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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l 외국어 l 해외거주 l 해외드라마
l조회 578

새벽에 감성이 센치해져 문장 모음집에서 다시 문장 몇 개를 끄집어 올립니다. 1편은 검색하면 나와요.

저처럼 책 읽고 독후감까지 쓰기 싫은 분들은 책 읽고 마음에 들었던, 뭔가 찡했던 문장만이라도 기록해두면 좋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기록했던 문장을 다시 접했을 때, 그 책을 읽던 그 순간 마음의 꿈틀거림이 스쳐가거든요.

 

 

 

 

시네필 다이어리 1권

 

이것은 신화 속 영웅에게만 해당되는 순간이 아니다. 인생에서 가장 힘겨운 선택을 해야할 때 우리 안의 잠재된 힘이 자신도 모르게 솟아오르는 순간, 인생에서 치밀하게 계획되지 않았던 거대한 우연에 봉착하는 순간, 한 번도 예상하지 못했던 두려움과 만나는 순간, 그때가 우리 영혼이 변신의 문턱을 넘는 순간이다.

 

영웅의 마지막 미션은 가장 어려운 만남, 즉 자기 자신과의 투명한 만남이다. (...)너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곧 나를 찾는 길이었음을. 너를 구하러 떠난 여행이 곧 나를 구원하는 길이었음을. 너 없이는 나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외따로 동떨어진 ‘나’로서가 아니라 ‘너’로서 이해될 대, 비로소 우리를 옭아맨 운명의 상처와 대면할 수 있다는 것을.

 

정면의 포옹이 열정적인 욕망이나 달콤한 행복의 표현이라면, 등 뒤의 포옹은 ‘당신의 등 뒤에 내가 있으니 불안해하지도, 걱정하지도 말라’는 따스한 응원의 메시지를 담는다. 이 아름다운 백허그는 타인의 고통을 분석하거나 해부하지 않고 다만 등 뒤에서 조용히 껴안는, 사랑의 묘약이 된다.

 

연민은 ‘고통 받고 있는 타자’와 ‘아직 멀쩡한 자신’을 가르는 분계선이다. 연민은 정치적으로 수동적인 혹은 보수적인 자신의 현 상태를 은폐하며 ‘나는 여기에 있고, 너는 거기에 있다’는 괴리감을 심화시킨다. 그리하여 ‘우리는 함께할 수 없다’는 판단을 공고화한다. 나의 행복이 너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최악의 가능성으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심리, 거기서 연민이 탄생한다.

 

우리가 친밀하고 소중했던 누군가와 헤어지는 대부분의 이유는 사실 여기서 비롯된다. 상대방의 어떤 결정적인 부분을 ‘삼킬 수가 없는’ 것이다. 자신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어던 부분을 상대방이 건드렸을 때, 우리는 그 사실이 거대한 가시처럼 목구멍에 걸려 넘어가지 않는 상황에 맞닥뜨린다. 우리는 상대방과 나의 ‘차이’를 삼키지 못하고, 그 차이를 천천히 소화시켜 관계의 새로운 차원으로까지 비약하지 못하고, 힘겹게 그 관계를 끝내버리고 만다.

 

 

시네필 다이어리 2권

 

그래, 나는 네가 아니다. 너도 내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아님’의 뼈아픈 분신을, 너의 잃어버린 조각을 발견한다. 우리는 타인의 육체에 접촉함으로써 나는 네가 아니고 너는 내가 아님을 확인한다. 하지만 동시에 타인의 육체를 통해 타인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출구를 발견한다.

 

너와 나의 존재를 가르는 선명한 경계를 잊는 순간, 우리의 마음이 타인의 존재를 향해 무한히 가까이 다가가는 점근선이 되는 순간 이 순간만은 혼자가 아니라고 느낄 때,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만 진정한 내가 존재함을 깨달을 때, 너의 삶이라는 프리즘에 비춰보아야 비로소 나의 존재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나의 본질은 나에게 있지 않다. 너의 본질도 너에게 있지 않다. 내가 너를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 너는 비로소 너 다울 수 있고, 네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나일 수 있다.

 

슬픔의 눈물과 통곡을 쏟아내지 않았다고 해서 우리 자신이 슬픔에 ‘승리’한 것은 아니다 .오늘 마음껏 울지 못한 슬픔은 언젠가 우리의 삶 어디에선가 적당한 자극을 만나면 오래된 지뢰처럼 속수무책으로 터질지도 모른다. ‘슬픔을 잘 참고 있다’고 느낄 때, 그 순간은 슬픔을 정복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너무 슬퍼서 슬프다는 감정조차 느끼지 못하는 감정의 마비 상태가 아닐까.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시인 윤동주는 일찍이 고국의 푸른 하늘을 읊기를,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두 손으로 따뜻한 볼을 쓸어보면

손바닥에도 파란 물감이 묻어난다.

 

고 했는데 청자색 갓 맑은 물감이 지금쯤 내 망막 속에 얼마쯤 물을 들여 놓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안나 카레니나

 

그는 아름다운 꽃을 사랑한 나머지 꺾어서 못 쓰게 만들어놓고 나서야 겨우 그 아름다움을 깨닫고, 이제는 자기의 수중에서 시들어버린 꽃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과 같은 마음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 여름 밤의 꿈

 

사랑은 저급하고 천하며 볼품없는 것들을 가치 있는 형체로 바꿔 놓을 수 있어. 사랑은 눈이 아닌 마음으로 보는 거야. 그래서 날개 달린 큐핏을 장님으로 그려놨지. 게다가 사랑신의 마음은 판단력도 전혀 없어. 날개 있고 눈 없으니 무턱대고 서두르지. 그러니까 사랑을 어린애라 하잖아.

 

시가 있는 여행

 

진정한 고독의 발원은 그와 내가 하나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하나가 될 수 없음에도 하나가 되려하는 무모한 시도에서 온다는 것을 인정하려 않는다.

 

건강한 소통이란 그와 나 사이에 서로의 섬이 있음을 담백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그것을 인정하고도 그 섬에 가겠다는 의지보다는 가고 싶다고 염원만 했던 시인의 마음을 닮는 것이다. 사랑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사랑도 손때를 타고 손독으로 인해 훼손되는 보통의 물질이다. 정말 사랑한다면, 난이나 꽃에게 하듯 많이 만지려 말고 자주 바라보라.

 

 

시간의 파도로 지은 성

 

그대가 이제는 다시 찾아오지 않을 시간의 시계소리를 듣지 않기 위하여 나는 성 안의 모든 시계들을 멈추어 놓았습니다.

 

자연을 바라보노라면 신체의 변화를 지켜보는 일이 참기 쉬워진다. 가을의 황금빛 나무는 겨울을 저주하는 법 없이 겨울이 온 것을 알린다.

 

어쩌면 여행의 진정한 맛은 이별 연습에 있는 지도 모른다. 여행은 머무름이 아니라 움직임이다. 풍경도 지나가고 사람도 지나간다. 여행을 통하여 우리는 이별 연습을 한다.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불판을 건조대 위에 올려놓고 까만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도시의 오염된 공기 때문에 별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도 도시의 공기를 탓하지 않았다. 별빛이 흐려졌다고들 말했다. 고향집 뒷산에만 올라가도 흰 소금처럼 박혀있는 별들을 볼 수 있었다. 언제 별들을 보았던가? 쉽게 위선을 떨고 살면서 내 눈 속에서 별들은 사라졌다.

 

 

28

 

저절로 진화되는 불도 있던가. 태울 것이 남아있는 한 불은 스스로 수그러들지 않는다.

 

 

지상의 양식

 

저녁을 바라볼 때는 마치 하루가 거기서 죽어가듯이 바라보라. 그리고 아침을 바라볼 때는 마치 만물이 거기서 태어나듯이 바라보라.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이다.

 

과거에 집착한 나머지 내일의 기쁨은 오늘의 기쁨이 자리를 내어주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을, 하나하나의 물결이 아름답게 굽이치는 것은 바로 그 앞의 물결이 자리를 비켜주기 때문이라는 것을, 저마다의 꽃은 모름지기 열매를 위하여 시들 수밖에 없고, 그 열매가 떨어져 죽지 않으면 새로운 개화를 보장할 수 없으며 그래서 봄이라는 계절 자체도 겨울의 문턱에 의지한다는 것.

 

"너 자신을 알라.“ 위험한 동시에 추악한 격언이다. 스스로를 관찰하는 자는 누구든 발전을 멈춘다. ‘자신을 잘 알려고‘ 애쓰는 애벌레는 절대로 나비가 되지 못할 것이다.

 

 

프랑스 현대 소설의 탄생

 

높이가 고르지 않게 깔린 포석, 접시에 부딪치는 숟가락의 쟁그랑하는 소리, 빳빳한 냅킨의 감촉 같은 사소한 감각들이 지나간 과거의 감각들을 건드리면서 거기에 연관된 기억을 의식의 표면으로 떠오르게 한다.

 

이토록 장구한 그 모든 시간이 단 한 순간의 중단도 없이 나에 의해 체험되고 생각되고 분비되어 왔고, 그 시간이 나의 삶이자 나 자신이라는 것을, 그 뿐만 아니라 나는 내게 매달린 그 시간을 매 순간순간 지탱해야 하고, 그것이 나를 떠받쳐주고 있다는 것을, 내가 시간과 함께 움직이듯이 시간을 옮겨놓지 않고서는 내 몸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닫자, 피로와 두려움이 느껴졌다. -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인간은 모두 ‘사형수’다. 삶의 끝에서 기다리고 있는 죽음에 대한 확신이 인간을 사형수로 만들어놓는다. 인간은 반드시 죽는 운명에 처해있다. 이것이 변함없는 인간의 조건이다. 사형수는 죽음과 정대면 함으로써 비로소 삶의 가치를 깨닫는다. 죽음은 삶의 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어두운 배경이며 거울이다.

 

죽음은 이 한정된 삶을 더욱 치열하게 살아야하는 이유 그 자체이다.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상대를 변화시키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관계를 시작한다면 이미 잘못된 길로 들어선 것이다.

 

 

상처받지 않을 권리

 

우리 각자가 다른 어느 누구로도 대체될 수 없다는 점이야말로 우리가 사는 방식이 다른 사람에 의해 강요될 수 없음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내 머리 사용법

 

새장 속의 새를 불행하게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자유를 설명해주는 것이다. 새장 문은 그대로 닫아둔 채.

 

사랑에 눈을 뜨면 사랑에 눈이 먼다.

 

 

도착하지 않은 삶

 

어차피 사람들의 평판이란 날씨에 따라 오르내리는 눈금 같은 것. 날씨가 화창하면 아무도 온도계를 눈여겨보지 않는다.

 

 

지지 않는다는 말

 

그때 나는 깨달았다. 추억을 만드는 데는 최소한 두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혼자서 하는 일은 절대로 추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혼자서 고독하게 뭔가를 해내는 일은 멋지지만, 다른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은 결국 우리를 위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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