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씨(31)는 최근 부모님과 할머니의 핸드폰에 ‘트로트 무료듣기’ 앱을 설치했다. 한번 깔고 나면 회원가입이 따로 필요 없고, 최신곡 업데이트도 빨라 편리했다. 김 씨는 “몇 년 전만 해도 휴게소에서 믹스 테이프를 사드리거나 좋아하시는 가수의 CD를 사드렸다. 파일을 불법 다운로드하거나 곡당 몇백 원을 주고 사서 MP3에 넣어드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앱스토어에서 앱만 다운로드받으면 되니 매우 간단해졌다”라고 말했다.
최근 트로트의 인기에 힘입어 ‘무료듣기 앱’이 빠르게 늘고 있다. 구글플레이 스토어에 ‘무료듣기’라고 검색하면 ‘7080 노래’, ‘트로트’, ‘클래식’ 등 장르별 앱부터 ‘나훈아’, ‘조용필’ 등 특정 가수의 전집을 들을 수 있는 앱도 나온다. 최근 인기를 끈 가수 ‘임영웅’의 노래만 들을 수 있는 앱은 100개가 넘는다. 이 중 가장 상단에 검색되는 앱은 다운로드 수 100만 이상, 리뷰 4000개 이상일 정도로 ‘핫’하다.
문제는 대부분 앱의 개발사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이메일 주소가 개발자와 연락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공개돼 있으며, 정식 음원과 동영상에서 음원만 추출한 불법 음원이 섞여서 제공된다. 앱에서 스트리밍되는 음악이 정식으로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는다는 것은 음원의 제목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rain-임영웅-뽕숭아학당’, ‘깊은 밤을 날아서-미스터트롯 사랑의콜센타 8회’, ‘[30분 연속] 임영웅-천년지기 외’ 등 앱 개발사가 임의로 입력한 제목이다 보니 형식과 분류가 제각각이다. 영상에서 불법적으로 추출한 음원의 경우 음질도 떨어진다. 앱들은 대부분 광고를 통해 수익을 내는 구조로, 회원가입이 따로 필요 없으며 유료 스트리밍 앱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한 올드팝, 7080 노래, 트로트 같은 장르가 다수다.
한 스트리밍 업체 관계자는 “과거엔 음악을 다운로드 같은 방법으로 ‘소유’했다면 이젠 스트리밍 같은 ‘접근’으로 패러다임이 변했다. 불법 유통 방식도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 앱으로 변화한 것이다. 다만 개개인이 다양한 음악을 소비할 때의 비용 자체는 큰 폭으로 줄어서 변화에 적응한 젊은 세대에겐 굳이 불법적인 방법이 필요 없다. 변화가 낯설거나 따라오지 못하는 세대에게는 불법이라도 무료 스트리밍 앱의 접근성이 오히려 높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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