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로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역사학자인 전우용 씨가 쓴 <오늘 역사가 말하다>를 읽다가 본 내용들을 옮겨 봅니다.
동생인 충녕, 그러니까 훗날 세종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일찍 알아본 양녕대군이 일부러 셋째인 동생에게 왕위를 양보하기 위해서 거짓으로 미친 척을 하여 왕위를 물려주었다는 설은 양녕대군이 세자 자리에서 쫓겨난 지 한참 뒤에 생겨났다고 합니다.
이 설이 처음 기록된 문헌은 17세기 김시양이라는 사람이 쓴 '자해필담'이란 책이었고, 1921년에는 김형식이란 사람이 동아일보에 '이조인물약전'이란 글을 연재하면서 역시 양녕대군이 일부러 왕위를 양보하려 거짓으로 미친 척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양녕대군 미화론이 대중적으로 널리 유포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이승만의 자유당 정권 때라고 합니다. 이는 이승만 본인이 양녕대군의 다섯째 서자의 후손이라는 점 때문에 힘을 얻었는데, 이승만은 미국에 망명해 있던 시절, 주위 미국인들에게 자신이 조선의 왕족이라고 말하기를 즐겨 했다고 합니다. 이승만도 자신이 왕족인 양녕대군의 핏줄을 물려 받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이죠. 일제가 패망하고 조선이 해방되자, 고국에 돌아온 이승만은 자기 가문과 대한제국 황실과의 사이에 인척 관계를 맺으려는 노력도 했습니다. 고종황제의 종증손인 이청을 자기의 양아들로 들이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청의 어머니는 다음과 같은 패기 쩌는 말로 이승만의 제안을 거부해버렸습니다. "내 아들을 '상놈'의 양자로 들일 수 없다!" 상놈 상놈 상놈 상놈....... 좌우지간 이런 모욕을 당한 이승만은 격노하여, 일본에 머물러 있던 대한제국 황족인 영친왕의 귀국을 막는 등 옛 대한제국 황족들을 철저하게 냉대하여 분노를 풀었다고 합니다. 물론 그러면서도 이승만 시절에는 "세종의 후손들이 나라를 망쳤으니, 이제 양녕대군의 후손이신 이승만 대통령 각하께서 다시 나라를 일으켜 세울 것이다!"라는 아부성 섞인 발언들이 시중에 마구 돌아다녔습니다. 아마, 그러면서 이승만의 먼 선조 뻘이 되는 양녕대군을 미화하기 위해서, "양녕대군은 일부러 미친 척을 해서 동생인 세종에게 자신이 차지할 왕위를 넘겨준 통이 크고 화끈하고 멋진 사나이였다!"라는 주장을 이승만의 아부꾼들이 대중을 상대로 널리 퍼뜨린 듯합니다. 하지만 이런 이승만도 남을 크게 모욕한 말을 남긴 적이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 인기리에 종영된 KBS 드라마 '각시탈'을 보면, 주인공 이강토의 형인 이강산이 독립운동을 하다 감옥에 갇혔는데, 풀려나기 위해 일부러 자기가 싼 '똥'...을 벽에다 바르는 미친 짓을 해서 풀려난 설정이 들어가 있습니다. 감옥 벽에다 '똥'을 바르는 이강산.... 그런데 이게 사실은 공산주의 계열 독립운동가였던 박헌영의 일화라고 합니다. 일찍이 박헌영은 조선공산당 사건에 연루되어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감옥에 갇혔던 적이 있었는데, 이강산이 했던 것처럼 감옥 안에서 똥을 싸서는 벽에다 바르고, 심지어는 그걸 먹기까지 했다고 합니다....... 정말로 미쳐서 그랬는지, 아니면 풀려나기 위해 일부러 미친 척을 했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으나, 좌우지간 이런 행동을 하는 바람에 박헌영은 결국 정신병자 판정을 받고 석방되었습니다. 이승만이 귀국한 지 얼마 안 되는 날, 주위 사람들이 그에게 박헌영을 만나서 혼란스러운 정국에 대해 함께 의논을 하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는데, 이승만은 이런 말을 하며 거절했습니다. "나는 똥 먹은 놈을 만날 일이 없다!" 그런데 이 말을 전해 들은 박헌영은 이승만을 극도로 미워하였고, 이후 둘은 철천지 원수가 되어버리고 말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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