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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조회 292 출처
이 글은 7년 전 (2018/9/01) 게시물이에요











 나는 내가 아니었음 싶다 | 인스티즈

김광규, 나무의 기척

 

 

 

댓돌에 한 발 올려놓고

헌 신발 끈 조여 매는데

등 위로 스치는 손길

여름내 풍성했던 후박나무 잎

커다란 낙엽이 되어 떨어지는

가을 나무의 기척






 나는 내가 아니었음 싶다 | 인스티즈


이윤학, 복숭아꽃 핀 언덕

 

 

 

나는 내가 아니었음 싶다

나는 내가 없는 곳으로 가서

나랑 만나 살고 싶다

 

복숭아꽃 핀 언덕을 넘어가고 싶다

복숭아꽃 피는 언덕으로 가고 싶다






 나는 내가 아니었음 싶다 | 인스티즈


천양희,

 

 

 

환각거미는 입에다 제 알집을 물고 다닌다는데

시크리드 물고기는 입에다 제 새끼를 미소처럼 머금고 있다는데

나는 입으로 온갖 업을 저지르네

 

말이 망치가 되어 뒤통수를 칠 때 무심한

한 마디 말이 입에서 튀어나올 때 입은

얼마나 무서운 구멍인가

 

흰띠거품벌레는 입에다 울음을 삼킨다는데

황새는 입에 울대가 없어 울지도 못한다는데

나는 입으로 온갖 비명을 내지르네

 

입이 철문이 되어 침묵할 때 나도

모르는 것을 나도 모르게 고백할 때 입은

얼마나 끔찍한 소용돌이인가

 

때로 말이 화근이라는 걸 일러주는 입

 

입에다 말을 새끼처럼 머금고 싶네

말없이 말도 없이






 나는 내가 아니었음 싶다 | 인스티즈


허수경, 저녁에 흙을 돋우다가

 

 

 

저녁에 흙을 돋우다가 나비를 보았네

저녁에 흙을 부드럽게 만져

막 나오는 달리아를 편하게 하려다가

나비를 보았네

 

나비가 날아가는 곳을 멍하니 보는데

턱 허니 의젓하게 차오르는 눈물

 

언제부터인가

야간등을 단 밤하늘의 비행기를 보면

무슨 이 지상에서 살아남을 권리이듯

눈물이 의젓하게 차올랐네

 

저 안에 마늘쪽같이 아린 집이 있어

야간등을 달고 나비들은 그 곁을 지나는지도 모른다

 

나비가 저녁 햇살로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잠자리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기도 했네

 

여린 빛마저

울음 오므리듯 투과하는 날개를 가져서

어떡할 것인가






 나는 내가 아니었음 싶다 | 인스티즈

도종환, 가죽나무

 

 

 

나는 내가 부족한 나무라는 걸 안다

내 딴에는 곧게 자란다 생각했지만

어떤 가지는 구부러졌고

어떤 줄기는 비비 꼬여 있는 걸 안다

그래서 대들보로 쓰일 수도 없고

좋은 재목이 될 수 없다는 걸 안다

다만 보잘것없는 꽃이 피어도

그 꽃 보며 기뻐하는 사람 있으면 나도 기쁘고

내 그늘에 날개를 쉬러 오는 새 한 마리 있으면

편안한 자리를 내주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내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는 사람에게

그들의 요구를 다 채워줄 수 없어

기대에 못 미치는 나무라고

돌아서서 비웃는 소리 들려도 조용히 웃는다

이 숲의 다른 나무들에 비해 볼품이 없는 나무라는 걸

내가 오래전부터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늘 한 가운데를 두 팔로 헤치며

우렁차게 가지를 뻗는 나무들과 다른 게 있다면

내가 본래 부족한 나무라는 걸 안다는 것뿐이다

그러나 누군가 내 몸의 가지 하나라도

필요로 하는 이 있으면 기꺼이 팔 한 짝을

잘라 줄 마음 자세는 언제나 가지고 산다

부족한 내게 그것도 기쁨이겠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가죽나무일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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