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시사/이슈
1. 브렉시트 이야기: 런던의 패배, 나홀로 번영의 비극적 결말
2. 브렉시트 이야기: 부자 노인의 허망한 승리, 그러나 모두의 패배
3. 브렉시트 이야기: 기득권의 무능함, 심각한 인종주의
4. 브렉시트 이야기: 브렉시트는 과연 재앙일까?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이유
영국은 유럽에서 독일 다음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가장 잘 넘고 있는 나라입니다. 영국 경제는 실질 GDP 기준으로 2013년 3분기에 이르러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습니다. 미국에 비해 지만 이탈리아나 스페인은 물론 대부분의 서유럽 국가보다 우수한 성적입니다.
* 실질 GDP 추이(2007년=100)

특히 GDP보다 실제 사람들의 피부에 더 와 닿는 실업률을 보면 영국 경제 회복이 얼마나 놀라운 수준인지 알 수 있습니다. 독일 실업률 다음 순위를 차지하는 영국은 미국과 함께 5% 근방의 매우 낮은 실업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 주요 국가의 실업률 추이

낮은 실업률의 당연한 결과 같지만 실제로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고용률 지표를 보면 영국은 동일한 실업률을 보이는 미국보다도 높습니다. 즉, 노동시장에 남아서 일자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비중이 미국보다도 높다는 의미입니다. 미국은 실업률은 낮지만 고용률은 영국보다 낮은데 고용시장을 떠나는 사람이 많아서 생긴 현상으로 보입니다.
* 고용률 추이(영국, EU 28개국, 미국)

이렇게 잘 나가는 영국 경제지만 그 안을 들여다 보면 영국 고유의 어려움이 존재합니다. 그나마 지금은 다소 감소하는 비자발적 파트타임 일자리 종사자들은 원해서 파트타임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풀타임 잡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현재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인데 감소추세이긴 하나 여전히 금융위기 이전 수준보다 높습니다.
* 비자발적 파트타임 잡 종사자 비중

영국은 특히 극단적인 일자리 형태인 '제로아워 컨트랙'이 급격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제로아워 컨트랙은 고정된 근무시간이 아닌 고용주가 그때그때 필요로 하는 시간대만 근무를 하는 형태의 일자리로 식당이나 소매점에서 가장 손님이 몰리는 피크 시간(변동성이 있는) 등이 대표적입니다.
* 제로아워 컨트랙 일자리의 증가 추세

1년전만 해도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난리 속에 디플레이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 타겟을 맞추어야 한다는 주장이 난무하였는데 영국을 보면 2007~2015년 사이 인플레이션이 임금상승률을 상회하였습니다. 즉, 금융위기 이후 영국에서는 임금상승률이 물가를 쫓아가지 못하면서 임금이 실질적으로 하락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2011년 9월 영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를 찍을 정도로 높았습니다. 예전에는 에너지 가격이 높았다면 최근 들어서는 (브렉시트로 인한) 파운드화의 가치 하락이 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 영국의 인플레이션(분홍색)과 임금상승률(적색) 추이

금융위기 이후 영국 임금 노동자는 프랑스 노동자와 매우 대조적 운명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국은 마음만 먹으면 일자리는 있지만 별 돈은 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영국, 프랑스, 미국의 중위수 임금 및 시간당 생산 추이(위) 그리고 실업률 추이(아래)

그 결과 영국은 선진국 중 매우 이례적인 모습을 보이는 국가가 되었습니다. 경제는 성장하고 있지만 실질 소득은 감소하는 거의 유일한 나라가 영국입니다. 물론 마이너스 경제 성장과 마이너스 임금 상승을 보이는 3사분면의 이탈리아, 포르투갈, 그리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영국인들이 자신들이 거둔 경제 성장과 실업률 지표를 자랑스러워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 2007~2015 연간 경제성장률(x축)과 2007~2015 연간 실질 임금성장률(y축)

한편 위 그래프에서 2사분면의 국가들은 경제는 위축되고 있는데 임금은 상향된 나라들로 덴마크, 핀란드, 스페인 등이 속해있습니다. 이중 스페인은 2015년 이후 경제 성장이 매우 놀라울 정도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들은 결국 높은 임금 상승이 경제의 부담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시 영국으로 돌아오면 낮은 임금 상승과 높은 경제 성장은 결국 부의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영국 상위 1% 소득 비중은 이제 미국 다음 순위입니다. 물론 독일과 거의 비슷하기는 합니다.
* 각국의 상위 1% 소득 비중 비교

지니계수도 영국은 미국 다음입니다.
* 소득 불평등 비교

이런 상황에서 영국이 그나마 내세우는 복지였던 의료보장체계 NHS의 부담은 한계에 이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영국 해먼드 재무장관은 더 이상 NHS에 쏟아부을 돈이 없다며 NHS 지출 비중 하락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NHS의 한계는 응급실 상황에서 두드러지는데 2016년 12월에는 응급실 이송 환자의 86%만이 4시간 안에 처치를 받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당초 목표인 95%와 비교해서 기록적인 하락이었다고 합니다.
* NHS 지출 비중이 다시 하락하는 영국

영국인들에게 NHS 만족도는 2010년 아주 만족이 70%를 정점으로 찍을 정도로 우수한 수준이었습니다. 이제 영국인들은 낮은 소득과 높은 불평등 그리고 더 길어진 의료 대기 시간(응급실 상황을 생각하면 생명의 위협을 더 느낄 수도 있는)으로 고통을 받을 것 같습니다. 또한 정부에 대한 불만도 더욱 커질 것 같습니다.
* NHS에 대한 만족도 추이(짙은 색은 매우 만족)

* 각국의 비정규직 고용 비중(2013년)

* 각국의 임시직 고용 비중(2014년)


인스티즈앱
미국 이민생활을 포기하기로 결심한 올리버쌤 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