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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내가 한거야."
한 순간의 정적이 수면위로 떨어진 물 한방울처럼 퍼져나갔다.
"눈에 띄지말고 살지 그랬어.. 그러면 조금이라도 더 살아갈 수 있었을 텐데."
"선배...?"
선배는 이 업계에서 누구나 탐낼정도의 재능을 가진 인재였다.
집안에는 돈도 많고 아는 인맥도 매우 넓다고 한다.
이런 사람이 도시 외곽쪽의 작은 변두리 회사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니,
그 이유를 물어보았을 때 돌아온건 대답 대신 미소였다.
위 쪽 분들에게 종호선배의 첫 입사를 물어 보았다.
선배는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입사 직후 순식간에 자라나는 죽순처럼 자신의 업무를
유능하게 처리하였고 사원들 모두에게 인정받는 사람이 되었다.
그런 선배가 어느순간 갑자기 내게 다가오더니 우리 동네에 자주 놀러올 정도로 친해졌다.
나는 선배의 친절을 아무의심없이 받아들였고 이런 완벽한 보석이 나와 친한사람이라니
오히려 자랑스럽게 생각하였다.
"내가 애타게 찾고있던 사람이 여기있었다니, 너를 만난건 정말 운이 좋았어 진하야."
선배가 찾고있던 사람이란 내가 아니였다.
바닥에 쓰러져 간신히 힘겹게 숨을 내쉬고 있는 도살자 아저씨였다.
"지금부터 내가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줄게."
선배는 손에 들고있는 휴대전화기를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아저씨가 끼고있던 피묻은 목장갑을 벗겨 자신의 손에 끼웠다.
"이 아저씨는 억울하게 누명을 뒤집어쓰거나 한게 아니야. 확실한 범죄자이지
지금은 자기가 결백하다고 기억을 스스로 세뇌했을지는 몰라도 나는 모든 일을 알고있어
니가 이전 회사에서 취재했던 일가족 전소사건은 기억나?"
"자신의 가족을 화재 사망으로 위장해 보험금을 타내려던 남성을 체포한 사건말인가요?"
"맞아. 그 사건의 주인공이 바로 이 아저씨야"
아저씨는 힘겹게 손을 뻗어 선배의 발목을 붙잡았다.
"거...짓..말..."
"그래. 어...정확히 말하면 주인공은 두명이야. 이 아저씨와,"
선배는 다른 한쪽 발을 들어 아저씨의 팔을 걷어찼다.
"나인거지. 내가 시켰거든."
"선배...지금 무슨..."
"사람들은 나를 기자라고 칭하지만 나는 스스로를 예술가라고 생각해.
내가 카메라의 담은 모든 사건들의 사진을 볼때마다 인간의 숨겨진 잔혹함과 추악함이 느껴지거든.
하지만 내가 발이 닿을 수 있는곳은 얼마 되지 못해.
그래서 생각해 낸게..."
바깥에서 희미하게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고 선배는 문쪽으로 걸어나가며 말을 이어갔다.
"내가 직접 사건을 만드는거야."
문이 슬며시 열렸고 선배의 신고를 받고 온 경찰이 한손에는 리볼버를 들어 진입하였다.
문 뒤에 숨어있던 선배는 순식간에 경찰의 등 뒤를 덮치더니
입을 막고는 발버둥치는 경찰을 제압해 들고있던 총을 뺏어 경찰의 머리에 갖다대었다.
"이런미친...선배!그만둬요!"
-탕!
경찰이 쓰러진 뒤 선배는 근처에 있던 캐비넷을 끌어와 문을 막고는
총을 끼고있던 목장갑과 함께 내게 던졌다.
"나는 사람들을 돈으로 고용했고 사건들을 만들었어.
저 아저씨도 그중 한명이었던거야.
어렸을때 부터 어머니를 잃고 술주정뱅이 아저씨한테 맞고자라며
온갖 한테 돈을 다 떼이고 부양해야할 가지 있었으니.. 얼마나 지쳤겠어.
돈을 대가로 자기네 가족을 팔아먹은거지."
선배는 한 구석에 있던 기름통을 가져오더니 바닥에 냅다 들이부었다.
"아저씨는 사전에 나와 계획한대로 가족들에게 약을 탄 쥬스를 먹인것을 확인한 후
가스불을 키고는 밖으로 나왔어. 나는 아저씨와 만나 백지수표가 들어있다며 봉투를 건냈지.
아저씨가 은행에 도착했을 쯤 큰 폭발음이 들려왔고, 나는 놓치지 않고 그것을 셔터로 찍었어.
우리의 스토리는 평소 자신의 아들과 친했던 아이에게 누명을 뒤집어 씌우고는
내가 이 아저씨의 알리바이를 증명해 주는것 이였지."
선배는 자신의 가방에서 성냥을 꺼내더니 불을 켰다.
"물론 난 알리바이고 뭐고 증명해줄 생각은 없었지만 결정적으로 이 아저씨가 잡힌 증거가 뭔지 알아?"
차갑게 식어있던 바닥에 성냥을 떨어뜨리자 순식간에 바닥은 불바다가 되었다.
"내가 건냈던 봉투는 백지수표가 아니라 사망보험금신청서였거든!
방금일어난 화재에 사망처리도 안되었는데 빼도박도못하게 된거지!"
선배는 테이블 위에 놓인 카메라를 만지며 앵글을 조정하더니 다시 돌아왔다.
"나야 뭐.. 그냥 지나가다가 가장빨리 사건을 접하고 가장 먼저 119에 신고한 정의로운 기자였지."
그 동안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빨리 사건정보를 접수하고 현장으로 달려나가도
항상 종호선배가 먼져 있었던 이유...
그 사건들은 모두 선배가 만든것이였기 때문이다.
아저씨가 기자를 증오하며 내 손가락을 비틀은것에 대해서도 한몫 했을것이다.
"내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을 고용하고 뒤통수를 쳤는데도 안잡힌 이유가 뭔지 알아?
모두 함께 죽여버렸거든."
바닥이 뜨겁게 불타올랐다.
점차 연기가 방안을 메워나갔다.
"저 아저씨는 예외였어,통수맞은 사람의 반응도 지켜보고싶었거든
발악하는게 재밌기는 했는데 난 솔직히 출소했으면 이 아저씨가 빡쳐서 날 찾아올줄 알았어.
그 뒤에 죽이려고 했는데 예상이 빗나간 바람에 찾는데 시간이 걸려버렸잖아?
니네 동네 정육점아저씨로 일을 하고있었다니...내가 너에게 접근한 이유가 그거야."
어느 순간 정신이 멍해져 나는 바닥에 놓인 죽은 경찰의 총에 손을 뻗었다.
"줍지...마..."
아저씨의 속삭임을 무시한채, 나는 총을 주워들어 선배에게 겨눴다.
"전부...거짓말이라고 믿어요. 아닌거죠 선배?"
"이게 내가 바라던 그림이야! 지금 이 장소에서는 나 외에 아무도 살아나갈수 없어 진하야.
저 카메라를 봐. 니가 지금 어떻게 찍혀있을것 같아?"
그제서야 생각난 이전에 선배의 행동...카메라 앵글을 조정하면서 선배는 촬영을 시작했을것이다.
이 모든것이 계산된 일이였다.
"난 이곳에서 유일한 생존자이며, 아이들 실종사건을 밝혀낸 용감한 시민이고
너는 저기 쓰러진 쓰레기와 공범이며, 경찰을 죽이고 그 총을 뺏어 나에게 겨누고 있는 범죄자야.
그리고 저 카메라는 그것을 뒷받침할 증거이지"
"하지만 음성녹음이..."
"멍청한 진하야...저건 내가 납치됬을때 카메라의 음성인식 마이크가 벽에 부딪혀서 고장난걸로 처리할꺼야.
좀 굴리렴."
-쾅!쾅!쾅!
"경찰입니다!안에 누구 계십니까!?"
굳게 닫힌 캐비넷의 바리케이트 너머 문 뒤에서 경찰을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클라이막스가 온것같다, 자신 있다면 어서 그 총으로 날 쏘렴."
"선배...대체 왜..."
"니가 지금 날 쏘지 않는다면 다음은 너의 여동생과 가족이란다.
이번에는 산체로 믹서기에 갈아보려는 계획인데 어떻게 생각하니?"
뜨거운 분노가 머리 끝까지 치솟아 올랐다.
더이상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기는 무리였고 몸은 이미 본능적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죽어 씨바아아아아아알!!!!"
-탕!
눈을 떴을때 바로 앞에 있었던건 거대한 손으로 총의 입구를 쥐어막고 서있는 아저씨였다.
아저씨의 크고 두터운 손은 구멍이 뚫린체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고,
다른 손으로 내 총을 뺏어들었다.
-탕!탕!탕!
세발의 총성에 카메라는 완전히 산산조각났다
그것도 못미더운지 아저씨는 테이블로 성큼성큼 걸어가 카메라를 들고는 메모리 칩을 뜯어내었다.
"잠깐...우리 신사적으로 해결할까?"
아저씨는 메모리칩을 손가락으로 구부리다 반토막 내더니 그대로 불길속으로 던져버렸다.
"야이씨...!야! 야 !야이 나쁜 돼지새끼야!"
선배는 불타고 있는 메모리칩을 바라보며 절규에 가까운 분노를 온갖 욕으로 토해냈다.
" 떡대 돼지새끼가 저기에 얼마나 많은 사진이 있는데 씨바아알!
같은 돼지새...!"
-탕!
"으아...으아아아아악!!"
선배는 다리를 부여잡고는 중심을 잃어 테이블 위로 엎어졌다
"너...너만큼은...내손으로 끝내겠다..."
"으흐흐흐...으히히히히히히히"
정신을 반쯤 놓은듯 선배는 미친듯이 웃어제꼈다.
-찰컥철컥
더이상 총알이 없는지 장전음만 들려왔고 아저씨는 총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러고는 선배의 멱살을 잡고 질질끌고 가더니 바닥에 있는 작은 철문을 열었다.
문 너머 아래 깊숙히 그곳에서는 여러 송곳같은 칼날이 달려있었다.
아저씨가 전원을 키자 칼날들이 돌아가기 시작했고 그제서야 그게 고기 분쇄기라는것을 직감했다.
"내가 씻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는것은 그날 문밖을 나설때부터 직감했었단다.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다른곳으로 잘못을 돌렸지만,
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너까지 끌어들이고 말았구나."
아저씨는 총을 꺼내 분쇄기에 던졌고 총은 고철처럼 으스러지며 분해되었다.
"비록 다시는 볼수없게 되었지만...나는 내 가족을 사랑했단다. 그동안 말동무가 되어줘서 고맙구나"
아저씨는 그 말을 끝마침으로 선배를 붙잡고는 분쇄기 안으로 떨어졌다
"으아아...!!!!"
선배는 미친듯이 바닥을 손톱으로 긁으며 빠져나오려고 애썼다.
"진하야 살려줘!선배 원래 이런사람 아닌거 알잔아!선배도 사정이있었어!으아아아!!"
미친듯이 긁어대던 손톱에 금이가더니 피가 터지며 이내 떨어져 나갔다.
더이상 무게를 지탱할곳이 없자 선배는 그대로 어둠속으로 끌려가 떨어졌다.
굳게 닫힌 철문이 부서지며 경찰들이 진입했고
나는 불길속에서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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