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한테 정식으로 고백할거야."
태형에게 연락을 받자마자 급하게 달려왔다.식장 내부를 가득 울리는 울음소리들 사이에 폭 파묻힌 채 담담한 얼굴로 서 있던 태형이 숨을 헐떡이며 요란스럽게 들어선 나를 돌아보았다.탄소야.태형은 별다른 말 없이 그저 미소를 지으며 내 어깨를 토닥였다.평온한 어투 뒤를 희미하게 적신 물기가 느껴져 심장이 아렸다. "박지민." 어깨에 대충 걸쳐져 있던 가방을 바닥에 힘없이 내려놓으며 한발자국 다가섰다.사진속 네가 눈이 부실 정도로 너무나도 환해서,나는 그만 웃음이 터져나오고야 말았다.나쁜놈.나쁜자식.나사 하나 빠진 것 처럼 실실 웃음을 흘리며 하염없이 사진을 어루만지는 나를 묵묵히 바라보던 태형이 조심스레 손을 들어 눈가를 쓸어주었다.나는 그제서야 내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지민아." 너 가수하겠다며.나는 주체하지도 못할만큼 시야를 뿌옇게 감싸오는 눈물을 닦아 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쉼없이 네 이름을 불러댔다.지민아.박지민.지민아.메말라 볼품없이 갈라져 나오는 목소리가 스스로도 애처로웠다.사진속 너는 그저 말없이 예전처럼 예쁘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나는 더이상 그런 네 얼굴을 마주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울컥,목까지 차오른 울음을 억지로 참아내느라 불덩이를 삼키기라도 한 듯 목구멍이 뜨거웠다.너 가수한다며 박지민.가수해서 성공하겠다며.물음이랍시고 내뱉은 단어들이 반은 울음에 먹혀들어가,돌아오는 대답 없이 공중에 흩뿌려졌다. "..흡..그래서 나한,테..흐윽....고백하겠,다며." 결국 버티지 못하고 풀려버린 다리 탓에,온 몸이 차가운 식장 바닥으로 와르르 무너져내렸다.묵묵히 잘 버티고 있던 태형 또한 그런 내 모습을 보며 더 이상 참지 못하곤 낮은 소리로 울음을 터뜨렸다.환한 네 미소가 냉기만 감도는 싸늘한 식장 바닥과 대비되어 더욱 고통스러웠다.심장을 누군가 칼로 마구 도려내는 듯 한 아픔.지민아.너는 훨씬 더 아팠겠지.미안해.혼자만 아프게 둬서 미안해.너에게 닿을 리 없는 말들을 계속해서 되풀이했다.미안해.미안해.미안.. "웃기시네.성공하면 나부터 먼저 버릴 것 같은데?" "무슨소리야!애시당초 가수가 되려는 이유가...." "...." "...." "풉.뭐야?뭔데 얼굴이 그렇게 빨개져?" "아이 씨...." "푸하하!아 뭔데-그래서 이유가 뭔데,응?" "........니가 나 춤출때 제일 멋있다며." "....응?"
"내가 춤추는 이유가 너라고,이 바보야."
남의 시선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처럼 악을쓰듯 울음을 토해냈다.하지만 딱히 누군가 말리는 사람은 없었다.지민아.지민아.그렇게 하염없이 부르면 네가 살아 돌아오기라도 할 것 처럼,나는 그렇게 한참동안을 차가운 바닥에 앉아 네 사진을 쓸어내리며 울기만을 반복했다.안그래도 충분히 지쳐있던 몸으로 무리를 했던 탓이었을까.정신을 잃고 스르륵 눈꺼풀이 감기는 그 찰나의 순간에, 언뜻 슬픈 너의 노랫소리를 들은 것 같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