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공지가 닫혀있습니다 l 열기
김낑깡ll조회 412l
이 글은 6년 전 (2018/4/23) 게시물이에요










 너도 느리게 살아봐 | 인스티즈

신동엽, 너에게

 

 

 

나 돌아가는 날

너는 와서 살아라

 

두고 가지 못할

차마 소중한 사람

 

나 돌아가는 날

너는 와서 살아라

 

묵은 눈 터

새순 돋듯

 

하고많은 자연 중

너는 이 근처와 살아라






 너도 느리게 살아봐 | 인스티즈


이병률, 찬란

 

 

 

겨우내 아무 일 없던 화분에서 잎이 나니 찬란하다

흙이 감정을 참지 못하니 찬란하다

 

감자에서 난 싹을 화분에 옮겨 심으며

손끝에서 종이 넘기는 소리를 듣는 것도

오래도록 내 뼈에 병들이 우는 소리 재우는 일도 찬란이다

 

살고자 하는 일이 찬란이었으므로

의자에 먼지 앉는 일은 더 찬란이리

찬란하지 않으면 모두 뒤처지고

광장에서 멀어지리

 

지난밤 남쪽의 바다를 생각하던 중에

등을 켜려다 전구가 나갔고

검푸른 어둠이 굽이쳤으나

생각만으로 겨울을 불렀으니 찬란이다

 

실로 이기고 지는 깐깐한 생명들이 뿌리까지 피곤한 것도

햇빛의 가랑이 사이로 북회귀선과 남회귀선이 만나는 것도

무시무시한 찬란이다

 

찬란이 아니면 다 그만이다

죽음 앞에서 모든 목숨은

찬란의 끝에서 걸쇠를 건져 올려 마음에 걸 것이니

 

지금껏으로도 많이 살았다 싶은 것은 찬란을 배웠기 때문

그러고도 겨우 일 년을 조금 넘게 살았다는 기분이 드는 것도

다 찬란이다






 너도 느리게 살아봐 | 인스티즈


송수권, 산문에 기대어

 

 

 

누이야

가을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정정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가면

즈믄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 오던 것을

더러는 물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살아오던 것을

그리고 산다화 한 가지 꺾어 스스럼없이

건네이던 것을

 

누이야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그 눈썹 두어 낱을

기러기가 강물에 부리고 가는 것을

내 한 잔은 마시고 한 잔은 비워 두고

더러는 잎새에 살아서 튀는 물방울 같이

그렇게 만나는 것을

 

누이야 아는가

가을산 그리메에 빠져 떠돌던

눈썹 두어 낱이

지금 이 못물 속에 비쳐 옴을






 너도 느리게 살아봐 | 인스티즈


전종대, 달맞이꽃

 

 

 

내가 꿈꾸는 세상

절반은 눈물이다

 

글썽이는 별들

절반은 그리움이다

 

섬 언덕 무리 지어 핀

노오란 말, 말들

 

밤새 내린 이슬

절반은 하얀 소금이다

 

해풍에 흔들리다 흔들리다

지쳐 일어선 외로움

 

저 하늘 어딘가에 낮달이

새우처럼 기도하고 있음이다






 너도 느리게 살아봐 | 인스티즈

장영희, 너도 느리게 살아봐

 

 

 

수술과 암술이

어느 봄날 벌 나비를 만나

눈빛 주고받고

하늘 여행 다니는

바람과 어울려

향기롭게 사랑하면

튼실한 씨앗 품을 수 있지

그 사랑 깨달으려면

아주 천천히 가면서

느리게 살아야 한다

 

너울너울 춤추며

산 넘고 물 건너는

빛나는 민들레 홀씨

그 질긴 생명의 경이로움 알려면

꼭 그만큼 천천히 걸어야 한단다

 

번쩍 하고 지나가는 관계 속에서는

다사로운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하고

사랑 한 올 나누지 못한다

쏜살같이 살면

마음의 눈으로 봐야 할 것

볼 수 없단다

 

마음의 절름밭이일수록

생각이 외곬으로 기울수록

느리게 살아야 하는 의미를

가슴에 새겨야 한단다

 

아이야

너도 느리게 살아 봐







추천

이런 글은 어떠세요?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카테고리
  1 / 3   키보드
닉네임날짜조회
이슈·소식 qwer멤버 쵸단, 마젠타 인방수위(후방주의)547 그린피스05.13 20:08116877 39
유머·감동 할머니집 시골개 산책시켜주고 왓다내요431 편의점 붕어05.13 17:0181777
이슈·소식하이브 측, 뉴진스 부모님들에게 '1년 6개월 공백기를 주고 그래미 작곡가 붙여주겠..133 the콰이엇05.13 21:2869389 19
이슈·소식 공중파 첫 단독 데뷔한 아이브 레이 미친 활약.jpg110 키위냠05.13 20:3370229 22
팁·추천 배달 대신 포장주문 받으러 가면 겪는 일87 알라뷰석매튜05.13 23:2547763 17
방송계에서 시청률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라는 선재업고튀어.gisa 콩순이!인형 9:37 527 0
제목에 지명이 들어가는 국내 노래 모음.jpg 용용용욧 9:28 1175 0
지금 분노 폭발했다는 야구계 논란 ㄷㄷㄷㄷㄷㄷㄷ.gisa3 13225714retur 9:22 3362 0
'내편하자3' 박나래, 첫 보디프로필 후기.."조각 같은 몸은 아니지만 눈물나"1 즐거운삶 9:13 2667 0
벽돌책 격파의 쾌감···읽는 사람만 아는 '리더스 하이' 백챠 9:02 1578 0
스팀 브러쉬로 고양이 빗질 해주기.gif2 장미장미 9:01 2804 0
천만뷰 넘은 클래식 공연 영상1 중 천러 9:00 572 0
日후쿠시마 오염수 5차 방류 완료..."내달 6차 방류" ♡김태형♡ 9:00 196 1
[MSI] 빈 미친 드리블 .GIF 용시대박 8:59 678 0
무슨 역할인지 궁금한 원피스 인물.jpg 똥카 8:59 1915 0
제주에서 볼 수 있는 셰게적으로도 희귀한 기상현상 -카르만 볼텍스4 탐크류즈 8:58 4768 4
사망까지 나오는 위험천만한 두리안 수확 장면1 네가 꽃이 되었 8:56 2846 0
5·18 왜곡·폄훼 가상현실 게임 제작자 형사고발 방침 따온 8:56 386 0
유아용 책걸상서 일하는 유치원 교사들…"인권침해 수준"8 민초의나라 8:56 4641 0
생각보다 쉽지 않은 습관 박뚱시 8:55 1371 0
"교사, 교실서 커피 마시면 안 된다...애들 따라 해”2 306463_return 8:54 2618 0
"5·18 역사 왜곡 종지부 찍을 '역사서' 발간하겠다" 사랑을먹고자 8:49 798 0
"윤 정부의 일본 거짓말 받아쓰기” 통상 전문가의 라인 사태 분석 백구영쌤 8:48 795 0
11번가 실시간 쇼핑 검색어 순위에 충격적인 상품명...2 311344_return 8:46 4506 0
은근 험한 피라미드 내부 8:46 1312 0
급상승 게시판 🔥
전체 인기글 l 안내
5/14 9:40 ~ 5/14 9:42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
유머·감동 인기글 l 안내
5/14 9:40 ~ 5/14 9:42 기준
1 ~ 10위
11 ~ 20위
1 ~ 10위
11 ~ 20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