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취임 100일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런 지표를 그대로 적용해도, 평가는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우선 경제 위기상황임에도 이를 타개할 대통령의 정책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입법이 국회에서 이뤄진 건 거의 없다. 그 책임을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에게 돌릴 수 없는 이유는, 대통령실이나 국민의힘 모두 정책 입법에 딱히 관심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석달 동안 집권여당이 한 일은 당대표를 쫓아내기 위한 내부 권력투쟁 뿐이다. ‘내부총질’이라는 대통령의 원색적인 표현 외에 딱히 국민의 기억에 남는 일이 없다.
핵심 부처인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장관이 아직 공석인 점도 과거 정부에선 보기 어려운 일이다. 역대 모든 정부가 첫 내각 인선에서 두세명의 총리 또는 장관후보자의 낙마를 경험했지만, 지금처럼 5명의 장관 또는 장관급 후보자가 줄줄이 그만두고 핵심 부처를 비운 채 출범 100일을 맞는 건 이례적이다. 외교통일 정책은 어떤가. 미국의 압박과 중국의 위협, 일본의 냉담한 태도와 북한의 거친 공세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면초가의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윤 대통령에게 ‘러시아 스캔들’은 없지만, 하루아침에 대통령실을 옮길 정도로 무속의 영향력이 강하다는 의구심은 두고두고 정치적 위험을 키울 것이다.
우리나라에 대통령 행정명령은 없지만, 정부 시행령으로 국회 입법을 무력화할 수는 있다. 행정안전부가 장관 시행령으로 경찰국을 신설한 것이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검찰청법 시행령을 고쳐 검찰 수사권을 되살린 것은 트럼프의 행정명령 강행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취임 100일을 맞은 트럼프의 국정 지지율은 40%(갤럽 조사)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이보다 훨씬 낮은 28%(한국방송-한국리서치 조사)다. 다르지 않은 건, “여론조사를 믿지 않는다”는 트럼프나 “여론조사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는 두 대통령의 정신 승리다.
윤 대통령은 17일 기자회견에서 지난 100일간의 성과와 치적을 강조했을 뿐, 성찰과 변화의 의지는 내보이지 않았다. ‘전 정부의 잘못된 경제정책을 폐기하고, 경제 기조를 정상화하고, 상식을 복원하고, 자유·인권·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를 지켜냈다’는 그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과거 어느 누구도 우리만큼 일을 잘하지 못했다”고 했던 트럼프의 오만과 독선을 보는 듯하다. 그 결과가 어땠는지는 우리 모두가 똑똑히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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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100일, 트럼프의 100일…닮아도 너무 닮았다
박찬수 | 대기자 잘 알려져 있듯이 ‘대통령 취임 100일’이 중요해진 건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시절부터다. 1933년 3월4일 대공황의 와중에 취임한 루스벨트는 의회에 특별회기를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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