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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8년 전 (2017/6/21) 게시물이에요


더듬이를 잃은 시간이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고 있어 | 인스티즈


집 어느 구석에서든 울고 싶은 곳이 있어야 한다

 

가끔씩 어느 방구석이든 울고 싶은데도

울 곳이 없어

물 틀어 놓고 물처럼 울던 때

물을 헤치고 물결처럼 흘러간 울음소리

물소리만 내도 흐느낄 울음은 유일한 나의 방패

아직도 누가 평행선에 서 있다면

서로 실컷 울지 못한 탓이다

 

집 어느 구석에서든 울고 싶은 곳이 있어야 한다

 

가끔씩 어느 방구석에서든 울고 싶을 때는

소리 없이 우는 것 말고

몸에 들어왔다 나가지 않는 울음 말고

우는 듯 우는 울음 말고

 

저녁 어스름 같은 긴 울음

폭포처럼 쏟아지는 울음

울음 속으로 도망가고 싶은 울음

 

집 구석 어디에서든 울 곳이 있어야 한다

 

웃는 울음/천양희






더듬이를 잃은 시간이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고 있어 | 인스티즈


기지개를 켠다

창밖 길 건너 장례식장은 불이 꺼졌다

몸이 추처럼 무거운 건 아무래도 익숙해지지 않는 울음소리가

젖은 책장처럼 꿈에 들러붙었기 때문

 

흙갈이를 해 줘야지 생각한 지 서너 해가 되었는데,

밤새 화분 위로 낯모르는 색이 피었다

전화를 걸어야지 했는데 주전자 물 끓는 소리에

그만 어제인 듯 잊었다

 

한 발은 무덤에 두고 다른 한 발은 춤추면서 아직 이렇게 걷고 있다네

 

검은 나비들이 쏟아져 나온다

미뤄 뒀던 책을 펼치자

창을 넘지 못하는 나비들,

그 검은 하품을 할 때, 느른한 음색 속으로 등걸잠 같은 생이 다 들었다

 

나는 살고 있고, 내가 살아가도록 내버려 두었다

삶을 취미로 한 지 오래되었다

 

오래된 취미/이현호






더듬이를 잃은 시간이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고 있어 | 인스티즈


내 숱한 일기장에 붉은 잉크로 적히곤 했던 나만의 Y

파도의 끝자락만이 고왔던 너의 어깨에

장미 덩굴처럼 파고들던 나의 파란 포옹을 기억하고 있어?

 

네가 가는 길마다 꽃잎으로 수놓을 수만 있다면

온갖 화원의 꽃 도둑이 될 수도 있었고

너를 너의 꿈결로 바래다줄 수만 있다면

다음 생까지도 난 너를 내 등에 업힐 수 있었어

 

새벽에 가만스레 읊조리던 기도의 끝엔

항상 너와 내가 영여코 끊을 수 없는

오색의 밧줄로 감기는 세계가 존재하곤 했지

 

Y

너의 살굿빛 피부에 잠을 자던 솜털을 사랑했고

눈동자에 피어난 이름 모를 들꽃을 사랑했고

너와 함께 했던 그 시절을 사랑했고

교실 창밖에서 불어오던 꽃가루를 사랑했고

너의 웃음, 너의 눈매, 너의 콧날과 목선을 사랑했어

 

다음 생에는 내가 너를 가져갈게

나만의 Y

 

다음 생에는 내가 너를 가져갈게/서덕준






더듬이를 잃은 시간이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고 있어 | 인스티즈


걷던 길에서 방향을 조금 틀었을 뿐인데, 신기하지
낯선 골목에 당신의 얼굴이 벽화로 그려져 있다니
네게선 물이 자란다, 언제 내게서 그런 표정을 거둘 거니
누군가가 대신 읽어 준 편지는 예언서에 가까웠지
막다른 골목길에서 나의 감정을 선언하니
벽이 조금씩 자라나고, 그때에
당신은 살아 있구나, 눈치챘지
문장의 바깥에 서서
당신은 긴 시간 동안 사람이었지
이제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야
언젠가 손을 맞잡았던 적이 있지, 짧게
우리라고 불릴 시간은 딱 그만큼이어서
나에겐 기도가 세수야
당신을 미워하는 건 참 쉬운 일이지
오래 마주 보고 있기엔 당신의 눈동자는 너무나 투명해
표정은 쉽게 미끄러지고
벽을 등지고 걸으면 내 등이 보이는 오늘
누구랄 것 없이 녹아 흘러내리지만
언제나 당신은 젖지 않지
내가 살아 있는 것이 당신의 종교가 되길 바랄게
기일 축하해,

 

생일 축하해/안지은






더듬이를 잃은 시간이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고 있어 | 인스티즈

 

너도 그러니?

나도 그래, 나를 잃어버린 지 오래야

하도 오래되어서 언제 잃어버렸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해

 

그 어디서도 나는 없어

학교에도 학원에도 버스에도 집에도 나는 없어

혹시나 해서 찾아가 본 분실물 보관소에도 나는 없었어

그렇다고 나를 완전히 잃어버린 건 아니야

출석을 부를 때 분명히 하고 대답하는 소리를 똑똑히 들었거든

 

하지만 그뿐 그 어디에도 나는 없어

 

부탁이야, 어디서든 나를 보면 곧장 연락 좀 해 줘

잘 타일러서 보내 줘

바다도 보여 주고

영화도 보여 주고

맛있는 것도 실컷 좀 사 먹여서 보내 줘

암튼, 하고 싶다는 거 다 해 줘서라도 꼭 좀 내 몸한테 돌려보내 줘

 

우연히라도 나를 보거든 꼭 좀 연락해 줘, 후사할게

 

오래된 건망증/박성우






더듬이를 잃은 시간이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고 있어 | 인스티즈


딱 한 번만 숨 쉬고 싶어

세상 어디에도 안전지대는 없는 거야

고요한 평화는 또 다른 죽음이었어

구석진 곳에 차갑게 방치된 채

내가 나를 보지 못한 날들이 뿌옇게 쌓였어

 

더듬이를 잃은 시간이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고 있어

자궁 속인지 무덤 속인지 모를 이곳에서

,

붉게 물들인 시간이 녹슬어 바닥까지 번졌어

한때 내 안에도 출렁이는 바다가 있었어

지금 하얀 포말 같은 언어들이 딱딱하게 굳어 가

 

나를 깨우고 싶어

누군가의 손길에 세차게 흔들리고 싶어

나를 잠근 안전핀을 뽑고

내 안을 확인하고 싶어

나만을 태울 수 있는 불길을 만나

한순간의 뜨거움을 향해 확

나를 쏟아 버리고 싶어

딱 한 번만 숨 쉬고 싶어

 

소화기/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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