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뜻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
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질 수 있겠느냐
이 추운 떨림이 없다면
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
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겠느냐
나 언 눈 뜨고 그대를 기다릴 수 있겠느냐
눈보라 치는 겨울밤이 없다면
추워 떠는 자의 시린 마음을 무엇으로 헤아리고
내 언 몸을 녹이는 몇 평의 따뜻한 방을 고마워하고
자기를 벗어버린 희망 하나 커 나올 수 있겠느냐
아아 겨울이 온다
추운 겨울이 온다
떨리는 겨울 사랑이 온다

그대에게 가는 길이
세상에 있나 해서
길 따라 나섰다가
여기까지 왔습니다
끝없는 그리움이
나에게는 힘이 되어
내 스스로 길이 되어
그대에게 갑니다

의미없이 하루가 죽어가지 않도록
깨어있게 하소서
큰 꿈을 품고 살되
작은 것에도 늘 감사하며
고독의 절규와 실패의 쓰라림에도
좌절하지 아니하고
때로는 너무 힘들고 지쳐도 포기하지 않는
강건함을 갖게 하소서
진실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고
성숙한 침묵을 지키며
지혜로운 미소를 지을 수 있게 하소서
그리하여
생명의 거룩함과
인생의 참된 가치를 알고 떠나는
축복을 누리게 하소서

눈이온다
이렇게 오래된 풍경 앞에서도
살아있음이 두근두근 설레는 날이 있거니
참으로 진부한 이 설레임으로
불러보고 싶은 이름 있어
세상은 그 진창을 잠시 숨겨놓았을 뿐이지만
눈이 내리는 동안만이라도 눈이 쌓여있는 동안만이라도
그 빛깔로 기억하고 싶은 시간은 있어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나 잊어버릴
이루지 못한 약속처럼 귀하고 또 가슴 애리게
슬픔 같은 것 부끄럼 같은 것들이
눈으로 내리는가
이제는 오지 않을 날들 위로
이제는 갈 수 없는 길들 위로
아주 옛 것인 듯 처음인 듯 가슴 후비며 눈이 온다
사랑했노라 사랑했노라고
진부한 그 설레임으로
살아있음을 편지 쓰고 싶은 날

사람을 그리워하는 것은
지금 여기서 그 사람이 되는 것이다
먼 곳의 그가 되어
여기의 내게로 돌아오는 것이다
돌아와, 촛불 밝히고 술잔 기울이며
손끝 떨리는 나지막한 아픔을
연주하는 동안 그리움이 완성된다
그리움은, 사람에 대한 그리움은
그렇게 완성되어 밝아 오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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