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엉망이야
그렇지만 너는 사랑의 마법을 사랑했지
나는 돌멩이의 일종이었는데
네가 건드리자
가장 연한 싹이 돋아났어
사랑의 전문가/진은영

“서울에 연애하러 가냐?”
“연애도 할 거 아냐”
“하겠지”
“좋겠다”
“너도 하든가”
“너 없어서 안 할 거다”
걸음을 멈췄다
비밀들 中/김이설

사랑하는 사람아
이렇게 첫머리를 쓰고 목이 메어 울었다
바다엽신/최돈선

널 만난 후로 나에게
사계절 같은 건 없었어
내 속에 네가 들어와
뜨거운 꽃을 심었던
옅은 봄
그리고 그것이 만개해
꽃잎이 온몸을 타고 흐르던
찐한 봄
내겐 어쨌든 봄뿐이었어
널 만난 후로 나에겐
널 만난 후 봄/박치성

저기 저 하늘 좀 봐
달이 손톱처럼 실눈 떴다
네 손톱일까? 어쩐지 살구색 노을이
네 뺨을 닮았다 했어
갈대가 사방으로 칭얼댄다
네가 너무 아름다워서겠지
어느덧 네 짙은 머리칼처럼
하늘에도 먹색 강물이 흐른다
너를 향해 노를 젓는 저 달무리를 봐
머리 위로 총총한 별이 떴구나
마치 네 주근깨 같기도 해
그래 맞아
그만큼 어여쁘단 뜻이야
저기 저 들꽃 좀 봐
꽃잎이 사정없이 나풀거린다
네 눈썹일까?
아니면 네 입술일까?
너를 쫓는 근위병/서덕준

죽지 말라고
살아 있으라고 내리는 비는 아름다웠다
비에 목을 멘 것도 처음이었다
구멍/여태천

산은 좀체 안개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나도 그 산에 갇혀
꼼짝할 수 없었다
그해 여름 내 사랑은
짙은 안개 속처럼
참 난감해서 더 절절했다
절절 속 끓이며
안으로만 우는 안개처럼
남몰래 많이 울기도 했다
이제야 하는 얘기다
난감한 사랑/오인태

그때 우리는
자정이 지나서야
좁은 마당을 별들에게 비켜 주었다
새벽의 하늘에는
다음 계절의
별들이 지나간다
별 밝은 날
너에게 건네던 말보다
별이 지는 날
나에게 빌어야 하는 말들이
더 오래 빛난다
지금은 우리가/박준

달을 보지 말걸
너에게 말 걸지 말걸
그때 웃지 말걸
창문/박시하

오지 마
난 이제 너에게 줄 노래가 없어
잘 가라
돌아누운 나 대신
울어주었던 밤들아
포로/최영미

난 네게로 가서
별이 되었으면 해
너무 화려한 불빛을 지나서
너무 근엄한 얼굴을 지나서
빛나는 어둠이 배경인
네 속에 반듯하게 박혔으면 해
텅 빈 네 휘파람 소리
푸른 저녁을 감싸는 노래
그러나 가끔씩은 울고 싶은
네 마음이었으면 해
그리운 네게로 가서
별이 되었으면 해
자주 설움 타는 내 잠 속
너무 눈부시게는 말고
너무 꽉 차게도 말고
네 죽을 때야 가만히 눈 감는
별이 되었으면 해
별이 되었으면 해/강문숙

그대에게 이르기 위해
나에게서 뻗쳐 나오는 온갖 마음,
길을 만들어 놓았지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그대의 자국이었지
가을날의 내 마음/황지우

울지 마라 그대여
네 눈물 몇 방울에도 나는 익사한다
울지 마라 그대여
겨우 보낼 수 있다 생각한 나였는데
울지 마라 그대여
내 너에게 할 말이 없다
차마 널 쳐다볼 수가 없다
헤어짐을 준비하며4/이정하

너와 영화를 보러 가면
나는 종종 스크린 대신 너를 보곤 했다
영화를 보는 너를 바라봤다
즐거운 장면을 보는 너는 어떤지
슬픈 장면을 보는 너는 어떤지
너는 매 순간을 어떻게 맞이하는지
그렇게 너를 바라보곤 했다
그러다
너와 눈이 마주칠 때면
내겐 그 순간이 영화였다
영화/엄지용

인스티즈앱
애 낳으면 나라에서 월 100만원 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