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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8년 전 (2017/9/14) 게시물이에요







 세상이 크게 휘청거렸다 | 인스티즈


신달자, 어머니의 땅

 

 

 

대지진이었다

지반이 쩌억 금이 가고

세상이 크게 휘청거렸다

그 순간

하느님은 사람 중에 가장

힘센 사람을

저 지하 층 층 아래에서

땅을 받쳐 들게 하였다

어머니였다

수억 천 년 어머니의 아들과 딸이

그 땅을 밟고 살고 있다







 세상이 크게 휘청거렸다 | 인스티즈


김광규, 어린 게의 죽음

 

 

 

어미를 따라 잡힌

어린 게 한 마리

큰 게들줄에 묶여

거품을 뿜으며 헛발질할 때

게장수의 구럭을 빠져나와

옆으로 옆으로 아스팔트를 기어간다

개펄에서 숨바꼭질하던 어린 시절

바다의 자유는 어디 있을까

눈을 세워 사방을 두리번거리다

달려오는 군용 트럭에 깔려

길바닥에 터져 죽는다

 

먼지 속에 썩어가는 어린 게의 시체

아무도 보지 않는 찬란한 빛







 세상이 크게 휘청거렸다 | 인스티즈


이창수, 가족사진

 

 

 

할머니를 중심으로

우리 가족은 카메라를 보고 있다

아니, 카메라가 초점에 잡히지 않는

우리 가족의 균열을

조심스레 엿보고 있다

더디게 가는 시간에 지친 형들이

이러다 차 놓친다며

아우성이다 하지만

이미 무너지기 시작한 담장처럼

잠시 후엔 누가 잡지 않아도

제풀에 지쳐 제각각 흩어져 갈 것이다

언제나 쫓기며 살아온 우리 가족

무엇이 그리 바쁘냐며

일부러 늑장을 부리시는

아버지의 그을린 얼굴 위로

플래시가 터진다

순간, 담장을 타고 올라온

노오란 호박꽃이

환하게 시들어간다







 세상이 크게 휘청거렸다 | 인스티즈


손택수, 소가죽북

 

 

 

소는 죽어서도 매를 맞는다

살아서 맞던 채찍 대신 북채를 맞는다

살가죽만 남아 북이 된 소의

울음소리, 맞으면 맞을수록 신명을 더한다

 

노름꾼 아버지의 발길질 아래

피할 생각도 없이 주저앉아 울던

어머니가 그랬다

병든 사내를 버리지 못하고

버드나무처럼 쥐어뜯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울던 울음에도

저런 청승맞은 가락이 실려있었다

 

채식주의자의 질기긴 습성대로

죽어서도 여물여물

살가죽에 와닿는 아픔을 되새기며

둥 둥 둥 둥 지친 북채를 끌어당긴다

끌어 당겨 연신 제 몸을 친다







 세상이 크게 휘청거렸다 | 인스티즈


이승철, 당산철교 위에서

 

 

 

25천 볼트의 전류를 기운차게 뿜어내며

2호선 전동차가 바람을 헤치며 돌진한다

당산철교 밑으로 푸르딩딩한 강물이 떠가고

당인리 발전소 저 켠 치솟는 굴뚝연기들이

사쿠라꽃처럼 화들짝 꿈틀거리고 있다

나는 일순, 덜컹이다가 쓰라린 공복을 어루만졌다

나는 지금 한 마리 낙타로

인생이라는 신기루를

무사히, , 건너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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