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지표만 봤을 때 둘 다 흥행하고 있다. 그러나 여론은 엇갈리고 있다. 이는 두 작품이 역사를 대하는 방식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철인왕후'는 방영 초기부터 철종과 풍양 조씨, 안동 김씨 등 실존 인물들을 희화화한 대사 및 설정을 드러내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거센 항의를 받은 뒤 일부 설정을 수정했다곤 하나, 눈 가리고 아웅 식 대처법이었다. 또 조선시대에 K 푸드, K 뷰티를 재현해 웃음을 유발했으나 당시 세도정치로 고통받는 백성들을 도적으로 묘사해 이들의 주머니를 터는 설정으로 역사에 무지함을 드러냈다. 여기에 백성을 위한 정치를 부르짖던 철종(김정현 분)을 동참시키는 설정을 만들어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현대적 감성과 서사를 위해 역사가 희생된 셈이다. '암행어사'의 경우 가상인물들이 등장해 정확하게 언급하진 않았으나, 19세기 조선으로 추정된다. 영의정 김병근(손병호 분)을 필두로 한 악의 축들은 당시 권력을 잡았던 세도 정치가를 상징했다. 성이겸(김명수 분)의 첫사랑 강순애(조수민 분)는 국가에서 금하는 천주교 신자였기에 도망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조선 팔도에서 세금으로 고통받는 백성들의 고혈을 짜내며 이익을 얻는 관료 및 양반들의 모습을 성이겸 일행 눈으로 생생하게 담아냈다. 현대적인 시각으로 웃음코드를 투영하면서도 실제 역사를 존중하고 있었다. 실제가 아닌 창작물이며 퓨전사극을 표방하고 있기에 얼마든지 역사를 해체하고 재조립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이 존재한다. '철인왕후'는 재미라는 명목으로 넘어버렸기 때문에 여전히 불호 여론이 끊이질 않는다. 반면, '암행어사'는 이를 지켰기에 역사왜곡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똑같은 퓨전사극 장르임에도 평가가 엇갈리는 이유다. '암행어사'와 '철인왕후' 간 온도차는 한 가지 교훈을 주고 있다. 아무리 역사 창작물이어도 적절한 무게와 깊이를 지켜야 하며, 퓨전사극은 모든 논란을 상쇄시킬 수 있는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청률이 무조건 잘 나온다고 마냥 기뻐할 문제는 아니다. 이를 만드는 제작진의 책임감과 태도를 되돌아볼 때다. 퓨전사극 '암행어사-철인왕후' 시청자 온도차, 시청률 지상주의 결과물 [TV와치]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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