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팬티·면도기·니플밴드 등 여성들의 남성용품 선호 열풍에 인턴기자 남자팬티 입어보다
가격 싸고 세상 편한 느낌에 여성에게만 부과되는 한국판 ‘핑크 택스’ 논란 재점화

시중에서 판매되는 여성용 눈썹칼과 남성용 눈썹칼(위). 니플밴드는 같은 제조회사에 같은 가격임에도 남성용 6개입, 여성용 2개입으로 차이가 있었다.
“더 이상 여성팬티를 입을 수 없는 모미(몸이) 되어버리고 말았다.”(@kong********)
남성팬티를 입어보니 너무 좋아서 다시 여성팬티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는 한 여성의 트윗이다. 지난 7월 말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여성들의 남성팬티 바람이 불고 있다. 여성들이 남성팬티에 열광하는 지점은 여성팬티가 맵시만 신경 쓸 뿐, 비싸기만 하고 질이 떨어진다는 혐의에서 비롯됐다. 혐의는 남성팬티를 입었더니 세상 편하고 좋더라는 여성들의 ‘간증글’이 수백, 수천 개 리트윗되면서 ‘확증’됐다. 여기에 여성팬티의 불편함을 집중 문제 제기하는 계정까지 생기면서 SNS에 남성팬티가 주요 검색어로 떠올랐다. 디자인도 핑크·레이스·리본·꽃무늬 등 스테레오타입인데다, 사용 뒤 아토피나 음부 질환이 악화됐다는 피해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팬티에서 비롯된 분노는 면도기, 니플밴드(유두 가리개), 화장품, 미용실 가격 등 여성이 사용하는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 전반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남성용 면도기가 여성용보다 훨씬 잘 깎인다는 경험담도 많았다. 비싼 여성 니플밴드 대신 남성용을 구매하라는 조언과 남성용 화장품의 가성비가 더 낫다는 후기도 잇따랐다. 여성의 쇼트커트 비용이 남성보다 더 비싸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한국판 ‘핑크 택스’(Pink Tax) 논란이 불붙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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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남성용품을 대체재로 사용하는 현상은 가부장제 사회가 강제한 ‘미용 압력’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욕구의 발현은 아닐까. 남성의 시선에 복무하는 억압적인 팬티를 벗고 편하고 자유로운 팬티를 입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최근 여성들이 와이어 브래지어를 벗어던졌듯, 그보다 앞선 68혁명 당시 코르셋과 가터벨트를 벗어던졌듯. 결론을 말하면 ‘이왕이면 다홍치마’가 아니라 ‘이왕이면 남성팬티’다. 언니들아, 남자팬티를 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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