지만, 나는 그 장면이 자기 몸에 대해 알게 되는, 스스로 깨어나는 순간을 상징하는 꼭 필요한 장면이었다고 생각한다. 야해 보이려했다면 굳이 가인에게 큼지막한 청바지를 입힌 채 찍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곡 이전에도 이후로도 많은 섹시한 주제를 다뤘다. 그때마다 이 곡처럼 '건강한 섹스'를 논하고자 하는 취지가 있진 않았고, 그러지도 않을 예정이다. 한없이 퇴폐적인 가사를 쓸 수도 있고, '원나잇'에 대한 허무함도 다룰 수도 있다. 가요가 늘 도덕적인 교훈만을 줘야 하는 건 아닐 테니까. 하지만 해롭지는 않도록 노력해야겠지.
'김이나의 작사법'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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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스벅 3040만 다닌대 1020은 스벅안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