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정한 남자였다. 그래서인지 그의 모든 시간이 내것이었으면 했지만, 그는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로 했다. 독서를 즐겨했고 축구도 좋아했다. 아는 사람들도 많았다. 어쩌다 가끔씩이었지만 나는 그것마저 욕심이 났다.
"존중 좀 해주면 안돼?"
"그럴거면 나 왜 만나니?"
"그런 말 하지 말랬잖아."
"됐어. 그냥 헤어져."
벌써 몇 번째 뱉은 말인지 까먹을정도로 그냥 홧김에 나오는 말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그의 눈빛이 달랐다.
"......"
괜한 자존심에 뒤를 돌았다. 어차피 다시 연락이 오겠지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그게 우리의 이별이었다.
신입사원이 들어온 기념으로 회식을 가졌다. 얼마전까지만해도 내가 그 입장이었는데. 신입사원에게 이런저런 질문이 쏟아지는 가운데, 누군가 만나는 사람이 있냐고 물었다. 그녀는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잘생겼어? 어디 사진 좀 보여줘~"
그녀는 망설이다가 폰을 꺼내들었다.
"책 읽는 거 좋아하는 사람이라 몰래 찍으려다가 들켜버렸어요."
그리고 화면에는 내가 너무도 잘 아는 그가 있었다.
2.
그는 우리 대학에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정도로 화려한 외모의 소유자였다. 그래서인지 다른 남자를 만날 때보다 걱정이 더 많았다. 그런 나를 잘 알았기에 불편한 상황을 만들지 않는 그였지만 나는 늘 예민했다.
"그래서 지금 간다는 말이지?"
"나 축하해주겠다고 모이는 건데 내가 안 갈 수가 없잖아. 나 좀 믿어주면 안 돼?"
"너야말로 내 입장 생각해주면 안돼? 진짜 나도 지친다."
"......"
"그래. 너 마음대로 해. 그리고 우리 이제 연락
그만 하자."
그는 나를 붙잡지 않았고 나 역시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헤어졌다.
추운 날씨덕에 카페 안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안으로 들어서는 나를 발견한 지인들이 손을 흔들었다.
"네 아메리카노 미리 시켰어."
"아, 고마워."
회사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연야이야기로 흘러갔다.
"나도 빨리 연애하고 싶다."
"저기 봐봐. 카운터에 줄 서 있는 남자랑 여자 보이지? 저기 남자가 아까부터 여자만 계속 보는데 눈에서 꿀떨어진다. 어디 저런 남자 없나?"
웃으며 가볍게 뒤를 돌았고,
그 남자는 내가 매우 잘 아는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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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택 3까지 나온 마당에 이나은은 진짜 불쌍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