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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미국에서 여행 중이신가요?
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l조회 811 출처
이 글은 9년 전 (2016/8/09) 게시물이에요



문에 머리를 기댔다. 마침내 지하실에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마이크, 제발 그만해... 내가 정말, 정말 미안해, 내- 내가 널 물에 끌어들이는게 아니었는데. 내 잘못이야, 응? 전부 다 내 잘못이야." 눈물이 났다. 이게 어떻게 나한테 일어나는지 가늠되지 않았고, 이 상황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제발, 호수로 돌아가, 마이크..." 나는 문 너머로 속삭였다. "제발."

그리고 갑자기 오두막에서 다른 목소리가 퍼졌다 - MC크리스의 목소리. 핸드폰이 작동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그 핸드폰이 지금 이 지하실 문 너머에서 들려오고 있다는 점.

불가능했다. 나는 바닥에 몸을 숙이고 혹시나 문 아래로라도 볼 수 있을까 내다보았다. 이제 지하실에서 불빛이 보였는데, 이것 또한 새로운 미스터리였다. 불 스위치는 지하실 계단 아래에 있는데, 그것도 1.2m 물 아래로 말이다. 그리고 벨소리가 끊기는걸로 보아 수신인을 음성사서함으로 넘기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핸드폰을 찾으려 문을 다시 벌컥 열어 제꼈다.

그리고 그곳에, 아주 자연스럽게, 핸드폰은 수면에서부터 계단 하나 위에 놓여 있었다.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가 수면에 어떤 움직임이라도 포착되는지 바짝 긴장하며 둘러보았다. 핸드폰 바로 윗 계단에 도착해 최대한 빠르게 그것을 낚아챈 뒤 내 뒤로 다시 물이 찰랑이는 소리가 나기 직전에 계단으로 올라가 다시 뒤돌아 보았다.

누군가 물에서 기어 나와 내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씩 그는 마르고 검은 뼈로 이루어진 자신의 손을 뻗었고 내가 그를 바라보자 다시 물로 들어갔다. 그의 머리는 다시 물 아래로 잠겼지만 이제 더이상 보고싶지 않았다.

지하실 문을 쾅 닫아버리고 벽으로 뒷걸음질치며 주변에 저 문을 막을만한 무거운 물체가 있는지 이리저리 쏘아보았다. 아빠의 오래된 의자가 보이는 순간 뭔가가 바닥을 긁는 소리가 내 귀에 들어왔다. 내 눈이 다시 지하실 문을 향하자 문 아래 틈새로 긴 막대기같은 무언가가 나오는 것이 보였다. 얇은, 검은 손가락이 문의 경첩을 떼어버릴 기세로 점점 문을 감싸쥐고 있었다.

나는 핸드폰을 떨어뜨리고 그대로 총알처럼 집을 뛰쳐 나왔다. 어찌나 시끄럽게 비명을 질렀는지 제시가 내 소리를 들었고, 나는 그의 현관 앞 계단에 부딪치고 말았다. 그가 문을 열고 미친듯이 떨며 비명지르는 나를 잡았다.

"케이시, 정신 차려!"

"내가 틀렸어. 내가 틀렸어, 제시, 걘 날 증오해. 걘 날 죽이려고 해. 제발 여기서 나가자. 제발, 제시."

"알았어, 알았어, 가자. 일단 들어와. 차키 가져올게." 나는 정신 없이 그를 따라 비척대며 부엌으로 들어갔다. "내가 죽여서 걔가 화났어. 호수에서부터 자꾸 오고 있는거야. 지하실 계단에서 올라왔어, 제시, 걔가 날 죽이고 말거야, 느껴진다고. 날 물 속을 끌어 당겨 익사시키고 싶어한다고."

제시는 멈추더니 뭔갈 말하려 돌아섰지만 덜덜 떨고있는 나를 보자 그저 나를 안으며 이렇게 말했다. "일단 숨 깊게 쉬어봐," 그는 내 머리칼에 대고 속삭였다. "침착하게 숨- 케이시."

시도했다. 하지만 내 심장은 분당 백만키로씩 뛰고 있었고 절박하게 산소 공급을 필요로 했다. 결국 나는 떨리는 손으로 근처에 보이는 위스키 병을 잡았다. 제시는 내가 뭘 하는지 보더니 병을 가져갔다. 나는 카운터에 등을 기대고는 지하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입 밖으로 내려고 애썼다. 두 손을 내 뒤 카운터에 올리고 스스로 다지는 순간 몇 장의 종이가 팔락거리며 떨어졌다. 몸을 굽혀 종이를 주우려는 순간.

"내가 할게." 제시가 말했다.

나는 몸을 돌려 남아있는 종이 더미를 보았고 위에 있던 이름 중 하나가 내 이름을 잡아 끌었다. 종이를 들어 올려 다시 제대로 읽었다 - 분명 처음엔 내가 잘못 읽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여기에 왜 마이크 이름이 있어?"

"뭐?" 제시가 되물었다.

"미카 멧츠. 왜 여기 종이에 미카 멧츠라 써있냐고." 내가 물었다.

"그 사람이 나한테 이 집 팔았어. 솔직히 말하면, 사람이 진짜 별로던데."

"불가능해." 숨이 거칠게 나왔다.

"케이시, 너네 가족 친구인건 알겠는데, 이놈은 진짜 이었어."

"아니," 나는 눈을 꽉 감고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 "아니, 미카는 어렸을 때 이미 죽었다고, 제시, 내가 말해줬잖아."

"미카 멧츠...가 네 친구 마이크라고?"

"걔가 너한테 집을 팔았을리 없어."

"케이시..." 제시는 떨리는 내 손에서 부드럽게 종이를 빼갔다.

"마이크는 이미 10년도 넘게 전에 죽었다고."

"그럼 이 사람은 다른 사람인가보지. 얘는 살아있는 사람이고 머스탱 끌고 다니더라고... 너 또래정도 돼."

"거짓말 하지 마."

"너한테 왜 거짓말을 해."

"너 누구야."

제시는 부드럽게 손을 뻗더니 내 손목을 잡았다. "케이시."

공허를 가르고 내 핸드폰이 울리더니 우리 둘 사이를 뜨거운 칼처럼 베어놨다. 나는 그에게서 손목을 확 빼낸 뒤 집에서 도망쳐 나왔다.

"케이시!" 그가 내 뒤로 외쳤다. 그가 날 따라오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 내가 집중하는 건 내 폰이었고 상대방의 도움 뿐이었다. 제발, 고모, 제발 고모여라.

복도에 떨어뜨렸던 핸드폰을 곧장 낚아챘다. 화면엔 고모의 이름이 떠있었다.

"여보세요? 고모? 여보세요?"

"케이시? 얘, 무슨 일 있니? 너한테 부재중이 엄청 찍혀서 전화했는데 전화해도 곧장 음성사서함으로 넘어가더구나."

"고모, 들어봐. 물어볼게 있어요. 미카 멧츠 기억나요? 내 친구 있잖아. 호수에서."

"그럼, 걔네 가족이 우리꺼 바로 옆 오두막 주인이었잖아. 왜? 그 집도 왔니?"

"아니, 아니, 205호는 이미 다른 사람이 사버렸어." 내 눈이 다시 현관에 꽂혔다. 제시는 문설주에 기대고 팔짱을 낀 채 서있었다. 그는 나를 조심스럽게, 걱정스러운 듯 쳐다보고 있었다.

"좋아, 케이시, 무슨 일이니?"

"고모, 마이크 죽은 날 기억해? 고모랑 엄마랑 아빠랑 멧츠네 오두막에 있을 때 나랑 마이크가 호수에 들어갔잖아. 기억해?"

"케이시, 너 그걸 기억해?"

"당연하지! 왜 기억 못 하겠어?"

"얘야... 대체 그 이야기를 왜 다시 꺼내니?"

"내 생각에 마이크가... 아직 여기에 있어. 사건에 대해 나를 원망하고 있는 것 같아. 걔가... 날 해하려 한다고요."

"케이시, 그건 불가능해.'

"알아, 근데 다른 설명할 방법이 없어요. 그냥 느껴져, 고모. 내가 봤단 말이야."

"얘-"

"걔의 죽어서 나를 원망하고 있다고. 걔-"

"케이시! 케이시... 제발 진정해. 지금 짐 싸야겠다. 넌 지금 귀신한테 시달리는게 아니야."

"이상하게 들리는거 아는데, 마이크는-"

"케이시..." 고모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다시 재개했다. "미카 멧츠는 죽은게 아니야."

"하지만 내 기억으로-"

"케이시, 그날 물에 빠진건 미카가 아니었단다 - 너였어."

나는 전화기에 귀를 더 바짝 갖다 댔다. "뭐?"

"얘야, 미카는 멀쩡했어. 그날 미카가 울면서 부엌에 들어와 너가 물에 빠졌다고 소리를 질러댔어. 부두로 뛰쳐 나가 너네 아빠와 미카 아버지가 널 찾으러 물에 들어갔지만... 못 찾았어. 너네 엄마는 완전 실성했고 내가 119에 신고했어. 정말 끔찍했다."

"난 여기 살아있는데..." 내가 속삭였다.

"그래, 왜냐면 그날 널 찾으려고 잠부수들이 장비 갖추는 동안 너가 그냥... 물에서 걸어 나왔거든."

나는 고개를 젓곤 제시를 올려다 보았다. 분명 그는 모든 말을 듣고 있는 듯 했다.

"네가 물에 들어간지 3시간 정도 됐는데 심한 저체온증 이외에는 아무 피해 없이 멀쩡하게 걸어나왔어. 네 피부가 자두빛으로 변하고 눈도 엄청 충혈됐지만 그래도 멀쩡하게 숨을 쉬고 있었지. 119에서 널 병원에 데려갔지만 의사들도 원인을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넌 몇 달 동안 말을 하지 않았어. 다시 너 스스로 사건에 대해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너네 부모님도 함구하고 있기로 한거야. 그리고 마침내 너가 괜찮아진 것 같구나."

"왜 난 기억이 없는데."

"네가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로만 기억하는거야, 케이시."

"가봐야겠어, 고모." 스르륵 핸드폰을 놓쳤다.

"제시." 그를 바라보았다.

"그래," 그는 조용히 답했다.

"이해가 안 돼."

"케이시-"

"만약 지하실에서 기어나온게 마이크가 아니라면 도대체 누군데?"

그가 어떤 대답도 하기 전에 무언가 지하실 문을 두드렸다.

"열지 마," 내가 속삭였다.

"케이시, 오두막에서 당장 나와."

제시는 부지깽이를 잡아 들더니 복도로 들어와 지하실 문 앞에 섰다. 그리곤 무기를 머리 위로 들고 문을 천천히 열었다. 하지만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들어, 이 아." 그는 계단 아래에 대고 외쳤다. "지금 너는 무단 침입이고 나도 이제 더이상 봐줄 수 없다. 지금 당장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 네놈의 그 영원한 목숨까지 두드려 패서 못 견디게 만들어 줄거다." 제시가 화를 내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제시," 나는 그의 팔을 당기며 말했다. "그냥 가자."

"여기서 나가, 케이시." 그가 조용히 말했다.

"너 두고 혼자 어떻게 가. 이건-"

제시는 몸을 돌려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대신 니가 여기서 나가줘야 할 수 있어."

"아니, 제발, 그냥 가자."

"케이시, 우리집 가서 기다려. 거기에-"

"제시, 문에서 떨어져."

"뭐?"

제시 뒤로 보이는 물이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제시, 제발, 그놈이 다시 오고 있어!"

그는 몸을 돌려 우리를 량해 다가오는 물을 마주했다. 그 아래에 있는 존재를 아주 얇은 수막으로 겨우 가리고 있을 뿐이었다. "젠장, 이게 뭐야?"

"제시!" 비명을 질렀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그 얇고 검은 팔이 물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더니 제시의 다리를 잡았다. 그가 우당탕하며 계단으로 넘어지는 사이 그것은 여전히 제시를 끌고 물 아래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는 나를 향해 외치고 있었지만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제시!" 그를 향해 소리치며 이미 반쯤 잠긴 그를 따라 계단을 내려갔다. 그의 팔을 붙잡고 당기려 했지만 그는 나를 계단 위로 뿌리쳐버렸다.

"도망쳐," 그가 외쳤다.

"싫어! 난-"

"케이-" 그리고 그는 어두운 물 아래로 사라지고 말았다.

"제시!" 하염없이 외쳤다. "제시!"

다시 나와야만 해. "제발, 제시." 흐느끼며 그를 불렀다.

나는 손을 물 속에 넣고 이리 저리 휘저으며 찾았지만 아무것도, 제시의 흔적도 없었다. 다시 한 걸음 내려가고 더 내려갔다. "제발 나 혼자 두지 마." 눈물이 잿빛과 갈색이 어우러진 심연에 떨어지며 나는 속삭였다.

갑자기 무언가 내 손을 잡더니 제시가 다시 물에서 나타났다. 나는 재빨리 계단 위까지 올라가 그에게 서두르라며 소리를 질렀다. 그는 몸을 일으키려 고군분투 하고 있었고, 그제서야 그것이 그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의 가슴이 찢겨져 그 아래로 근육과 갈비뼈가 훤히 드러나 있었다. 그의 한 쪽 팔은 옆에서 덜렁거리고 있었으며, 어깨에서는 열린 상처로 깨진 뼈가 비죽 튀어나와 있었다. 제시는 계단 하나 하나 힘겹게 올라왔지만 그가 스스로를 잡아 끌수록 그의 살이 점점 더 벗겨져 너덜거렸다. 나는 그를 돕기 위해 달려갔다.

"안 돼!" 그가 소리질렀다. "오지 마."

그러더니 제시는 갑자기 멈추어 서 주머니에서 무언갈 꺼내 내가 있는 곳을 향해 던졌다. 그의 차키가 지하실 문 반대 벽을 맞고 떨어지는 것을 보곤 다시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이제 어떤 움직임도 없이 누워 있었다.

"미안해," 그는 갑자기 다시 물에 빨려 들어가기 전에 속삭였다. 마치 한번도 거기에 간 적 없었던 것처럼."

"안 돼! 제시, 제발!" 나는 다시 계단으로 내려가 수영을 해야하기 전까지 물을 헤치고 달려갔다. 나는 여태까지 물에 거의 들어가본 적이 없었기에 결국 가라앉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물은 다시 호수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 아주 빠른 속도로.

나는 어떻게든 지하실 가운데까지 헤엄쳐갔고, 거의 다 갔을 무렵, 이제 내 발이 땋에 닿을 수 있었다. 벽에 있는 구멍이 제대로 보이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고, 순식간에 얼마 남지 않은 물도 빨려 들어갔다.

"제시!" 빈 공간에서 허무하게 그의 이름을 외쳤다.

지하실 계단에서 나를 계속 괴롭혔던 그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꼬마애는 다시 손으로 입을 막고 있었다. 이제 우리 둘 사이에 비밀은 없다.

지하실로 비치는 빛 덕분에 그 꼬마의 머리가 뒤로 단단히 묶여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여자아이는 반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진작에 썩어버린 것인지 오래되어서 검게 변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가 가지고 있던 옷이랑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남자애라고 여겼던 이 꼬마는, 여태까지 마이크라고 생각했던 이 애는 사실 여자애였다. 하지만 얜 귀신인데, 그거 하나는 맞췄네, 그것도 나야; 수 년 전 이 호수에서 죽은 내 일부가 귀신이 되었네.

"제시는 어디로 간거야?" 내가 물었다.

여자애는 키득거리더니 계단을 달려 올라갔다. 그 애를 좇아 다시 1층으로 나왔을 땐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제시가 어디에 있는지 걔한테 들을 필요는 없다 - 그 구멍이 어디로 이어지는 알고 있으니까.

현관으로 달렸다. 호수 중앙으로 무언가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제시와 그를 데려간 위험한 생명체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나는 부두로 달려가 그대로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호수는 지하실 물보다 더 차가웠다. 엄청난 한기가 내 손가락 발가락을 파고 드는 느낌을 무시하려 애썼다. 수 년 전 그때 그대로였다.

애를 쓰며 수영을 했지만 내 머리 어딘가에선 이미 지금즘 제시가 죽었을 거라고, 그를 구하지 못할 거란 것을 알고 있었다. 내 팔과 다리를 타고 뱀처럼 올라오는 이 추위는 나를 마비시키며 내가 성공할 수 없으리라 했지만 그래도 나는 발버둥쳤다. 내가 가지고 있는 온갖 힘을 비축해가며 호수 중앙으로 갔다. 가운데 도달하자마자 나는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호수 바닥으로 다이빙했다. 하지만 물 안은 칠흑같이 어두웠고 내가 얼마나 열심히 내려가도 바닥을 찾을 수 없었다. 아무 것도 찾지 못했다. 아무 것도 느끼지 못했다.

수면 위로 다시 올라와 해변가를 보았다. 이제 나를 끌어들일 것이 전혀 남아있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는 다시 사이드트랙을 향해 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수영은 4배나 더 걸렸다. 그 죽은 여자애가 우리 부두에 서서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며 미소짓는 것이 보였다. 차라리 물에 물에 잠수해 수영하면서 얼굴을 콕콕 찔러대는 얼음장 같은 물을 무시하려 애썼다.

마침내 부두에 다다랐을 때, 역시나 그 아이는 사라지고 없었다. 이제 밀물이었기에 감각이 없는 사지를 이끌고 부두로 올라올 수 있었다.

아직 하루의 반나절도 지나지 않았지만 어째서인지 해가 이미 지고 있었고 온도도 뚝뚝 떨어졌다. 나는 덜덜 떨면서 부두에 누워 숨을 거칠게 쉬었지만 최대한 가라앉히려 애썼다. 이게 문제라는 것은 아니다. 분명 걔가 날 어디선가 몰래 보면서 비웃고 있을 것이다. 여기는 걔의 놀이터고 그 존재는 걔의 주인이겠지. 하지만 내 주인은 아니야.

나는 억지로 몸을 일으켜 앉았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저 망할놈의 오두막을 태워버리겠지만 일단 너무 피곤한데다 춥기까지 하니 여기서 빠져나가야만 했다. 제시에 대해 생각할 여력도 없었고, 더더욱 나로 인했을 그의 죽음 또한 마찬가지였다. 나는 주먹을 쥐고 내 가슴을 밀었다. 그 안에서 고통이 자라나고 있었다. 아직, 아직은 아니야. 곧 애도할테니 조금만 기다려.

티키 모양의 횃대를 붙잡고 몸을 일으켜 뻣뻣한 다리를 움직여 사이드트랙을 향해 걸었다. 제시의 차키는 내가 여기서 빠져나갈 수 있는 티켓이었다. 안전한 풀지대로 가기까진 아직 반정도 남았을 쯤, 내 두 발 아래로 부두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수 분 동안 금세 물이 높아졌고 부두 아래에서 무언가 강하게 압박을 주며 한 쪽으로 기울이려 하고 있었다.

난 기회조차 없었다. 나는 뒤집어지는 순간 횃대를 잡았지만 부러져버렸고, 그렇게 나는 다시 얼음장같은 물에 바졌다. 차가운 물은 마치 칼처럼 나를 갈랐다.

볼 순 없었지만 그 존재가 부두 아래에 있다는 것 쯤은 알 수 있었다. 비정상적인 저류가 나를 구조물 아래 쪽으로 잡아 당기는 것을 느꼈다. 남은 힘으로 발길질을 했다. 이렇게 죽을 순 없어. 코 앞에 해변이랑 안전지대가 있는데. 안 죽을거야.

만약 그것이 원하는게 나라면, 진작에 날 데려갔을 것이지만 이건 그저 게임일 뿐이었다. 나는 수면 위로 도망쳐 해변에 자라난 긴 잡초들을 잡아 얼어붙은 해변가로 스스로를 끌어 올렸다. 다시 물 밖으로 나와 아주 찰나의 순간에 물 밖으로 두 다리까지 뺀 뒤 아드레날린과 다른 어떤 것에 힘입어 달리기 시작했다.

일단 그놈의 차키부터 찾아야 해. 제시는 마지막 남은 숨을 차키를 던지는데 사용했다. 그를 살릴 순 없었지만 일단 그의 죽음에도 이유가 아주 없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

절뚝거리며 사이드트랙으로 들어가 내가 이 문을 들어오는 것이 이번이 마지막이기를 빌었다. 차키는 여전히 그가 던져놓은 자리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나는 비척대며 복도를 걸어갔지만 키를 주우려는 순간, 내 뻣뻣한 사지가 거리 가늠을 제대로 못 한 까닭에 의도치 않게 키를 지하실로 차버렸고, 키는 그대로 다시 지하실 바닥에 떨어지고 말았다.

나는 벽에 매달로 흐느끼기 시작했다. 두 다리로 도망가 마을에 갈 순 있지만 지금 내 몸 상태가 말이 아니다. 여기 서있는 이 자리에서부터 몇 미터 채 못가 무너지고 말 것이다. 그리고 내가 어디에서 넘어지건, 그곳이 내 무덤이 되겠지. 분명 지하실에서 살아 나올 수 없으리란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내려가야만 했다.

저 아래에서 방을 채우는 물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난간을 잡고 천천히 한 계단씩, 저 구멍을 향해 내려갔다. 물은 무릎 높이까지 찼지만 여전히 계속 밀려 들어오고 있었다. 호수로 향하는 그 구멍인 이제 다시 물에 잠겨버렸다. 저기서 뭐가 나오더라도 알아차리고 난 뒤면 이미 너무 늦겠지.

나는 계단 아래의 코너를 돌아 물에 두 손을 넣었다. 여전히 감각이 없었기에 손가락에 차키가 닿아도 알아차릴수나 있는지 궁금했다. 내 몸은 추위와 피로로 인해 미친듯이 떨려왔다. 몇 분만 더 참자. 조금만 더 버텨봐. 내 치아는 사정없이 부닥쳐 지하실 벽을 타고 울려 버치더니 사악하기 들려오는 호수 물 소리에 빠지고 말았다.

하지만 아주 모든 것을 빠뜨리지는 않았다. 코너 쪽 바로 내 뒤에서 무언가 수면 위로 나타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이 사이에 혀를 끼워 깨물곤 아무 소리도 내지 않으려 했다. 차가운 얼굴을 타고 뜨거운 눈물이 길을 만들었다. 다 끝났다 난 끝났다. 죽고 싶지 않았는데 혹시나 죽음 외의 옵션이 없다면 차라리 아프지 않길 바란다. 제발 아프게 죽는것만은 아니었으면.

나타난 것이 아이가 아니라 그 큰 사슴 얼굴의 괴물이란 것을 알았다. 꼬마아이가 나타날 때마다 우리 사이를 잇는 그 역겨운 유대감이 느껴졌었다. 하지만 지금은 - 오롯이 공포만 느껴졌다. 전혀 보고싶지 않았지만, 어쨌든 이미 나는 몸을 돌리고 있었다. 몸을 돌리다가 중심을 잃어 무언가 날카로운 것에 넘어지고 말았다. 그 존재는 내가 이미 눈치 챘음을 알았을테니 굳이 내가 이걸 집어드는 것을 숨긴다 해도 모를리 없었다. 나는 계단을 짚고 물을 향해 몸을 숙였다. 손가락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기에 아케이드에서 발톱 게임이라도 하는 기분이었다. 마침내 손가락에 은빛 차키가 걸리기까지의 그 몇 초가 정말 길게 느껴졌다. 재빨리 계단까지 갈 방향을 정한 뒤 어쩌면 저 존재가 날 잡기 전에 나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걸었다. 시도는 해봐야지.

계단으로 달려나가기 전에 코너를 한번 보지 않응ㄹ 수 없었다. 그것은 벽에 기대어 서있었는데, 천장에 닿을만큼 컸고, 두꺼운 로브같은 무언가를 걸치고 있었다. 양 뿔은 길고 날카로웠고, 그것의 눈은 해골 저 안쪽에 위치해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갑자기 그것은 자취를 감추었다. 그것은 마치 입고 있던 로브 안에서 갑자기 사라진 마냥 물 속으로 들어갔다. 헉 하는 소리를 내고 한 걸음 떼려는 순간 그것은 이미 내 발목을 잡고 말았다. 그것의 얇은 손은 마치 미늘 와이어처럼 내 살을 파고 들었고 물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숨을 들이쉬지 못했다.

몇 초 동안 내 몸이 산소 부족으로 몸부림쳤다. 그것이 나를 지하실에서 잡아 끌어 벽의 구멍을 통해 터널로 끌고 갔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도 내 머리 속에는 온통 한 가지 생각 뿐이었다. 키를 잃지 마. 절대 떨어뜨리지 마.

상당히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지만 터널 또한 굉장히 길었다. 1분도 채 되지 않아 본능적으로 숨을 들이 쉬려 했다. 폐로 쏟아지는 물은 차가웠지만 나는 백열처럼 뜨겁게 타는 것 같았다. 그 존재는 나를 날카로운 구석과 좁은 길을 믿을 수 없을 만큼 센 악력으로 붙들고 끌고 다녔는데, 아마 제시 또한 이렇게 끌려다니는 상태에서 모든 뼈가 부러진게 아닐까 싶었다.

내 몸이 죽어가는게 느껴졌다. 완전한 어둠 속에 있었지만 내 시야의 가장자리부터 더 어둡게 꺼지기 시작했다. 타는 듯한 폐는 이제 약해지고 더이상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죽음의 손길은 차갑고 날카롭다더니, 다 뻥이네. 차라리 따뜻하고 부드러운게 마치 자장가같다. 그것의 부드러운 손길이란. 항복하고 말았다.

하지만 악마의 손길은 더 강했다. 갑자기 위로 아주 빠른 속도로 치솟은 탓인지 다리뼈가 부러지는 것이 느껴졌다. 차가운 공기가 내 얼굴을 때리더니, 내 몸이 곧장 그것을 폐로 집어 넣었다. 내가 탁한 잿빛의 물을 토해내자 내 시야 가장자리를 어둡게 가리고 있던 것이 사라졌다. 나는 뒤로 누워 그렇게 해변에서 약 30m 채 되지 않는 곳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물에 있는 동안 어릴적 익사할 뻔한 기억이 다시 돌아왔다 - 무언가 나를 아래로 잡아 끌 수록 커지던 그 몸부림, 그 고통, 그 절망과 공포. 고모 말이 맞았다: 마이크야말로 그날 헤엄쳐 빠져 나갔던 사람이고 나야말로 물에 빠졌던 것이다.

하지만 잃어버린 세 시간 동안, 모두가 내가 죽었을거라 생각했던 그 시간 동안 호수 바닥에서 대체 뭘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야 알았다. 호수의 가장 깊은 바닥에서 그 괴물은 내 영혼을 둘로 나눠 반쪽을 가졌던 것이다. 내가 언젠가는 다시 돌아올 것임을 알았기 때문에. 마치 불에 뛰어드는 나방처럼 말이다.

그리고 또한 사고가 있었던 그날, 사람들의 비난과 의심 가득한 표정이 이제서야 공포라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내 정체에 대한 공포.

죽음이 서서히 나를 놓아주자 이제 고통이 스멀스멀 찾아왔다. 그리고 고통과 함께 살아야한다는 본능도 돌아왔다. 싸워. 도망쳐.

나는 몸을 뒤집어 천천히, 하지만 점점 갈수록 빨리, 가끔은 감각이 없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며 빠르게 움직였다. 주먹을 펼 수 없어서 부러지지 않은 다리로 발을 차며 내 부두 옆 큰 잡초들 사이로 개헤엄치며 지나갔다. 그리고 해변가로 올라서 누운 뒤 잠시 숨을 골랐다. 내 다리가 아직 물에 잠겨 있었지만 더이상 움직일 수가 없었다. 숨이 잦아들진 않았지만 이제 일정하게 변했다. 그곳에 누워있는 동안 꽉 쥐고 있던 오른손을 열자 따뜻한 피가 왈칵 쏟아져 나와 손목과 팔뚝을 물들였다.

톱니같이 들쭉날쭉한 열쇠가 살에 박혔던 것이다. 나는 직접 살에 파묻힌 열쇠를 뽑아내야만 했다. 그리곤 몸을 굴려 물에서 다리를 건져 냈다. 세상 살아오면서 이같이 고통을 느꼈던 적은 없었지만 최선을 다해 몸을 일으켜 제시의 트럭을 향해 걸었다.

꺄르륵, 꼬르륵 거리는 소리가 이미 죽어버린 작은 케이시의 입에서 나온다. 이제 그녀를 일어날 수 없는 불가능한 일 목록에 같이 넣었다 - 여기서 멀리 멀리 떨어지고 나면 그때 다시 열어볼 수 있는 상자에.

초록색 트럭 옆을 박고나선 자꾸 떨어지는 백미러를 붙잡았다. 거의 다 왔어, 거의 다 했어, 이제 곧 끝나. 멀쩡한 손을 사용해 열쇠 꾸러미에서 쉐볼레 마크를 찾았다. 그리곤 열쇠구멍에 열쇠를 꽂은 뒤 돌리자 반대편 문이 열리는 것이 보였다. 제시의 트럭은 너무 높아서 어디에 남아 있는지도 모르는 힘을 꺼내와 차로 기어 올라가야만 했다. 부러지고 거의 대부분이 찢긴 다리를 올리면서 비명을 빽 지른 뒤 다시 운전대 앞에 그러 앉았다. 그리곤 무을 닫은 뒤 잠궈버렸다.

내 뒤를 확인하지도 않고 바로 후진했다. 오른쪽으로 급하게 꺾으려 했지만 내 가락은 핸들을 조종할 만큼 힘이 세지 않았다. 손목만을 가지고 힘들게 핸들을 돌려야 했다. 마침내 제시네 집에서 빠져나오자, 나는 기어를 바꾸고 마을로 향하는 흙길이 있는 곳을 향해 잡초를 밟으며 속도를 올렸다. 나와 그 길 사이를 막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마침내 호수를 둘러싼 숲을 빠져나왔을 무렵, 나는 정신줄을 놓고 말았다. 미친 여자처럼 웃어댔다. 높은 톤으로 사람같지 않은 소리는 나에게서 나오는거라 믿을 수 없었지만 - 내가 내고 있었다. 그리고 멈출 수 없었다.

드디어 자유다. 죽을 운명이 아니었어. 이제 곧 안전하고 따뜻해질거야. 나는 차가 전복되지 않도록 급좌에서 속도를 낮췄다. 저쪽으로 가면 마을이다 -로등이 빛나고, 자동차들이 달리고, 총을 든 경찰과 병운, 그리고 따뜻함과 안전이 보장된 그곳 -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길을 꺾었지만 길 끝에는 암흑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너무 깊고 공허해서 마치 내가 블랙홀을 향해 가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안 돼. 하지만 이미 늦었다. 1초 사이에 나는 도로에 있다가 기중에 떠버렸다. 트럭은 어찌나 세게 물을 들이 받았는지 핸들에 코를 부러뜨리고 말았다.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 그리고 내 감각을 더 살려줄 고통도 느껴졌다.

트럭은 재빨리 가라앉았고 나는 반대편 수압이 너무 높아지기 전에 차문을 여는데 성공했다. 나는 다시 물에 빠졌다 - 이쪽 부분은 그렇게 깊지 않아. 두 다리 아래로 호수 바닥이 느껴졌고 나는 재빨리 보이는 해변으로 움직였다. 해변으로 기어가는 동안, 이제 0.5m만 더 가면 이 호수에서 나갈 수 있다. 하지만 내 기력은 이미 바닥을 드러낸지 오래였다.

속도를 줄이기 시작하면서, 그냥 포기할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어차피 처음부터 내가 이 호수를 떠나리라는 보장이 없었고 내 운명은 고모가 나를 여기에 내려준 이후로 정해진 것이었다. 그럼 왜 싸워? 그래봤자 버틸수록 더 아프기만 한데.

나는 잔나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하지만 저기까지 가서 또 뭘 해야하나? 또 차가운 해변에 내 몸뚱이를 얹어놔? 대체 뭘 위해서? 이제 갈 곳도 없는걸.

무언가 부러진 발목을 훑자 또다른 고통이 불지피듯 찾아왔다. 이제 떨치려는 마음도 없이 저항도 끝난 상태였다. 너무 피곤했다. 졸리기도 하고 따뜻했으면 싶었다. 그리고 만약 죽음만이 나에게 잠과 따스함을 줄 수 있다면, 그냥 그러라 싶었다. 제시는 내가 죽인거야. 온 몸이 부서져서 익사했어. 내 운명이라고 다를 이유가 있겠나.

손에 쥐고 있던 잡초를 놓자 내 몸이 천천히 물로 향하는 것을 느꼈다. 이번엔 그 끔찍한 존재가 아니라 어린 내가 나를 잡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가까이서 본 적은 없었는데. 어린 케이시의 얇은 피부는 죽은 사람에게 씌워놓은 듯한 허여멀건한 해골 얼굴에 랩을 씌워놓은 것 같았다. 머리칼은 나뭇가지니 잡초니 엉망이었다; 엉키고, 꼬이고 해골 쪽 머리칼은 하얗게 변해 있었다. 하지만 얜 나야, 부인할 수가 없다. 시체를 쏙 빼닮은, 내 어린 시절 부패한 버전, 하지만 영락없이 나 자신이었다.

그 존재는 여자애 뒤 몇 미터에서 다시 서서이 솟아 올랐다. 호수에 잔물결 하나 잘 일지 않게 나타났다. 그것의 로브는 이제야 보니 검은색과 와인색으로 되어 있었는데 마치 오리의 날개처럼 물을 뺄 수 있게 만들어졌었다. 그의 얼굴은 새하얗게 뼈로 된 숫사슴의 얼굴이었고 머리에서 뻗어져 나온 양갈래의 뿔은 흑단같이 검었다. 얇고 검은 손이 접혀있던 로브에서 나타났다. 그는 그 손을 나에게 뻗으며 마치 입을 떨구기라도 하듯 열더니 비명으로 추정되는 엄청난 소리를 온 해변이 울리도록 질러댔다. 시선을 다시 어린 케이시에게 두자 그녀는 나를 보며 웃었다. "제발," 내가 속삭였다. 그렇게 나는 다시 호수에서 가장 어두운 부분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렇게 물에 빠졌다.

*

따뜻한 뭔가가 내 얼굴을 핥는다. 앤더슨네 개들이다. 칼훈 호수에서. 그게 내가 있는 곳이다. 내가 거기에 있어야 했다. 눈이 멀 것 같은 빛 아래 눈을 떴다.

내 볼을 때리는 물은 따뜻했고, 머리 위로 비치는 태양은 데일만큼 뜨거웠다. 나는 호수 가장자리에 부러지고 찢어진 몸으로 배영하듯 떠있었다. 내 피부는 창백했고 매 초마다 내 안에서 따뜻한 것이 뿜어져 나왔다. 내 손이 해변가의 풀을 뜯었다.

살았다. 왜? 왜 아직도 살아있지? 살고 싶지 않은데. 이번에는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호수 아래에 있었는지 알고싶지도 않았다. 그 망할 괴물놈이 나한테 또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싶지 않았다. 그냥 가라앉을 수도 있잖아. 그냥 그렇게 호수 밑바닥으로 가라앉으면. 아무도 날 찾지 않을텐데.

나는 몸을 뒤집어 밖으로 빠져나왔다 - 이게 마지막이다. 다시 등으로 누웠고, 공허함으로부터 온갖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난것 같았다. 파도처럼 나를 덮치는 고통은 내 몸에서 느끼는 고통보다 더 괴로웠다. 그 모든 죽음, 공포, 두려움과 고통. 내 위로 보이는 푸른 공간을 향해 울부짖었다. 경련이 날 때까지 소리치고 흐느꼈다. 내 몸에 부러진 곳 그 외에는 어떤 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울고 또 울었다. 그리고 그때, 고모가 날 찾아냈다.

고모는 나를 끌어내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내 다리에 붕대를 감아주었다. 내 오두막에 불을 지피고 제시네도 똑같이 했다. 내가 원했기 때문에. 그리고 나를 다시 차로 데려가 보조석에 앉혔다. 우리가 함께 차를 타고 빠져나가는 동안, 내 두 눈은 이제 거의 다 가라앉은 녹색 픽업 트럭에 고정되어 잇었다. 내 마지막 인간적인 면이 저 차와 함께 사라진다.

이제 나에게 남은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에게 남아있던 것은 하늘에 대고 소리를 지르던 그 날 모두 빠져나가고 말았다. 고모는 그날 이후로 한 마디도 하지 않는 나에게 화가 났다. 나에게 더이상 할 말조차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그녀는 이해하지 못한다.

더이상 집을 나서는 일이 없었음에도 고모는 나에게 휠체어를 사주었다. 진료 받으러 갈 때만 쓰라고, 고모는 말했다. 내 안에서 자라는 것은 일정부분 나였고, 제시였고 또 다른 것이었다. 매 달: 새로운 의사. 매 진료: 똑같았다. 초음파기술의 여유로운 웃음이 사라지고 불편한듯 찌푸려진 인상으로 그들은 의사에게 간다. 의사는 조용히 고모에게 말을 전한다. 하지만 나는 다 들을 수 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들이 말한다. 인정해야겠군요. 케이시는 지금 긴장증세를 보입니다. 충격에 의한 것 같아요.

나에게 힘이 있었다면 당장 도망갔을 것이다. 심장이 있었더라면 내 안에 있는 그 나쁜 존재를 죽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태어나면 나를 죽일 것이라는 그 희망 하나 이외에는 나에게 남아있는 것이 없었다. 고모는 아주 큰 꿈을 가지고 있다. 고모는 매일같이 내 배의 크기를 재고 그것이 움직이거나 발로 찰 때마다 미소를 짓는다. 고모는 이 아이에게 심장박동이 없는게 별로 상관이 없나 보다.

-

댓글에 달린 작가의 해설입니다,

오두막을 처분하지 않은 것은 고모의 선택... 케이시의 아버지는 모르고 있었을 것.
고모는 이 모든 상황을 다 알고 있었다. 어릴적 기억과 함께 자신의 친구인 그 악마까지 모두 다 기억하고 있는 사람. 하지만 고모는 악마가 원하는 것을 줄 수 없는 상태였기에 (불임) 대신 케이시를 이용한 것.
사람들은 케이시를 상종하려 하지 않았음. 그녀는 호수 바닥 아래에서 3시간 동안 거의 죽어 있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꼈고, 거기엔 마이크의 부모님도 포함. 케이시는 SNS로 마이크를 찾아보지 않았다, 왜 그럴 필요성이 없으니까.
어쩌면 케이시의 아버지는 어릴적 괴물을 목격한 경험을 기억해냈거나 동생 이비 (고모)가 악마에 대해 설명했던 것을 떠올렸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의 어린 딸이 똑같은 존재에 대해 말하자 그는 겁을 먹게 됐을 것.
베이 호수는 어쩌면 시간에 대한 흔적일 수도 있다. 그저 휴가용 집을 사놓기에는 별로 좋지 않은 장소였던듯.






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4jxoak/lake_kagachante_part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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