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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1910 출처
이 글은 9년 전 (2016/10/26) 게시물이에요

 소녀의 모습 바탕에 깔려있는 것 | 인스티즈




 

시작하기 전에 내가 지금 여기 적으려는 말은,

아이유의 노래 제제의 가사를 하나, 하나 파헤치거나

그녀의 콘셉트 속에 롤리타적인 요소가 과연 몇 개가 들었나 하는 것이나

스물셋의 뮤직비디오 감독의 해명이 납득이 가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먼저 얘기하고 싶음.

 


나는 아이유라는 가수가 언젠가부터 만들기 시작해서 지금껏 유지해 온,

요 며칠 사이에 롤리타라는 이름으로 폭발한 그 컨셉이 지금껏 유통되어온 것에서

내가 느끼게 된 것들을 그냥 사담 형식으로 풀어보려고 함.




 소녀의 모습 바탕에 깔려있는 것 | 인스티즈 

나는 아이유가 데뷔 초였던 부와 마쉬멜로우로 활동하던 때부터

이런 가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노래들을 듣기도 했고

그때 활동하던 아이유의 모습을 기억함.

그리고 지금 아이유의 모습에 그때 아이유의 모습이

별로 남아있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음.

단순히 외모적인 변화나 미성년자에서 성인으로 나이를 먹은 것을 떠나서

발랄하고 쾌활하고 깜찍한 면이 강조되던 소녀 가수에서

‘어리지만 어른스럽기도 한 이중소녀이자 재능까지 갖춘 아티스트’

로 이미지를 구축해 온 지금의 아이유는 가수로서도,

그리고 연예인으로서 갖고 있는 이미지도 그때와 많이 다름.

이게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님. 활동하면서 연예인의 이미지가

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일.




 소녀의 모습 바탕에 깔려있는 것 | 인스티즈 

임슬옹과의 듀엣으로 본격적인 유명세를 얻게 해주었던 ‘잔소리’ 이후

아이유 특유의 ‘어리지만 그것이 다가 아닌 소녀’ 컨셉이 등장하게 된 것이

나는 이 앨범부터라고 생각함. “오빠가 좋은걸 어떡해” 라고 외치던

타이틀곡 좋은날로 아이유는 큰 인기를 얻었고 수많은 삼촌 팬들을 거느리게 되었음.

몇 살인지 불분명했지만 “오빠”로 뭉뚱그려진 연상의 남자를 향해

주저없이 좋아한다는 노래를 부를 때 아이유는 미성년자였지만

어린 여자애가 어른 남자를 좋아한다는 내용의 노래는 대중들에게 크게 어필했고

성인인 남자에게 자신의 애정을 서투르게 어필하는 미성년 여자애의 캐릭터를

이때까지는 아무도 의식하지도, 부자연스럽다고 여기지도 않았음.




  소녀의 모습 바탕에 깔려있는 것 | 인스티즈

“연상의 남자를 향한 애정을 가진 미성숙한 소녀”가 주체가 되어 부르는 노래는

좋은날 이후 근 1년 만에 발표한 너랑 나에서도 그대로 이어짐.

양순한 소녀 같은 의상에 티가 날 듯 말 듯 한 화장기와 양갈래 머리의 아이유는

지난 앨범의 커버보다 째서인지 더 어려진 모습이었지만, 그런 모습으로 무대에서

“너랑 나랑은 지금 안 되지. 시간을 더 보채고 싶지만”

하는 가사로 여전히 자신이 뛰어넘을 수 없는 벽(미성년자)에 갇혀서

자신이 도달하고픈 시간 저 너머에 있는 대상(성인남자)을 향한 애정을 노래했고,

이 노래 역시 히트 쳤지만, 아이유에게 롤리타 컨셉이 아니냐는 목소리는

이 시기부터 들려오게 됨.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롤리타를 얘기하는 목소리는

그렇게 크지 않았고, 오히려 그런 얘기를 하면

요상한 생각하는 사람으로 여겨지며 빈축을 사는 정도였음.




  소녀의 모습 바탕에 깔려있는 것 | 인스티즈

너랑 나 이후 다시 일 년 남짓이 지난 2013년,

아이유는 분홍신을 신고 다시 컴백함.

찰리 채플린과 대공황의 시대였던 1900년대 초를 테마로 한 이 앨범에서

아이유는 원전인 동화에서 탄생한 이후 지금까지 저 신발을 손에 넣고 싶은

소녀의 욕망, 나아가서는 여자의 욕망이 응집되어 탄생한 소품인 분홍신을 신고

“기다리기만 하는 내가 아냐 너를 찾아 뚜벅” 하는 가사로

너랑 나와 좋은날보다 더 진취적으로 애정하는 존재를 찾아간다고 노래했으나

난 거꾸로 이 앨범에서 ‘아이유 컨셉이 롤리타인가?’ 하는 생각을 약간 갖게 되었는데




 소녀의 모습 바탕에 깔려있는 것 | 인스티즈 

그건 분홍신과 함께 수록되어 있는 다른 곡인 ‘입술사이’ 때문이었음.

모던 타임즈 앨범은 테마가 고전이었던 만큼 소녀스러움을 강조했던

지난 앨범들과 다르게 아이유의 스타일링 또한 많이 달라졌음.

욕망을 상징하는 분홍신을 신고 레이스 치마를 입고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은 자세로 퍼포먼스를 시작하는 아이유의 모습은

분명 소녀이기만 했던 이전 이미지보다 여성성이 강조된 모습이었으나




 소녀의 모습 바탕에 깔려있는 것 | 인스티즈 

같은 앨범 수록곡인 ‘입술사이’에서는 다시 그 모습을 벗어버리고

“제발 넘지 말아요. 두 입술사이 거린 아직까지 50cm.

달콤한 말로, 그 말로 제발 흔한 여자로 만들진 말아주세요.

조금만 날 아껴줘요, 두 입술사인 아직 50cm”

라는 가사로 여전히 자신이 넘을 수 없는 선(미성숙) 안에 있으며 그 선을 넘어

다가오고 싶어 하는 존재에게(미성숙을 넘어서면 안 되는 존재는, 성인남자겠지)

나도 당신을 사랑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밀어냄.

오빠가 좋은 것을 어떡하냐던 소녀는 이제 나도 당신과의 사랑이 기다려지지만

아직은 때가 되지 않았기에 그대 윗입술에 빨간 나의 아랫입술이

닿을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말하는 어린 여자, 혹은 남녀간의 감정을 알지만

아직 미성숙하기에 실행할 수 없다는 소녀가 되었음.

 


그리고 다른 이들이 모두 첨단을 달리며 유행을 선도하고자 할 때

홀로 20세기 초로 돌아가 지나간 시대를 테마로 한 이 앨범으로

아이유는 또래 다른 가수들과 다르게 작품성 있는 앨범을 낼 수 있는

솔로 가수로 인식되었고, 이렇게 부여된 아이유의 ‘아티스트적인’ 일면은

모던 타임즈 이후 별 같은 대선배들과 작업한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와

서태지와의 콜라보 곡이었던 “소격동”등의 활동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음.

‘사랑하고 싶고, 사랑할 줄 아는 여자이지만 여전히 소녀’의 모습이 완성되어

아티스트적인 성질까지 획득하는 동안 아이유에게는 어리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닌, 다소 이중적인 소녀의 이미지도 자리 잡게 되었음.

하지만, 적어도 이때까지 아이유에게 이런 인식은 

긍정적인 쪽으로 작용하는 면이 더 컸음.



어리지만 어른 못지않은, 어리지만 똑 부러지는, 

어리지만 생각 있는, 어리지만 작품성과 자기 색을 가진 

아티스트인 아이유.




 소녀의 모습 바탕에 깔려있는 것 | 인스티즈 

그리고 그 아티스트 아이유의 모든 능력을 담아냈다며 발표된 채셔 앨범.

그동안 음악프로에서 뛰어난 곡 해석력을 보여주었던 아이유의 예술가적 능력은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제제와 밍기뉴의 관계를 재해석한 노래 ‘제제’로 피어나고

어리지만 성숙한, 이중성을 가진 소녀의 이미지로 활용되어 온

아이유 특유의 영민한 소녀스러움은 타이틀곡 ‘스물셋’으로 화룡점정에 오름.

그러나 이 앨범을 향해 많은 대중들이 “역시 아이유”라며 찬사와

엄지 척을 들어주리란 예상과 기대와는 정반대로,

대중들은 그녀에게 격분을 하고 있음.




 소녀의 모습 바탕에 깔려있는 것 | 인스티즈 

‘너랑 나’에서 일어나기 시작한 롤리타 논쟁이 이렇게 커지지 않았던 것은

그 앨범과 스타일에 녹아든 롤리타의 요소가 채셔처럼 노골적이고

대놓고 표현되지 않았기 때문임. 좋은날, 너랑 나, 분홍신, 입술사이를 거치며

어른 남자를 좋아하는 소녀, 어른 남자와의 사랑이 이루어질 때를 기다리는 소녀,

애정 하는 대상을 찾아 나서고 싶은 소녀, 다가오려는 남자를 밀어내며

자신에게 아직 다가오지 않은 때를 기다려달라고 말하던

(그 때라는 것이 신체적 미성숙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마음인지는 모호하게

뭉뚱그린 채 어찌됐든 자신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음을 어필한)

소녀는 자신 그 자체를 투영한 노래이자 채셔 앨범의 얼굴인 스물셋에서

“다 큰 척 해도 적당히 속아줘요/덜 자란 척 해도 대충 속아줘요”

라며 자기가 갖고 있는 이중성을 자기도 잘 안다는 듯이 노래했지만

“속마음과 다른 표정을 짓는 일 아주 간단하거든/난 당신 맘에 들고 싶어요/

자기 머리 꼭대기 위에서 놀아도 돼요?/색안경에 비춰지는거 뭐 이제 익숙하거든”

하고 지금껏 대중을 휘어잡아왔던 자신의 속성을 아주 잘 알고 있으며

난 아주 쉽게 이런 면을 이용해서 당신들을 휘어잡을 수 있다고 표현하는 가사에서

대중들은 예술가적 감성에 감탄하는 대신 불쾌한 발칙함과,

이 노래를 영상으로 표현한 뮤직비디오에 묻어난 롤리타 클리세에

맹렬한 거부감을 표하고 있음.

 


“오빠가 좋은걸 어떡해” 하는 아이유에게 

그저 우쭈쭈만을 시전했던

맨 처음과는 전혀 다르게.


 

앞의 서두에서 난 이 글에서 아이유가 롤리타 컨셉을 그래서 했는가 아닌가

하는 것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었음.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쓸데없이 길게 이 가수의 캐릭터에 대해 설명해온 것은,

오빠를 좋아하는 소녀로 시작하여 ‘예뻐해 줬더니 기어오른 발칙한 것’이자

‘머리에 뭐가 들었는지 모를 맹랑한 것’으로 뒤집어진 아이유라는 연예인이

스스로 구축해 온, 그리고 그런 캐릭터 구축이 애초에 가능했던 배경에 대한

나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싶어서였음.

 


데뷔작이었던 부와 마쉬멜로우부터 지금까지 연예인으로서의

아이유의 이미지는 조금씩 변해왔지만 마쉬멜로우에서 채셔까지

한 번도 잃지 않고 일관적으로 유지된 일면은 ‘소녀’였음.

그것도 발랄하지만 아직은 연애가 먼 이야기였던 미성숙한 소녀.

물론 이 컨셉은 실제 나이가 어렸던 데뷔초에는 문제가 없었고,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었음. 그러나 좋은날을 기점으로 아이유는

마냥 어린 소녀에서 이제 이성간의 사랑을 깨닫고 남자,

특히 오빠로 통칭되는 모든 어른 남자를 대상으로 한 사랑노래를 부름으로써

어리지만 사랑을 꿈꿀 만큼 성숙한 요소를 갖춘 소녀가 됨.

삼촌팬들은 또래의 잘나가는 다른 연예인이나 아이돌이 아니라

막연했지만 자기들을 향한 “오빠가 좋은걸” 하는 노랫말에 열광했고

비단 삼촌팬 뿐만이 아니라 일반 대중들 역시 호감을 가졌음.

미성년자가 어른남자를 향해 부르는 것이었지만,

어리다고 해서 누굴 좋아하지 말라는 법은 없으므로

충분히 표현 가능한 선이었던 좋은날 정도의 어필은 

애교수준으로 받아들여짐.

 


이어진 ‘너랑 나’에서 아이유는 오빠를 부르진 않았지만

시간을 재촉하고 싶다는 가사로 자신의 미성숙함을 좋은날에서보다

더 명확히 언급하며 연상남에게 애정과 사랑을 가진 소녀 이미지를 더 공고히 함.

“어른 남자를 향한 어린여자”의 사랑과 “난 어리지만 얼른 당신에게 가고 싶다”는

내용의 노래와 컨셉은 이번에도 아주 유용하게 통함.

삼촌팬들은 그녀에게 무한할 것 같은 애정을 보냈고,

“어린여자(아이유)입장에서 좋다는 것이라고는 해도 미성숙한 대상에게

성인남자의 애정을 끌어오는 구도인데 그건 좀 아니지 않는가?”

하는 일부의 작은 지적은 제대로 들리지 않았음,

설사 들렸더라도 그게 뭐? 하는 수준으로 무시당했지.

지금은 이렇게 모두가 공분하고 있는,

미성숙한 대상을 어른 남자의 애정을 가질 수 있는 존재로 만든 것이었는데도

아이유라는 가수가 동일한 컨셉을 이용하여 인기를 얻고 승승장구를 하는 동안

아무도 그것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도, 부적절하다고 여기지도, 이게 뭔가요 하는 

의문조차 제대로 품어진 적이 없었음. 어린 여자에게 어른 남자, 아니 

어른남자가 자신을 향하는 어린여자의 애정을 향유하는 것에 대해 

대다수가 거의 전혀 의식을 하지 못할 만큼 무감각하게 

(심지어 같은 성별을 가진 많은 여성들조차도)

그것을 그냥 그럴 수도 있는 것이라는 정도로 수용해 왔음.


 

그리고 요 근래의 난리 아닌 난리를 지켜보면서 나는

아이유라는 가수의 미성숙한 소녀 컨셉이 애초에 기획될 수 있었고

더 나아가 이런 정도의 대성공을 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롤리타 콤플렉스 이전에 우리가 사는 사회에 아주 깊게 박혀있는

성 관념이 존재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음.

오히려 처음부터 롤리타를 노리고 만든 것이 아니라,

이 관념을 따라가다가 가장 그럴싸하게 포장할 수 있는 것을 찾다보니

롤리타에 닿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 성 관념이 뭐냐하면

 


“남자는 어린 여자를 좋아한다.

어린 여자를 원하는 것은 남자의 본능이다.”

 


하는, 어린여자를 향한 남성 판타지임.




  소녀의 모습 바탕에 깔려있는 것 | 인스티즈

아이유가 가진 소녀 이미지가 채셔 이전까지 그녀에게 좋게만 작용한 것은 아님.

‘아직 어리지만 연상 애인으로부터의 사랑과 애정을 원하는 소녀’의 이미지가 완성된

너랑 나 이후, 2012년으로 스무살이 된 아이유는 그 해 11월에 커다란 스캔들을 겪음.

성인이 된 아이유가 잠옷 차림으로 집에서 다른 남자 연예인과 찍은 사진 한 장은

그때까지 지켜오던 아이유의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고

그 사진을 목격한 많은 팬들은 그녀가 만들고 지켜온 소녀 이미지를

무참하게 난도질하면서 마치 현실에서 배신당한 사람처럼 분노를 퍼부었음.

 


그러나 그때까지 아이유가 대외적으로 “나는 모태솔로” 라거나 혹은

(더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난 처녀예요”라고 말한 적은 없음.

소녀임을 어필해왔던 것이지 순결한 여자를 어필해왔던 것이 절대 아님.

그리고 성인이었기에, 그때의 아이유에게 연애를 하지 말라는 법도 없었음.

그러나 유출된 사진 한 장이 던진 파문으로 아이유는 순진한 소녀에서

“겉으론 사랑해달라며 순진한 척 온갖 아양을 다 떨더니 뒤로 호박씨 까는”

가증스런 것으로 뒤집어졌고 수많은 자극적인 기사와 댓글은 스무살이 된 여성에게

“이 난잡한 것아” 하는 의미로 정리될 수 있는 비난을 아무렇지 않게 던져댐.

그리고 아이유의 이 스캔들에서 그녀에게 가장 거칠고 원색적인 비난을 퍼부은 것은

아이유의 노래를 단순하게 향유해 온 일반 대중들이 아니라 한때 그녀를

무한에 가까운 애정으로 아끼며 언제나 아이유를 그렇게 아껴줄 것 같던

삼촌 팬들, 즉 남성 팬들이었음.




  소녀의 모습 바탕에 깔려있는 것 | 인스티즈

미성숙은 하나의 단어이지만 성별에 따라 갖게 되는 의미가 약간 다름.

남성에게 적용될 때 미성숙은 장차 완성될 미래가 남은

일종의 가능성의 일부로 취급되지만, 여성에게는 그와 다르게

잃어서는 안 될 어떤 가치처럼 여겨지는 경향이 있음.

그래서 그런 인식에 섞은 남성 판타지를 교묘하게, 애교 수준으로 건드리며

구축한 아이유의 미성숙에게 삼촌팬이라는 하나의 팬덤으로 자리 잡은

사람들은 그렇게 열광하고 환호했던 것이고,

지금껏 그게 뭐가 문제인가 하는 의문조차 얼른 품지 못할 정도로

광범위하게 퍼져있던 어린여자를 향한 남성 판타지 만큼이나

대수롭지 않게 여겨져 온 것 또 하나는

미성년과 성인이 애정구도로 연결되는 것이

생각보다 위험한 것이라는 사회적인 자각이었음.



나는 거꾸로 사회적인 자각이 이렇게 무뎠기에 아이유의

미성년 소녀-성인남자의 컨셉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함.

그랬기에 아이유의 노랫말이 미성년을 암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필은 먹혀들었고, 미성년자에게 어른남자의 애정이 결부된 것을 지적하는

사람들을 아이유를 향한 열폭종자로 만들면서, 너무나 순조롭게 성공했으니까.

 연예인의 열애나 사생활 문제가 팬들에게 예민한 문제가 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것을 제외하더라도 이 일에서 아이유에게 특히 이런 류의 비난이 쏟아진 것은

어린 여자를 향한 남성 판타지 안에는 처녀콤플렉스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함.

 


위에서 언급한 어린여자를 향한 남성 판타지가 바탕에 깔린 시선 안에는

저 어린 여성이 처녀일 것이며 만약 처녀가 아니더라도 어리지 않은

다른 여성보다는 성적인 경험이 덜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깔려있음.

그러나 잠옷차림, 집에서, 남자와 찍은 그 한 장의 사진에는

저 모든 인식을 깨부수는 요소들이 다 들어있고,

그것은 “너랑 나랑은 지금은 안되지 시계바늘을 돌리고 싶지만” 하는 노래로

자신의 미성숙을 들어 이런 것은 아직 안된다고 얘기하던 여성 연예인이

그때까지 만들고 구축해 온 모습에 정반대로 위배되는 것들이었음.

 


수없는 오빠들 중 하나일 지라도 어쨌든 나를 향한 것,

다른 이에게 침범당할 일이 없었을 때는 아이유가 어필하던 미성숙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오히려 선호해 왔으면서, 이미지에 반하는 그녀의

개인적인 모습이 드러나자 초대형 현타를 맞이하고는

자신들이 정한 틀을 벗어난 아이유에게 서슴없이 난잡하다는 굴레를 씌웠음.

(그리고 이런 면을 본다면, 일본에서 여성 아이돌이 단지 연애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현역에서 연습생으로 강등되는 가혹한 처분이 

대체 어떤 개념으로 가능한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음)

 


개인적으로, 나는 아이유의 이 스캔들에서

특정 이미지를 가진 여성 연예인이 어떤 틀에 갇히는지,

팬들을 선두로 한 대중이 그녀에게 어떤 모습들만을 요구하며,

어떤 모습일 때 그녀를 가장 좋아하고, 또한 싫어하는지,

그래서 연예인 하나에게 투영된 일이지만 이걸 더 넓은 시야로 확대하면

결국 사회에서 여성에게 요구되는 관념이 어떤 것들인지 목격한 기분이었음.

그 관념에서 벗어난 여자에게 얼마나 서슬 퍼렇고 

폭력적인 비난이 쏟아지는지 까지도.

 


 소녀의 모습 바탕에 깔려있는 것 | 인스티즈

그런데 이 스캔들로 호되게 성인식을 치른 이후 나온

모던 타임즈 앨범에서 아이유는 전보다는 진취적인 여운을 넣긴 했지만

어째서인지 계속해서 소녀의 이미지를 갖고 감.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롤리타가 연상되는 입술사이의 뮤직비디오와

그녀의 묘한 컨셉이 롤리타 콤플렉스 자체가 아니고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롤리타와 그것을 바탕으로 탄생한 영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소녀 컨셉을 유지해 온 아이유가 그 영화에서 영감을 얻었나?? 하고 넘어갔음.

아무리 자기의 연예인으로서의 정체성이 미성숙한 소녀라고 해도,

소아성애와 선이 닿아있는 그 콤플렉스를 가져다 썼을 것이라고는

상식적으로 선뜻 생각이 되지 않았기 때문임.

 



 소녀의 모습 바탕에 깔려있는 것 | 인스티즈

그러나 너랑 나에서 시작되어 입술사이에서 확고하게 여운을 풍기던

아이유의 미성숙한 소녀 컨셉과 다시 들고 나온 소녀 이미지는

그녀의 정수를 담았다는 스물셋에서 직접적으로 롤리타 콤플렉스라는

단어를 듣는 지적을 받게 됨. 무엇 때문에 롤리타 논쟁이 제기되었나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굳이 여기서 설명할 필요 없이 지금 인터넷에 나도는

많은 글들로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짐.

 


그러나 내가 지금 앨범 나온 직후까지만 해도 잘 듣던

아이유의 채셔 앨범 음악을 이젠 듣지 않는 이유는 그녀의 이번 앨범이

롤리타 콤플렉스를 갖다 썼다고 확신해서가 결코 아님.

내가 더 이상 아이유가 캐릭터를 만들고 소비하는 방식에

동의하지 않게 된 것은 아이유의 스물셋이 소아성애와 선이 닿은

그 컨셉이 맞냐 아니냐에 상관없이, 

그녀가 처음부터 자신의 캐릭터로 미성숙의 옷을 입고



그 미성숙에 성인남자의 애정을 결부시키는 것으로 

자신의 연예인으로서의 캐릭터를 만들었고, 

유지해오려 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임.


 

지금까지 아이유 이전에 소녀의 이미지를 가졌던 여가수들이 없었던 것은 아님.

하늘색 꿈을 부르던 박지윤은 성인식을 치르며 난 이제 더 이상 소녀가 아니니까

애 취급하지 말라고 소녀의 옷을 집어던졌고,

스쿨룩을 입고 아이러니를 부르며 춤추던 현아는 트러블 메이커가 되어

교복을 벗어던지고 무대를 도가니탕으로 만들었음.

소녀였지만, 성인이 되었으니 이제 난 소녀가 아니라며 

명확하게 선을 그었던 것임.


 

그런데 아이유만은 스물셋이 되도록

물리적인 나이는 성인이고 노래의 제목도 스물셋이건만,

여전히 자신이 아직도 미숙하고 소녀의 일면을 가졌다고 어필하며

이전 앨범들에서 유지한 자신의 영민한 소녀의 모습을 안고 가면서

이젠 머리 꼭대기에서 놀아도 되냐고 묻고 있음…….

 


미성숙한 여자에게 성인남자의 애정을 끌어 오는게 뭐가 문제냐고 한다면,

위에서 설명했던 남성 판타지 부분을 다시 설명하고 싶음.

사랑을 원한다고 말하는 주체가 여자 쪽이라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님.

어리면 사랑도 할 수 없는 거라고 강요하려는 것도 아님.

미성숙한 여자애에게 어른과의 사랑이 가능한 거라는 인식을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갖게 만드는 것 자체가 위험한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은 거임!

만약 “미성년과 사랑에 빠지는 것이 가능한 성인”의 구도에 사회가 더 일찍

경각심을 가졌다면, 최소한 미성년-성인 간의 애정을 상업적으로 표현하고

여지를 주는 것이 미성년자에게 존재하는 인간적인 욕구와 애정을 인정하는 것과는

전혀 별개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사회 분위기였다면

(미성년자도 사랑하고 연애할 수 있음.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게 모두 

성인과의 관계로 연결되는 것이 당연한 것은 결코 아님. 그 둘은 전혀 다른 문제임.)

아이유라는 가수의 오빠 좋아하는 미성년 소녀 컨셉은 애초에 성립될 수도 없었을 것이고, 

그 컨셉이 점점 진해져 오다가 이윽고는 소아성애를 일컫는 롤리타 콤플렉스에

닿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되었을 것이기 때문.

 


내가 아이유의 노래를 더 이상 즐겁게 들을 수 없고

그녀의 방식에 동의할 수 없어진 것은, 아이유라는 가수는

사람들이 언제 건 접할 수 있는 온갖 매체에 등장할 수 있는 유명인인 만큼,

그녀 자신이 그렇게까지 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도

단지 그런 이미지를 구축하고 표방하는 것 자체만으로

또래의 수많은 다른 어린 소녀, 젊은 여성에 대한 인식을 왜곡시키기 때문임.

오빠와 연장자를 찾으며 아이유는 사랑받겠지만 그 이미지가 계속 소비되며

왜곡되게 쌓인 인식에 노출된 다른 여성들은??

(다른 연예인의 선정성은 괜찮다는 것이 아님.

성년-미성년 프레임을 이용했다는 것 하나만 두고 이야기하는 것임)

 


그러나 나는 이런 생각이 들기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 아이유의 미성년 소녀 컨셉에서 아무런 다른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아이유의 제제와 스물셋 노래를 즐겨 듣고 있었고, 롤리타 논쟁이 일어나고

많은 의견들이 오가는 것을 지켜보던 중에서야 내가 위에서 지적한

남성 판타지 콤플렉스에 여자인 나조차 아무 생각 없이 젖어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음.

그리고 그랬던 나 자신에게서 느낀 충격만큼, 직접적으로 일어난 논쟁에서

그것을 지적하는 목소리만큼 그와 대립하는 목소리도 크다는 것이 놀라움.

왜냐면 지금 이렇게 치열한 대립각의 초점이 

아이유가 롤리타 컨셉이 맞냐 아니냐에만 맞춰져 있고 

우리 사회가 어떤 관념에 너무도 무감각했었다는 것과

저런 컨셉이 애초에 시도될 수 있었던 배경에 깔려 있는 아주 차별적인 성 관념에

과하게 무덤덤했다는 것은 논외에 버려져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를 만약 아이유와 그녀 소속사의 이번 앨범의 목적이

스물셋 노래의 가사처럼 자신이 만들었지만 이젠 자신을 가두어버린

굳건한 성채가 된 미숙하고 순진해야만 하는 소녀의 틀을 벗어버리고 싶은 것이었다면

아이유 측은 그 소녀의 이미지를 여전히 끌어안은 채 그 위에 영악함을 덧붙여

대중을 향해 자신의 발칙함을 예술성으로 포장하여 지금까지 나의 이런 모습을

사랑해 왔으니까 앞으로도 계속 좋아하기나 해라라고 요구할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원한 건 다른 거였겠지만 이게 진짜 나예요 하고 민낯을 드러냈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나 하고 생각함.

 


왜냐면 아무리 아티스트적인 감성으로 있어보이게 포장을 하고

자기의 이중성을 대놓고 표현한 노래를 난해한 뮤비로 풀어낸다 해도,

정작 아이유와 그녀의 회사가 쌓아놓은 소녀의 틀을 버리지 못한다면

시작이 그랬던 것처럼, 아이유라는 가수의 이미지는 그녀 자신의 진짜 능력과는

괴리된 채 남성 판타지에 기생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임.



그리고 이제 50일 정도만 더 지나면 아이유는 스물넷.

대학생으로 따져도 졸업반이고, 평범했다면 대학을 졸업하고 

어엿한 사회인이 되어야 할 나이의 성인 여성에게 

이제까지 그녀를 사랑받게 해 준 소녀의 시효는 

사실 이미 끝나야 할 때를 한참 넘긴 것이나 다름없음.

억지로 연장한다고 해도 그 기간은 결코 길지 않을 것임.

 


인터넷을 달구고 있는 모든 논란에는 선택적 피드백만을 한 채

바로 팬 사인회를 강행한 것을 보면 이런 글을 적어봤자

그냥 놀아나는 것일 뿐이구나 하는 회의감을 지울 수 없지만,

그리고 사람들이 뭐라고 떠들던 어느 토크쇼에 나와 



 소녀의 모습 바탕에 깔려있는 것 | 인스티즈


이렇게 얘기했던 그 말대로, 이런 논란이 곧 사그러든 뒤에도 아이유는

여전히 음악인이자 연예인으로서 알아서 자기 인생을 잘 살겠지만,

(이래서 연예인 걱정은 하는게 아님 껄껄껄☆★)

나는 그래도 아이유의 노래를 빌미로 여성관, 예술관, 각자의 입장을 말하는

수많은 의견이 폭발적으로 일어난 것 하나만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함.

그렇게 오가는 와중에 나처럼 여태껏 모르던 것을 새삼 의식하게 된

사람들도 분명 한둘이 아닐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아이유라는 여자 연예인이 만들어온 속성에 대한 글이었던 만큼

스물셋 뮤비만큼 논란거리인 제제에 관한 이야기는 여기서 굳이 하지 않겠음.

 


그러나 아이유의 제제를 두고 일어난 대중의 비판을 두고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비판하는 사람 전부를 음란마귀 낀 

무지몽매한 대중 취급을 하는 몇몇 자칭 평론가라는 

사람들의 모습은 정말 참 답답하다고 생각함.

그리고 그 사람들에게 묻고 싶음.


 

어떤 예술작품에 대한 해석이 받아들이는 사람의 자유라면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를 그렇게 해석한 아이유나

아이유의 결과물을 그렇게 해석한 대중이나 동등한 위치일 것인데

저자와 원작의 의도와 동떨어진 해석이 나온 것을 두고 단지 유감이라는

한 마디만을 했고 그것조차 표현의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했다고 곧 사과한 출판사와,

책 장사꾼 주제에 자유로워야 할 해석에 감히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며

당신들이 부르짖은 해석의 자유대로 아이유의 결과물을 두고 자유롭게 해석한

끝에 나온 대중의 비판에는 왜 그렇게밖에 볼 줄 모르냐며 

대중 전체를 예술을 이해 못하는 문외한 취급하는 당신들 중에서

진정 해석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어느 쪽인지.


 







……이게 뭐라고 이렇게 쓰는데 오래 걸렸지?

혹시 거슬리거나 틀린 점, 다른 의견 있다면 덜 무섭게 말해주세요

쫄보라 레알 겁먹음

((((나))))

 

끝.






해가실 때는 어디로 가져가는지 댓글 한줄만여ㅠㅠㅠ

남겨주세여ㅠㅠ



대표 사진
내남자박효신  칡즙ㅜㅜㅠ
뜬금없지만 데뷔곡은 부가아니라 미아아닌가욤
9년 전
대표 사진
권순영 (1996.6.15)
우와 글 잘쓰신다..!!
9년 전
대표 사진
Dane Dehaan .
첫 부분은 알아먹기 힘들었지만 중간부분부터는 의견 잘 말하신 듯
로리타 맞다 아니다 이것도 중요하겠지만
도대체 어쩌다 그런 컨셉이 시작 됐고 왜 그동안 자각하지 못 했는지
대중들이 점점 의식해야겠다는 생각이 진짜 절실하게 들었음...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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