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스크린의 약 57% 점유
역대 최대…시장 왜곡 우려
멀티플렉스 편성권 제한 주장도
지금껏 이런 경우는 없었다. 영화 한 편이 2500여 개 스크린을 독식해버린 경우는. 25일 베일을 벗은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이하 '어벤져스3') 얘기다. 개봉일 오전 10시 기준, 이 영화에 할당된 스크린은 2563개(영화진흥위원회 집계). 이는 한국 멀티플렉스 사상 역대 최대치다. 지난해 2026개 스크린으로 개봉해 '독과점 논란'에 휩싸인 '군함도'보다 500개가량 웃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공포스럽다. 이 정도면 독과점을 넘어 독점이다. 이는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현상"이라고 했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도 "완벽한 독점이다. 언제까지 '관객 선택에 따른 결과'라는 모순적 수사로 일관할 것이냐"며 스크린 편성 주체인 극장가를 질타했다.
과언이 아니다. 일부 변동폭을 감안하고서 통계적 스크린을 4500여 개(지난해 '군함도' 당시 집계)로 잡으면, '어벤져스3'는 다분히 독점이다. 극장가 스크린의 과반(약 57%)을 한 영화가 가져가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나머지 영화는 조조나 심야 위주로 빠지고 거의 '어벤져스3'로만 상영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스크린 독과점 논란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성수기 한국형 블록버스터, 할리우드 대작들이 개봉할 때면 매 시즌 지적된 현상이기 때문이다. '어벤져스3' 스크린 독점도 업계 안팎에서 일찌감치 예견돼 왔던 문제다. 그렇게 볼 예비 지표가 있었다. 개봉일인 이날 오전 기준 이 영화 예매율은 무려 96%에 달했다. 예매 관객 119만여 명에 예매 매출액 또한 114억여 원. 역대 최고치다.
이에 반해 한날한시 개봉작인 인도 영화 '당갈'은 예매 순위 2위임에도 0.6%에 머물뿐이다. 동시기 신작들이 자리할 틈이 실상 부재한 것이다.
업계 안팎으로는 '스크린 독점 시대'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이어진다. 국내 멀티플렉스 3사인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입장대로 산업 논리에 떠맡긴 결과가 결국엔 '시장 왜곡'이어서다.
전찬일 평론가는 "시장의 공정성 차원에서라도 제도적 규제가 시급하다"며 "극장에 일임된 스크린 편성 재량권에 일부 제한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지욱 평론가는 "더는 문제제기에 그치면 안 된다"며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적극 법적 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시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