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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299
이 글은 8년 전 (2017/10/23) 게시물이에요

<임진왜란> 에 관련된 책을 잠깐 읽고 있습니다. 여러 교수들이 짧은 글을 모아 낸 책인데, 재미있는 접근들이 많습

니다. 그 중 하나는 왜란 이후 조선인 피로인의 송환 문제에 대한 것입니다.

피로인(포로)의 경우, 본국 송환 이후에도 다소간의 사회적 불이익이 생기는 경우는 많을 겁니다. 생계기반이 없어

고생한다거나 혹은 언어나 문화가 잘 소통되지 않아 고생하는 것이 대표적이겠죠.

그런데 조선시대에는 지금으로서는 납득하기 힘든 '도덕적 비난' 까지 추가되었던 것 같습니다. 즉, 적에게 포로가

되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죄' 라는 것입니다. 피로인은 곧 죄인이었죠.

예컨대 임진왜란 때 일본의 포로가 되어 일본인의 노비 등으로서 살았던 많은 피로인을 대상으로 조선은, 그들의 '죄'

를 면해 주고 또 각종 역역 면제 등 혜택을 줄 테니 본국으로 돌아오라는 송환 요구를 많이 했었습니다. 일본 정부의

동의까지 얻어 각지의 다이묘를 설득하고 많은 백성을 본국으로 송환했지요. 하지만 본국(조선)에서 피로인이 얻은 건

사회적 냉대와 그들에 대한 '방치' 였습니다. 약속된 각종 면제조치 등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지요.

몇몇 기록을 보면,

그들의 수송을 맡았던 조선 수군 선장이, 일본에 오래 살았거나 해서 말이 어눌한 소년이나 청년은 신원을 알 수 없다는

핑계로 노비로 삼았고, 예쁜 여자가 있으면 그 남편을 물 속에 던져 버리고 첩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그런 참상을 겪지

않은 자들이라도 부산에 도착한 뒤, 사신들은 '이걸로 내 임무는 끝! 알아서 잘 살게' 라는 식으로 서울로 휑하니 가 버리고

지방관도 이들을 따로 챙기려 하지 않아 울면서 사신들의 길을 막고 살 길을 열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는군요. 경우에

따라서는 송환 뒤 일본에 협조했다는 죄목으로 처형된 사람도 있었습니다. 사신은 국왕에 대한 보고에서 그들이 일본에

있는 조선인 피로인에게 각종 '감언이설' 로 유혹했다는 점을 밝히고 있기도 합니다.

(이걸 보면, 북한의 재일교포 유혹 및 북송 열풍(지상천국이라는 등의 감언이설로 유혹한 뒤 북한에 도착해서는 일본에서

의 삶 이하의 생활수준이나 사회적 차별을 받아야 했던 것)의 조선시대 버전이라 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약속된 면제조치 등을 확실히 챙긴 케이스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는 '자발적' 으로 일본을 탈출해 조선으로 귀환한

사람들에게 한했습니다.

요약하면 이런 겁니다. 일본에 포로가 되어, (살기 위해) 일본인/일본군을 위해 노동을 제공한 것은 국가(국왕)에 대한

의리를 저버린 '죄' 에 해당한다. 다만, 그 죄를 스스로 씻기 위해 일본에 순종하지 않고 저항하며 탈출한 자는 모범이

될 만하므로 표창할 수 있지만, 조선 사신이 일본에 가서 모아 온 자들은 그렇지 않으므로 여전히 죄인 신분이나 마찬

가지다... 라는 사회적 인식이 있었다는 겁니다.

(조헌과 같은 의병장은, 격문에서 일본 포로인 피로인들은 그 자체가 죄인이므로 그냥 탈출하는 것만으로도 부족하고

일본인/일본군의 머리를 베어 오는 수에 따라 그 죄를 경감할 수 있다고까지 말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이후 나타날, 병자호란 이후 청나라에 끌려 갔다가 송환된 여성(환향녀)을 죄인 취급하는 것이나, 혹은 6.25 때

살기 위해 인민군에 부역한 것(이것도 일종의 포로나 다름없습니다)을 '죄' 로 취급하는 것으로 계속 연결되는 것 같습

니다.

P.S.

피로인이 된 것이 죄라면, 그 죄의 가장 큰 몫은 힘없는 그 백성보다는 전쟁에서 지거나 혹은 포로가 되게끔 한 '정부'에

있을 겁니다. 특히 그 정부의 수장인 국왕은 가장 큰 죄인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요?

(물론 국왕에겐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마인드가 당대 사람들에게는 있었을 것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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