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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년 전 (2022/5/25) 게시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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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 전 장관님 추도사가 마음을 울려서... 글로도 옮겨봤어..! 



노무현 대통령님
오랜만에 이곳 봉하마을에서 당신의 이름을 부르다 보니,
지난날 당신과 저 사이에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가면서 가슴이 좀 뭉클해집니다.
더구나 부엉이바위를 바라보니까 더 그렇습니다.
"너무 슬퍼하지 말라"는 말씀을 남기고 떠나신 후에, 
세월은 속절없이 흘러서 우리는 벌써 열 세번째 봄을 또 맞이했습니다
어김없이 다시 찾아온, 찬란하지만 가슴 아픈 5월에 당신에 대한 그리움을 가득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오늘 이곳 봉하마을에 이렇게 많이 모였습니다. 
보이시죠?

김대중 정부의 마지막 통일부 장관으로 일하던 제가
노무현 정부의 첫 통일부 장관으로 계속 일하게 되면서 당신을 만나게 된 건 참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남북관계와 관련하여 당신계서 저에게 하신 큰 말씀
그것은 지금도 저의 귀에 쟁쟁하게 울리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2003년 4월 말 평양에서 열릴 제10차 남북 장관급회담을 앞두고, 회담운영계획을 대면보고하기 위해서 대통령 집무실로 찾아간 저에게 노무현 대통령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북한을 돕는건 인도주의도 아니고 동포애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그래서 제가 놀랬어요. "아니 그럼 인도주의도 아니고 동포애도 아니면 뭡니까?" >
그랬더니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우리가 북한을 돕는건 도리라고 생각합니다." >
도리. 도리! 이것저것 따질 것도 없이 우리 남한이 당연히 해야만 하는 일이 북한 돕기라는 말씀이었지요.
이건 의식 수준이 보통 높지 않고선 할 수 없는 말씀입니다.
툭하면 퍼주기다, 끌려다니기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 세상에 의식 수준이 높지 않으면 도저히 하실 수 없는 말씀이 바로 도리론입니다.
이런 높은 의식 수준을 가진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과 함께 만들어내신 10.4 남북정상선언의 정신은 남북관계와 관련해서 오늘도 유효한 가치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어 나가야 할 정신입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균형자 역할을 하고자 하셨습니다.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우리나라가 그들에게 휘둘리기만 할 일이 아니라,
스스로의 운명을 주도적으로 개척해 나가려고 애쓰셨습니다.
그러나 반발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이른바 보수진영, 보수 언론으로부터.
예컨대, 우리 주제에 무슨 균형자냐, 한미동맹이나 잘 챙려가
이런 보수진영의 비난과 비아냥 때문에 곤욕을 치르시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 자리에 지금 문재인 대통령님이 와계십니다만은 문재인 정부 5년을 거치는 동안 대한민국은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 되었고 6위의 군사강국으로 우뚝 서게 되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우리는 약소국 의식에 꽉 차있고, 발전도상국, 중진국 정도로 자평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국제사회에서도 대한민국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박수 소리)
이 박수는 문재인 대통령님에게 보내주십시오. 
이제는 우리나라도 노무현 대통령님 생전의 꿈이었던 줏대 있는 외교철학을 되살려서 동북아 국제정치에서 능히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겼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약소국 의식을 버리고 자국중심성이 있는 외교를 해 나갈 수 있게 됐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기뻐해주십시오. 

오랜만에 봉하 마을을 찾아왔더니 당신계서 퇴임하신 후 가장 행복한 때를 보내시던 이 곳에 당신께서 추구하셨던 가치를 담아낸 기념관이 우뚝 들어섰군요. 
당신께서 삶을 통해 온몸으로 보여주셨던 기득권 및 수구세력과의 투쟁,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노력,
통일보다 평화가 먼저라고 하시면서, 남북협력은 도리라면서 외교에서도 자국 중심성을 키우고자 하셨던 그 정신은 당신께서 가신 후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 화두로, 그리고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최근 대선 패배 후에 기운이 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뉴스도 보기 싫다는 분들도 많습니다. 현실적으로. 
그럴 수록 더 각성을 해서 민주당을 더 키워나갈 수 있는 힘을 모아주십시오. 
그러나 물길은 평지에서도 곧게만 흐르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강물은 구불구불 흐르면서도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생전의 당신 말씀처럼,
우리 정치도 늘 깨어있는 강물처럼 바다로, 바다로 향해서 나갈 것이라고 믿습니다.
봉하 들판을 바라보며 서있는 저 기념관에 당신께서 마저 이루시지 못한 꿈도 함께 깃들어있습니다. 깨어있는 시민들이 아직 숨쉬고 있는 시민들이 그 꿈을 마저 이루기 위해서 한발 한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서 우리를 이끌어주시기 바랍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다시 한 번 당신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사실 그립습니다. 
또 오겠습니다.
그동안 편히 쉬십시오.

2023년 5월 23일 정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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