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엄마가 죽는다는 의미는
내가 늘 먹어오던 신김치가
마지막이라는 의미다
마지막 남은 이 한 포기의 김치는
뱃속으로 꺼지고 나면
더 이상 맛 볼 수가 없을 것이다
일년에 몇 번, 또는 몇 년에 한 번
때론 울며 겨자먹기로 가져온 몇 포기의 김치로
고향 꼬순내 맡을 수 없다는 의미다
내 엄마는,
남은 그 한 포기 김치의 반을 물에 담구고
한꺼번에 끓였다
그리고 나머지 반 포기는 반찬거리로 먹으며 말했다
"이제 반 포기 밖에 안 남았어."
그 말은 느끼한 음식 뒤 씹어넘기는
김치처럼 담백한 듯 했지만
어딘가 가라앉는 말이었다
엄마는 그 날 한 포기의 김치를 소화시켰다
엄마의 엄마, 할머니를 그녀 안에 담갔다
충청도 시골 깡촌의 꼬순내
엄마의 엄마가 담은 손맛
자신을 두드리던 손의 주름 한 줄 한 줄
그 주름들을 파낸 고향의 바람
고향 바람 맞던 엄마의 어린 기억...
모두 그녀 안에 담아내었다
몸 속 어느 곳 하나
엄마의 엄마가 남긴 내음이 안 닿는 곳 없도록
그렇게 한꺼번에 먹어버렸다,
할머니의 김치를
<할머니는 엄마 안에 계시다>
솟대에는 항상
공허한 공기가 걸려 달랑댔다
정착하지 못한 공기는
하루종일,
일주일을,
일년을,
이리저리
동네 자락 끝에서 맴돌기만 한다
얼마나 되어야
다음 계절이 다가올까
얼마나 되어야
다가와서 저 공기를 데려가
봄바람으로 만들어줄까
<봄바람이 되고파>
이번 주 상을 두 번 치렀습니다.
바다를 바로 내다볼 수 있던 부둣가에서 굴구이집을 홀로 하시던 이모 할머니, 그리고 가까운 지인의 가족.
첫번 째 시는 실제 그 지인 분이 하신 말, '어머니 김치 얼마나 남았냐'는 제 엄마의 물음에
덤덤하게 '이제 반 포기 남았다'고 말씀하신 것에서 시상이 생각이 나 쓴 시입니다.
엄마의 손내가 나는 김치를 마지막으로 맛보는 그 심정이 어떨까 생각하면서...
저는 아마 그런 심정으로 엄마의 김치를 먹을 것 같습니다.
엄마의 손길이 가장 많이 담긴 단 하나, 김치란...
이걸 먹으면 다시는 다시는 똑같은 것을 먹을 수 없으리란걸 알아도 결국 먹게 되는 그런 것입니다.
먹어내고 소화시켜서 내 몸에 새겨내야 덜 아플 것 같은, 그런 것입니다.
원하지 않아도, 결국 오게 될 순간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 시는
요즘 제가 무얼 하고 싶은지, 뭘 하게 될지 고민이 들면서 썼습니다.
분명 저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움직이고 있지만 색깔 없이 이리저리 흔들리기만 하는,
바람 아닌 공기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써내려갔습니다.
똑같은 곳에서 계속 맴맴 맴돌면서 하루종일 고민만 하는 무기력한, 결국 순리에 따라 움직이게 되는 무력한 나.
언제쯤 나는 계절의 색을 띄고 봄바람이 될지 궁금해서, 써내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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