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예약
호출 내역
추천 내역
신고
1주일 보지 않기
카카오톡 공유
주소 복사
공지가 닫혀있습니다 l 열기
이 글은 4년 전 (2019/11/21) 게시물이에요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width="300" height="25" allowscriptaccess="always" allowfullscreen="false" allowScriptAccess='sameDomain'>



 오늘도 쓸쓸하네, 그 여자 | 인스티즈


이수익, 엎드려 사는 여자

 

 

 

오늘도 쓸쓸하네, 그 여자

시장 바닥에서 푸성귀를 파는 여자

취나물, 냉이, 달래, 쑥부쟁이 속에 묻혀버린

하루 종일 일어날 줄 모르는

엎드려 사는 여자

 

고개 들어 허리를 펼 때라곤 해질 어스름 무렵

파장할 시간

푸성귀 속에 쏟아버린 하루를 툭툭 털어내며

이젠 집으로 가야지, 가서는 저녁을 먹고 잠을 잘 거야

허리를 풀면 느닷없이 쏟아질 잠, , , 잠꾸러기 떼들

입 맞추며 혼곤한 나락으로 빠져들겠지

그리고 내일 새벽이면

다시 새파랗게 푸성귀 속으로 걸어 나올 여자

 

집으로 가는 길 멀고도 힘들지만, 그러나

내일도 오늘처럼

마음 고요히 지내는 날이 되겠네







 오늘도 쓸쓸하네, 그 여자 | 인스티즈


박형준, 타인들의 광선 속에서

 

 

 

타인들 속에서 항상 당신을 느낍니다

당신은 타인들 속에 석탄처럼 묻혀 있습니다

천년 뒤에나 윤기 날 듯 오늘도

타인들의 광선 속에서 먼지 띠로 반짝입니다

저녁이 온통 푸를 때마다

얼음장 밑 식물처럼

사방에서 반짝이는 먼지 띠들은 나를 미치게 합니다







 오늘도 쓸쓸하네, 그 여자 | 인스티즈


이영옥, 어둠은 분명 무언가를

 

 

 

버스는 두 시간 뒤에 올 거라고 하네

마침 정류장 옆 과수원에는

사과가 익어가고 저녁 비가 부슬거렸네

발등을 타고 올라온 풀벌레 소리는

가느다란 울음을 어딘가로 옮기고 있었네

유리칸막이 옆으로 나란하게 붙은 비안개의 방

올 풀린 비가 담배연기처럼 떠돌았네

불안의 깊이가 다른 두개의 방은

똑같이 아득한 끝을 품고 있었네

투둑투둑 검은 소리들이 과수원을 덮쳤네

농익은 시간을 끌어안고 있는 둥근 지붕들

사과는 이제 조그마한 꽃 속으로 자신을 돌려보낼 수가 없네

한 세계에서 탈락되었을 때

추락한 깊이보다 높게 다른 삶이 튀어 오르겠지만

비오는 여름밤에 이미 단풍드는 세월도 있었네

멀리 헤드라이트 불빛이 보이고

빗줄기는 얼룩말처럼 반갑게 뛰어왔네

혼자 남은 정류장은 화난 소년처럼 금세 어두워졌네

그러나 닿고 싶은 곳이 있는 한 기다림은 유지될 것이네

푸른 어둠은 분명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지만

훅 하고 지나가는 향기뿐이었네







 오늘도 쓸쓸하네, 그 여자 | 인스티즈


이정록, 나뭇가지를 얻어 쓰려거든

 

 

 

먼저 미안하단 말 건네고

햇살 좋은 남쪽 가지를 얻어오너라

원추리꽃이 피기 전에 몸 추스를 수 있도록

마침 이별주를 마친 밑가지라면 좋으련만

진물 위에 흙 한 줌 문지르고 이끼옷도 입혀주고

도려낸 나무그늘, 네 그림자로 둥글게 기워보아라

남은 나무 밑동이 몽둥이가 되지 않도록

끌고 온 나뭇가지가 채찍이 되지 않도록







 오늘도 쓸쓸하네, 그 여자 | 인스티즈


이성복, 죽지랑을 그리는 노래

 

 

 

그 봄 청도 헐티재 넘어

추어탕 먹으러 갔다가

차마 아까운 듯이

그가 보여준 지슬못

그를 닮은 못

 

멀리서 내젓는

손사래처럼

멀리서 뒤채는

기저귀처럼

찰바닥거리며 옹알이하던 물결

 

반여, 뒷개, 뒷모도

그 뜻 없고 서러운 길 위의

윷말처럼

비린내 하나 없던 물결

그 하얀 물나비의 비늘, 비늘들








추천

이런 글은 어떠세요?

 
로그인 후 댓글을 달아보세요
 
카테고리
  1 / 3   키보드
닉네임날짜조회
유머·감동 이 고양이 이름은 당신이 가장 최근에 먹은 음식명입나다891 세훈이를업어05.28 11:0165123 1
유머·감동 침착맨 굿즈 다 찢은 유저337 쇼콘!2305.28 14:0199026 1
이슈·소식 "강인, 활동 5년 자숙 15년…먹고 살게 좀" 려욱 결혼식서 이특 발언 논란209 어니부깅05.28 12:3598560 3
이슈·소식 마음 식는다 아니다로 남녀 확 나뉜다 연프 여출 행동...jpg168 me+you-I05.28 14:2786341 3
유머·감동 떡 중에서 싫어하는 사람 많은 떡.jpg112 311103_return05.28 10:5675680 0
재난문자로 깜놀한 여시들을 위해 상황파악 자료모음 색지 2:59 2156 0
헌혈의집에 B형 혈액이 가장 많은 이유8 탐크류즈 2:59 4216 2
강가에서 농민이 주운 기이한 돌2 Side to Side 2:56 3199 1
친오빠 나이먹더니 좀 순해짐.jpg2 qksxks ghtjr 2:55 2822 0
연봉 1억 2천 정원사 논란 탐크류즈 2:55 3323 0
거대 괴수가 등장하는 영화들 無地태 2:53 276 0
여러분께 오늘 날씨가 장난 아니었던 경복궁의 광화문 사진을 보여드립니다 풀썬이동혁 2:52 683 0
시야제한석 전용 스크린도 있는 임영웅 콘서트 원 + 원 2:51 948 0
하찮게 생긴 물고기 311095_return 2:51 536 0
딱 6단계로 손 그리는 방법2 Wannable(워너 2:51 1697 0
요즘 속초에서 인기 많다는 음식..JPG1 션국이네 메르 2:50 2630 0
수영장에서 6시간 놀고 지친 골댕이 고양이기지개 2:50 693 0
글라스데코로 만든 미니 무드등1 게임을시작하 2:50 1827 3
자식에게 용돈 바라지 마세요 환조승연애 2:49 523 0
어제 츄.jpg 태래래래 2:49 400 0
자꾸 새 모이를 훔먹어서 기름칠을 해놨더니3 김규년 2:41 3285 2
화장실에서 계속 가버리는 남자...gif 지상부유실험 2:37 1204 0
한국에서 인종차별 받았다고 오해하게 되는 상황 이차함수 2:34 1888 0
이동진 평론가의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 작품 순위.jpg2 뭐야 너 2:32 1551 0
김종현 인스타그램 업데이트4 캐리와 장난감 2:29 761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