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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김태형] 악연 | 인스티즈

 

 

 

 

 

 

"너한테 꼭 소개시켜 주고 싶었는데." 

 

 

 

 

마주한 두 눈이 천진함으로 휘어져 있었다.떨리는 손을 감추려 부러 등 뒤로 숨겨버렸다.손 바닥이 축축하게 젖어들어가는 게 느껴졌다.서둘러 니트 소매에 손바닥을 대충 문질러 닦아냈다.다시 고개를 들어올렸을 땐,그의 눈은 여적 나를 향해있는 채 였다. 

 

올곧은 시선으로.오직 나만을 향해서. 

 

 

 

 

"인사해.이쪽은 내," 

 

 

 

그는 계속해서 나를 태워 죽일 듯 응시했다. 

 

 

 

"남자친구야." 

 

 

 

칠흙같이 새까만 눈동자가 그 안에 나를 잠식시키기라도 하려는 듯이. 

 

 

 

"안녕." 

 

 

 

 

오랜만이야.라는 단어를 내포한 듯한 그의 낮은 목소리가 이어서 들려왔다.심장 박동수가 걷잡을 수 없이 증폭하고 있었다.눈을 마주치기가 두려웠다.어느순간부터 나는 숨소리 조차도 내기가 두려워,숨 쉬는 것을 참아내고 있었다.온 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그의 시선 안으로 파뭍혀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보이지 않는 그의 또다른 손이 내 목을 옭아매는 기분이었다. 

 

 

 

 

"뭐야~인사 안받아 줄 거야?" 

 

 

 

 

조금 당황한 얼굴을 한 친구가 내 어깨를 조심스레 건드렸을 때 쯤에야 나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아,미안.잠시 딴 생각좀 하느라.나는 경련이 일어나 마구 뒤틀릴 것 같은 안면근육을 억지로 움직여 간신히 웃는 얼굴을 만들어 보였다.안녕하세요.최대한 긴장한 티를 숨기려 낮게 깐 목소리로 말했지만 야속하게도 끝이 떨리고 있는 게 느껴졌다.그가 내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작게 소리내어 웃음을 터뜨렸다.재미있는 친구네.누가 들어도 혼잣말로 들릴법 한 크기였지만,그의 목소리는 그런 작은 소리조차 온몸에 소름을 돋아나게 하기 충분했다. 

 

 

 

 

"그럼 우린 먼저 가볼께.영화 시간 다 됐거든." 

 

"..어,그래." 

 

"연락해!" 

 

"..응." 

 

 

 

 

말을 마친 친구가 그의 팔을 감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자동적으로 따라 올라가던 시선이 공중에서 멈춰섰다.그가 아직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나는 황급히 시선을 거두곤 친구를 바라봤다.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니,그의 팔을 감싸지 않은 반대쪽 팔을 가볍게 흔들며 웃어보인다.그때였다. 

 

 

 

 

"또 보자." 

 

 

 

 

나는 그 상태로 굳어버릴 수 밖에 없었다.등을 돌려 나가기 직전 스쳐간 그의 얼굴엔 분명한 미소가 번져있었다.그와 친구가 여느 연인들처럼 다정하게 대화하며 카페 문을 나서는 그 순간까지도 나는 그 자리에 돌처럼 멈춰있어야만 했다.또 보자.그의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울려퍼졌다.또 보자.안그래도 혼잡해진 기억속을 마구 헤집어놓은 그 목소리가 기억하고싶지 않았던 끔찍한 기억을 끄집어올렸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비가 억세게 쏟아지던 날 밤이었다.나는 천둥소리에 놀라 잠에서 깨 겁에질린 얼굴로 허겁지겁 침대에서 내려와,엄마와 아빠가 자고계실 안방으로 달려갔었다.끼익.문을 열며 소심한 목소리로 말했다.엄마,아빠,나 여기서 잘....나는 얼굴을 빼꼼 내밀고 안방을 둘러보다 말을 다 잇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굳어버리고 말았다. 

 

 

 

 

"....누구세요?" 

 

 

 

 

침대 위에 편안히 누워 주무시고 계셔야 할 엄마아빠가 두꺼운 밧줄로 온 몸이 칭칭 감긴 채 의자에 앉아계셨다.그리고 그 앞에는 온통 까만색 옷을 입은 남자가 서서 엄마아빠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나는 떨리는 다리로 한발자국을 내딛어 안방에 들어섰다.남자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까만 모자를 푹 눌러 쓴데다 마스크까지 한 채 얼굴을 꽁꽁 숨겨둔 탓도 있었지만,먹구름에 가려져 달빛 하나 새어들어오지 않는 깜깜한 밤에 그의 얼굴이 보일 리 만무했다.남자가 몸을 내 쪽으로 완전히 틀고는 느릿하게 걸어왔다.머릿속에선 도망치라는 빨간 경보가 시끄럽게 울려댔지만,몸은 망부석이라도 된 양 그자리에서 더 움직여지지 않았다.코앞까지 다가온 남자가 내 앞에 쭈그려 앉아 나와 얼굴을 마주했다.어둠에 가려져 잘 보이진 않았지만,남자는 분명히 웃고있었다. 

 

 

 

 

"꼬마야.오빠랑 게임 하나 하자." 

 

 

 

 

남자가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혼란스러웠다.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기엔 나는 너무도 어렸다.그렇지만 좋지 않은 상황임이 분명하다는 건 알아챌 수 있었다.내가 한참이나 대답이 없자,남자는 느릿한 동작으로 고개를 비틀고 나를 빤히 바라봤다.나는 떨리는 손가락을 들어 남자의 등 뒤로 보이는 엄마아빠를 가리켰다. 

 

 

 

 

"..오빠 누구에요?우리 엄마랑 아빠는 왜 저기 묶여있어요?" 

 

"룰은 간단해.그냥 숨바꼭질이야.숨바꼭질 뭔지 알지?" 

 

 

 

 

남자는 내 말엔 관심도 없다는 듯 무심하게 말했다.숨바꼭질?나는 그제야 주위를 둘러보았다.불빛하나 들어오지 않는 깜깜한 방.창문을 부술 기세로 쉴틈없이 쏟아져 내리는 비.의자에 묶인 채 미동없이 고개를 떨구고 앉아있는 엄마아빠.내 앞에 쭈그려 앉아 나를 바라보고 있는 정체모를 까만 남자.갑자기 시야 가득히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의지완 상관없는 눈물이 마구 흘러내리기 시작했다.흐윽.끅.소매로 눈가를 벅벅 비벼대며 다시 엄마아빠를 바라봤다.눈가가 따가웠다. 

 

 

 

 

"흑..끄흡....오빠 누구에요..응?" 

 

"오빠가 숨을게.우리 꼬마 공주님이 술래하는거야,알았지?" 

 

 

 

 

남자는 이번에도 내 말을 무시해버렸다.탁.머리위로 남자의 손이 얹혀졌다.남자는 차가운 목소리와는 상반되게 부드럽게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남자의 손이 닿은 머리 끝 부터 소름이 온몸을 타고 내려갔다.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그때였다.콰앙!어째 잠잠하다 싶던 하늘이 커다란 천둥을 토해냈다.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웅크린 채 토끼눈을 하고는 엄마아빠를 바라봤다.두분은 여전히 미동없이 죽은듯이 앉아계셨다.죽은듯이........죽은듯이?나는 갑자기 발작이라도 일으키듯 엄마아빠를 향해 튀어나갔다.남자는 예상했는지 손쉽게 내 작은 몸뚱아리를 제지시켰다.나는 닿을 수 없는 거리임을 알면서도 무작정 팔을 휘저으며 악을 썼다. 

 

 

 

 

"엄마!아빠!" 

 

"몇초를 세면 좋을까.....아,그래.육십초면 충분하겠다." 

 

"....엄마!!아빠!!....왜 안 일어나....흡,흐윽," 

 

"자,이제 시작하자.가서 육십초만 세면 돼.그리고 나를 찾는거야." 

 

"..엄마!!!!....아빠..!!!!" 

 

 

 

 

남자는 뭐가 그리도 재미있는지 웃음기 섞인 한껏 고조된 목소리로 말하곤 나를 번쩍 들어올렸다.나는 온 몸을 버둥거리며 소리를 질러댔다.무서운 기세로 쏟아져내리는 거친 빗소리가 내 비명소리 마저 처참하게 집어삼켰다.번쩍.천둥을 예고하는 환한 빛이 잠시동안 어둠속을 밝히고 사라졌다.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에 나는 정확히 볼 수 있었다.스쳐간 남자의 짙은 눈은 어둠속 맹수의 눈동자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럼 이제," 

 

"엄마!!!!아ㅃ," 

 

"시-이-작!" 

 

 

 

 

우르릉,쾅!곧이어 천둥이 다시한번 귓가에 울려퍼짐과 동시에,남자는 안방 문턱 밖으로 나를 던지다 시피 해 내려놓았다.바닥에 사정없이 부딪힌 팔꿈치가 너무 아파서 나는 다시 큰소리로 울음을 터뜨렸다.너무 눈물을 쥐어짜낸 탓인지 일어날 힘 조차 생기지 않았다.힘없이 고개를 들어 방문을 바라봤다.스르륵 닫히던 문 틈 새로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남자는 환하게 웃으며 입모양으로 말했다. 

 

 

 

 

'또 보자.' 

 

 

 

 

쾅. 

방문이 완전히 닫히는 것을 마지막으로,나는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고 말았다. 

 

 

 

 

 

 

 

 

나는 십 년이 훨씬 지난 그때의 일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쏟아지던 비도,차가웠던 공기도,낮은 웃음소리도,맹수와도 같던 짙은 눈동자도.그리고 방금전 보았던 남자,친구가 애인이라고 소개했던 그 남자는 분명히 그와 같은 눈을 한 채로 나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숨이 점점 가파졌다.까만 밤의 악몽이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재생되었다.또 보자.소름끼치는 음성이 귓가에 끊임없이 울려퍼졌다.나는 두 손으로 귀를 틀어막고 울음을 삼켜냈다. 

 

 

 

 

또 보자. 

 

 

 

 

죽이고싶은 악몽이 또 다시 시작되었다. 

 

 

 

 

 

 

 

 

 

 

 

 

 

 

 

탄독방에도 올렸지만 내가 모아놓기 편하라고 여기도 올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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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헐....대박 완전 대박 .....분위기 대박이에요
9년 전
시월
우왕 첫댓글 ㅠㅠ뿌듯하네요 감사합니다!!
9년 전
비회원227.67
분위기ㅠㅠㅠㅠㅠㅠ 진짜 짱이예요ㅠㅠㅠㅠㅠ
9년 전
시월
헤헷 쑥쓰럽네요☞☜....댓글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2
쩔ㄹ어여..
9년 전
시월
댓글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3
ㅠㅠㅠ신알신하구가여ㅜㅠㅠ
9년 전
시월
신알신,댓글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4
헐대박...쩐다...
9년 전
시월
ㅠㅠ댓글 감사합니다!
9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9년 전
시월
악연도 이런 악연이 있을까요ㅠㅠ저같으면 무서워서 도망칠듯....(쭈굴)아무튼 댓글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6
으아애ㅓᆞ!!!!!이게 끝은아니겠죠...그렇다고 말해줘요1111
9년 전
시월
안타깝게도 뒷부분은 계획에 없....(암전)ㅠㅠㅠㅠ죄송합니다ㅠㅠㅠㅠ댓글 감사해요ㅠㅠ
9년 전
독자7
ㅠㅠㅠㅠㅠㅠㅠㅠ무서워태형이ㅠㅠㅠㅠㅠㅠ
9년 전
시월
그쵸 실제 상황이었으면 엄청 무서웠을 듯..!댓글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8
헐 대박.....악연이라고해서 어떤악연이길래 했는데 이건 진짜....태형이 무섭네요ㅜㅠㅠㅠㅠㅜ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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