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편
의외로 일본의 수도가 될 뻔한 곳
전통적인 한반도 왕조 수도 옮기기 요약.gif
이전 글 처럼
한 국가의 중심지이자 정부가 자리잡은 도시를
수도라고 한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수도의 위치는 변해왔는데
일례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 누산타라)가 있다
아이센가드
전통적으로 조선시대 이래
한반도에서 수도를 의미하는 건 바로 서울이었다
한반도의 중심에 있어 교통의 요지이자
수량이 풍부한 한강과 도시를 둘러싼 산악 등
서울은 필연적으로 한반도를 점유한다면
수도가 되어야 하는 운명을 지닌 도시였다
※ 애초에 수도를 의미하는 순우리말이 '서울'
그러나 너무 과거가 아닌
근현대부터 의외로 서울에서 다른 지역으로
수도를 바꾸려는 시도가 꽤 있었는데
이 일화들은 꽤나 비극이면서 코미디이다
1차 시도
(1902)
대한제국 시기이던 1902년
대한제국의 황제였던 고종은 한통의 상소를 받게되는데
궁내부의 특진관 김규홍
폐하!
이제 대한이 제국으로 발돋움한만큼
우리 대한도 제국적으로 행동할 때이옵니다
전통적으로 중화의 제국들은
수도를 2개 놓았사옵니다
이에 황제국인 대한 역시 이를 본받아야 할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그리고 당연히 대한의 두 번째 수도는 평양이 되어야하는데
이곳은 옛조선과 고구려의 수도이기에
만년의 도읍지로서의 기를 품은 곳이옵니다
대한제국 황제 고종
어.....
일리가... 있다?
위와 같이 평양을 대한의 제 2의 수도
더 나아가 아예 행정기관까지 옮겨야 한다는 급진적인 상소가 올라온다
근데 쓸 데 없는 부분에 있어 개화적이었던 고종은
이를 정말 진지하게 생각했고
1902년 황실 재산 5만냥을 기반으로
평양을 서경으로 바꿔 수도를 천도한다는 계획을 세운다
의외로 이 사업은 꽤 빠르게 진행되었는데
일단 평양에 별궁인 풍경궁을 건설하고
고종과 황태자의 어진을 풍경궁으로 옮겼는데
이는 곧 황제가 그곳에 머문다는 걸 내포하는 것!
고종은 일본의 도쿄처럼
평양을 일종의 서양식 모델을 참고한 신수도로 건설하고 싶었지만...
하필 딱 그시기에 조선 땅에서
러일전쟁이 발생한다
야 이 망할놈들아!!!
하필 이 전쟁이 조선 땅에서 벌어진 지라
평안도는 전쟁에 직격을 맞아 이 나버렸고
여기에 재정난 크리까지 터져
결국 공사가 중지된다.
이렇게 온갖 억까가 다 발동되는 구한말 답게
수도 이전은 철저히 실패하고, 국왕의 초상화도 서울로 돌아온다...
2차 시도
(1943)
한짤요약
자세한 내용은
.
https://m.cafe.daum.net/subdued20club/ReHf/4857566을 참고하면 편한데
대충 요약하면
1. 관동대지진의 여파로 수도 도쿄의 지진 위험에 대한 공포심 증가
2. 그래서 지진에 정말 안전한 곳을 찾아보자
3. 근데 어차피 만주까지 우리 영토니깐 만-한-일의 중심지가 좋겠지?
= 만주-한반도-일본의 정중앙에 있고 지진대가 아닌 용인시를 일본 제국의 신수도로 정한다!
진짜 미친 소리 같지만
실제로 1943년 중앙계획소안이라는 수도 이전계획과 더불어
이미 용인에서의 측량이 모두 마무리된 상태였다ㄷㄷ
계획에 따르면
한반도 중부에 사는 조선인 800만명을 만주로 치워버리고
이 땅에 일본인들을 채워
진짜 한반도를 일본 본토화 시키려던 계획
하지만 닥터 아메리카의
거대한 대물 핵 2방을 맞고
이 정신나간 계획은
그냥 페이퍼 플랜으로 끝나게 된다
3차 시도
(1953)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수도 서울은 3일만에 완전 점령 당한다
지금처럼 경기 북부가 아파트 그라드로 가득한
도시들이 아닌, 그냥 논밭이었기에
방어에 적합한 지형이 적어
한국군은 일부 부대의 분전에도 한강 이북을 빠르게 상실한다
서울에 인민군이라고? 어림도 없다! 암 아아아아암!!!
그러나 국군이 한강 철교를 끊자
인민군은 한강 이남 진출에 꽤나 애를 먹었고
이는 이승만 정부에게 꽤 큰 인상을 주게 되어
휴전 직후인 1953년, 수도 천도의 큰 이유가 된다
이승만 정부는 방어 시설이 미약한 경기 북부로 인해
전통적인 수도 지역인 한강 이북 서울 지역이 취약하다고 판단한다
그러기에 이승만 정부는
서울보다는 그래도 방어적으로 괜찮다고 판단한
부평, 부천, 영등포 일대로 수도 이전을
진지하게 검토한다
근데 이제 막 전쟁을 끝냈으니 나라는 거지였고
이 상황에서 수도 이전은 막대한 비용을 초래했기에
결국 난 경제 상황으로 인해 캔슬!
※ 근데 부평-부천 지형은 개활지 + 북한 장사장포에 취약해 강북보다 안보적 위험이 높다는....
4차 시도
(1977)
60년대부터 시작된 경제 개발 드라이브로
서울과 수도권에는 전국에서 사람과 자본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는 서울로의 지나친 편중현상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인구가 서울로 어마어마하게 집중되게 된다
그리고 이런 편중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천도를 주장한 사람이 있으니...
바로 김대중 당시 대선후보!
김대중은 대전으로 행정수도를 이전해
서울에 편중된 자본, 행정력을 분산시킨다는
공약을 내세웠지만
결국 박정희에 밀려 낙선하며 이 공약은 흐지부지 된다
그러나 연임에 성공한 대통령 박정희 역시
이러한 서울 편중에 꽤 부정적인 입장이었는데
수도권 과밀화 문제도 문제지만
북한의 장사정포가 서울에 직격할 수 있다는 문제와
북한과 너무 가까운 곳에 초거대도시가 있으니
아직 전시에 가까웠던 당시로선 전시 수도로서 문제가 많았다
게다가 아직 이 땐 북한과의 국력 격차가 그렇게 많이 나지 않아
당시 작계상 전쟁이 벌어지면 일단 서울은 포기할 수도 있다는 것일 정도
그리하여 박정희는 1977년
독일의 수도 시스템을 벤치마킹한 백지 계획을 세우는데
대충 요약하면 분단 상황이 지속되는 동안
일단 신수도로 천도한 뒤, 통일이 되면 다시 서울로 돌아온다는 것!
당시 명목상 수도는 베를린이지만
행정수도는 본에 두었던 독일의 수도 시스템에서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아무튼 이 백지 계획상
신 수도로 현재의 공주 일대가 선택된다.
일단 남한의 정중앙에 있어
교통의 요지였고
천태산과 금강으로 풍수학적으로도 괜찮은 입지였으며
무엇보다도 북한과 거리가 꽤 멀었다는 것
국회는
'임시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했고
도시 설계가 시작될 무렵인 1979년!
대통령 박정희가 암살 당하며
이 계획은 캔슬되어버린다
정부대전청사
그러나 계획 자체는 캔슬되었지만
이 안 자체는 후임자인 전두환 - 노태우에게 계승되었고
노태우 대통령 시절인 1990년
'청 단위 중앙 행정기관 대전 이전 계획'이 발표되며
서울 곳곳에 분산된 정부 기관을
대전 정부 3종합청사로 집어넣게 된다.
5차 시도
(2004)
2000년대에 이르면
대한민국은 전세계 상위권에 달하는 경제 강국이 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전보다 더 심해진 서울 집중화 현상인데
이 정도면 거의 서울공화국 수준으로 서울 VS 나머지의 양상일 정도..
이에 2002년 대선 후보였던 노무현은
한계에 달한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고
낙후된 지역 경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행정 수도의 이전을 꺼내든다
이전 정권들의 연구로 입증된
충청도에 신수도를 건설한 뒤 청와대 + 중앙부처를 이전한다는 것!
+)TMI 노무현때는 수도이전도그렇고
로스쿨 사시폐지 사다리차기
한미 fta 농민들 대규모파업
이라크파병 좌측깜빡이키고 우회전한다
저출산정책 비젼2030 돈어디서마련
욕 진짜 개먹음
미래생각하는 선구안은 좀있었다고봄
우선 이전 정부부터 수도 입지로 최적화라고 평가한
공주 일대를 신수도 후보지로 정한 뒤
'신수도의건설을위한특별조치법'를 발의해
통과시켰고
2004년, 대법원, 헌재 등 사법부와
중앙정부청사등을 신 수도로 이전 시키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이 결정에 사법부는
맹렬한 반대와 더불어 국민투표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에 들 봐라? 하며
헌법 재판소에 신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진행하며
법리적으로 완벽히 신수도 이전을
결정지으려고 했지만...
"서울은 관습법 상 수도이기에 이 법안은 위헌이다"
당시 각계각층의 반응
(고졸 사시 패스, 판사, 변호사, 국회의원까지 한 아무리 무시받아도, 사법계에서 잔뼈 굵은 양반이고
당연히 헌재가 위헌 결정 못할 거 다 계산하고 넣은 건데
이런 ()논리가 튀어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겠지)
그렇다
아직까지도 회자되는 명판결인
서울은 관습법 상 수도, 고로 수도 이전은 위헌임^^
이라는 희대의 판례가 나온 것
사실 이게 왜 문제가 되냐를 설명하기 위해선
그냥 이 글 전체를 할애해야 하지만
여백이 적기에 간단히 요약하면
판례의 근거가 무려 1467년에 나온 경국대전(...)
1. 국어가 한국어라는 것처럼 정말 당연한 사항은 헌법에 기재되어 있지 않음
2. 이러한 국가적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을 핵심적 헌법사항, 즉 관습법이라고 함
3. 근데 고려 시대부터 서울은 사실상 수도 기능을 함 (=남경)
4. 조선 개국 후에는 500년 동안이나 수도를 했음
5. 근데 조선의 헌법인 경국대전에는 수도를 한성부로 정했네?
6. 이것만 보더라도 오랫동안 서울이 수도라는 건 역사적 합의로 지속됨
= 헌법에는 수도가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전통적인 관행(계속성)과
오랫동안 실효적으로 지속(항상성)되었고
대한민국 국민인 이상 견해차이가 불가능한 명백한 사실(명료성)이기에
서울은 관습법 상 수도, 꼬우면 개헌하던가ㅋ
이 정도면 부민고소금지법도 해당이 되는....읍읍읍
즉 대한민국의 모든 법률 위에 있는 헌법에는
분명 수도가 정해지지 않음을 명시했는데
헌재 재판관들은 경국 대전까지 꺼내와
관습법 논리로 서울을 수도로 정의한 것이다
즉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 대통령 결재 + 선거권자 과반수 동의가
이루어져야 가능한 헌법 개정을
관습헌법이라는 논리로 단 7명의 인물이
헌법과 동등한 규범을 새로 만든거나 다름이 없는 것!
정갤러들 몰려온다!!! 막아라!!!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판례 중 하나로 남을
이 전설의 판례에 대해 할 말은 많다만
필자의 의견을 개진하면
필시 댓글창이 위 꼬라지가 될 것이 뻔하기에
이만 줄이고...
암튼 희대의 관습법 판례로 5차 시도마저 캔슬된다...
아무튼 이 판결 때문에
청와대(대통령실)와 국회는 서울을 벗어날 수가 없게 되었다
이걸 뒤집으려면 국민투표를 하던가
아님 헌법을 개정해야 되는 맞은 상황!
결국 노무현 대통령은 수도권 주민의 반발을 의식하여
결국 국민투표를 포기하지만....
이후
'신행정수도후속대책을위한연기ㆍ공주지역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을위한특별법'
라는 게 긴 이름의 법안으로 계승되어
우리가 아는 세종시로 발전하여
행정부만이라도 단계적으로 이전하고 있다
다만 행정부의 핵심 of 핵심인
외교부, 법무부, 국방부, 통일부, 여성가족부(...)는 이전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재 상황은
이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으로
아예 지방 자체가 고사되어버리고
서울과 그 주변에 극도로 집중되고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도 다시 한번
행정수도 이전이 큰 화두에 오른 상황에서
과연 이번 6차 시도는 성공으로 끝날지
그 귀추가 주목되는 바이다
의외의 천도 사례
1. 미국 : 뉴욕 -> 필라델피아 -> 워싱턴dc
2. 스페인 : 톨레도 -> 바야돌리드 -> 마드리드
3. 영국 : 윈체스터 -> 런던
의외로 미국에서도 1962년 한차례 천도 논의가 있었는데
쿠바에 핵미사일 기지가 배치되자, 사정거리 밖인 시애틀에다가 수도를 옮기자는 주장....
-끝-
블라인드) 선크림 공지 안해준 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