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여성 최모 씨는 학창 시절부터 심한 생리통과 불규칙한 생리 주기에 시달렸다. 일회용 생리대를 차면 피부에 습진이 생겼다. 탐폰을 써도 별 차이가 없었다. “생리는 삶의 질을 매우 떨어뜨리는 요인”이었다. 병원의 권유에 따라 과감하게 미레나(자궁 내 삽입형 피임기구) 시술을 받았다. 그리고 생리가 멎었다.
“시술 후 3개월 정도는 생리혈이 점점 줄어들더니, 아예 생리가 멎었어요. 스트레스가 많거나 피곤하면 생리통 증상이 나타나긴 하나, 생리할 때의 고통에 비하면 20% 정도에요.”
직장인 손진영(34) 씨도 유독 길고 심한 배란통 때문에 생리 기간마다 한 달의 절반가량을 아파했다. ‘미레나 시술 후 생리가 없어졌다’는 친구의 말에 2013년 12월 시술을 받았고, 정말 생리가 멈췄다. “석 달에 한 번 정도, 팬티라이너에 묻어나는 정도의 출혈이 있을 때는 있지만 보통은 없어요. 배란통도 줄어들었습니다. 부작용이 생기거나 제가 임신을 원한다면 기구를 제거하면 그만이고요.”
30대 주부인 A씨도 생리통을 피할 목적으로 약 5년 전 임플라논 시술을 받았다. 시술 후 생리와 생리통이 사라졌다. “2~3달에 한 번 정도 며칠 동안 약한 출혈이 있고, 피 비침과 몸무게 증가, 두통이 있긴 하지만 감수할 만하다”고 했다.
여성들이라면 한번쯤 꿈꿨을 ‘생리 없는 세상’은 공상이 아니다. 상황에 맞춰 생리 양을 획기적으로 줄이거나, 아예 멎게 하는 기술은 이미 존재한다. 아직 완벽한 기술은 없고 논란의 여지도 존재한다. 그러나 여성에게 생리가 선택의 문제인 시대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가까워졌다.

그러나 취재하며 만난 여성들 대부분은 피임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를 꺼렸다.
피임 자체가 “문란한 성생활을 위한 안전장치”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아서다.
“이후 임신에 문제가 되지 않느냐는 주변 사람들의 걱정”을 달래야 했던 여성도 있다.
“생리는 좀 참으면 언젠가 끝날 일인데 왜 큰 돈을 들여 몸을 망치냐”라는 남자친구의 비난을 들었다는 여성도 있다. (팔;럼)
여전히 높은 산부인과의 문턱은 또 다른 편견과 오해로 이어진다. “네덜란드·영국 등에선 이런 정보를 정부, 학교, 보건소 차원에서 알리고, 친구들끼리 일상적으로 공유한다. 보수적 성 관념이 만연해 여성들부터가 산부인과 가기를 두려워하는 한국에선 아직 조심스럽다”고 한 여성은 말했다.
“하지만 생리는 단지 인체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현상 중 하나가 아닌가요?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고, 불편함을 해소할 방법을 찾으려는 시도가 왜 잘못됐나요?” 직장인 김한솔(30) 씨는 “생리든 피임이든, 자신의 선택으로 삶을 편리하게 만들려는 여성들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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