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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짐총]     

     

퍼즐부.     

     

     

     

     

     

     

     

     

     

[방탄소년단/짐총/뷔민] 퍼즐부 | 인스티즈    

1.     

나는 만사가 귀찮은 열 일곱살 남고딩이다.그런고로 몸을 움직여야 하는 활동은 딱 질색이었다.낮잠이 주특기이자 취미인 나에게 있어서 두시간 동안이나 갖는 동아리 활동 시간은 정말이지 고문과도 같았다.     

   

이 학교에 전학을 오고나서 처음으로 갖는 동아리 시간이었다.나는 신중해져야 했다.이름만 올려놓고 활동은 하지 않아도 될,그런 동아리.나는 하이에나처럼 어슬렁 어슬렁 돌아다니며 그런 만만한 동아리를 찾아다녔다.서예 동아리.독서 동아리.경재 동아리.이름만 들어도 따분해 보이는 그것들을 지나쳐,복도 제일 끝에 위치한 마지막 동아리실의 문 앞에 다가갔다.     

     

     

   

   

     

     

2.     

퍼즐부?     

나는 김이 팍 샜다.머릿속에선 이미 범생이들이 삼삼오오 둘러앉아 저들끼리 열심히 퍼즐조각을 맞추고 있는 그림이 그려졌다.결국 내가 원하는 그런 만만한 동아리는 없었던 것인가.포기하곤 아까 봐둔것중에 그나마 할만해 보였던 영화감상부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못 보던 얼굴이네."     

     

   

   

목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딱 봐도 나보다는 연장자로 보이는 선배 세 명이 교복 바지 주머니에 손을 꽃아넣은 채,껄렁해 보이면서도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이쪽을 향해 오고 있었다.여기 들어오게?어깨 넓은 선배가 나를 지나쳐 동아리실 안으로 들어가면서 스치듯 물었다.나는 멍하니 서서 눈을 깜빡였다.내가 상상한 동아리 부원들과는 조금 많이 다른 모습에 적잖이 당황한 게 사실이었다.거기 그러고 계속 서있으려고?셋중에 제일 양아치처럼 생긴 선배가 마지막으로 동아리실 안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3.     

정신을 차리고 보니,나는 얼떨결에 선배들을 따라 동아리실 안으로 들어와 있는 상태였다.언제 나가야 하지.도망갈 타이밍을 놓친 나는 꽤나 심기가 불편했다.방금 전 나에게 말을 걸었던 (제일 양아치같이 생겼다는)선배는 자연스럽게 구석에 있던 의자를 하나 끌고와 앉고는,한손은 주머니에 꽃은 채 나머지 한손으로 핸드폰을 꺼내들어 게임을 켰다.제일 몸집이 작은(그렇지만 무섭게 생긴) 선배는 하품을 쩍 하며 허름해 보이는 소파로 가 앉아 만화책을 펼쳤다.어깨가 태평양처럼 넓은 나머지 선배는 동아리실 안쪽에 있는 작은 창고 안에 들어가 조그만 상자를 품에 안고 나오며 말했다.     

     

   

   

"일단 명목상 퍼즐부니까 퍼즐을 꺼내놓긴 해야겠지."     

     

   

   

나는 눈을 깜빡이며 그 선배가 하는 행동을 가만히 지켜보았다.선배는 (아마도 퍼즐)상자를 동아리 실 구석에 치워둔 동그란 테이블 위에 성의없게 턱 내려놓고는 몸을 돌렸다.눈이 마주쳤다.선배가 멋적게 웃으며 묻지도 않았는데 친절하게 설명을 늘어놓았다.     

     

   

   

"우리 이름만 퍼즐부지 활동은 안해.다들 제각각 할일 하거든."     

     

   

   

너 혹시 퍼즐 좋아해서 들어온거면 나가는 게 좋을걸.웃으면서 덧붙힌 말에 나는 기겁을 하며 재빨리 고개를 저었다.저 그런거 존나 싫어하니까 걱정 마세요.나는 제대로 찾아왔다 싶어서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그래..?선배가 갑작스런 내 미소에 당황했다는 듯 어색하게 웃더니,이내 터벅터벅 소파로 가 앉아 핸드폰을 꺼내들었다.푸슝.핑.타닥타닥.스륵.동아리실 내부엔 온통 게임소리와 핸드폰 자판 두드리는 소리,만화책 넘기는 소리들로 가득찼다.나는 멀쩡한 의자를 냅두고 다리를 꼬고 벽에 기대앉아 동아리실 내부를 한번 쓱 훑어보고는 만족스럽게 눈을 감았다.그래.이런게 이상적인 동아리의 모습이지.     

     

     

     

   

   

     

4.     

한참 꿈 속을 헤엄쳐다니고 있을 때 쯤이었다.드르륵.나름 고요하던 동아리실 문이 요란스럽게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동시에 세 선배들의 시선이 모두 동아리실 문을 향했다.나는 부스스하게 일어나 소리의 근원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호서기 호서기 등장이오!"     

     

   

   

입이 대빵 큰 하트모양인 한 남자가 괴상한 춤을 추며 등장했다.나는 금새 표정이 썩어들어갔다.어쩐지 내가 원하는 평화로운 동아리의 조건에 너무 딱 들어맞는다 싶었다.역시 모든 일은 완벽할 수 없는거였어.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며 이어폰을 찾기 위해 주머니를 뒤적거렸다.그때였다.     

     

   

   

"안녕하세요."     

     

   

   

남자치곤 꽤나 하이톤인 미성이 들려왔다.나는 이어폰을 찾다 말고 고개를 들어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봤다.지져스.두 눈이 저절로 동그랗게 떠졌다.두 귓가에 샹투스가 울려퍼지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조그만 체구의 남자애는 방긋 미소를 지은 채로 꾸벅꾸벅 고개를 숙이며 여기저기에 인사를 해 댔다.어깨가 넓은 선배가 소파에서 일어나 그 꼬맹이에게 다가가 머리를 헝클었다.꼬맹이는 선배를 올려다보며 헤실헤실 웃었다.     

   

햇살같다.     

   

꼬맹이의 첫인상이었다.     

     

     

     

   

   

     

5.     

오던 잠이 확 달아났다.나는 어느새 그 꼬맹이를 눈으로 쫓는 데 열중해 있었다.겨우 두명 더 들어왔을 뿐인데,적막감만 맴돌던 넓찍한 동아리실이 금새 왁자지껄해졌다.부원들은 나를 제외하고 모두 아는사이인 것 같았다.나는 왠지 소외감이 들었다.일어나 인사를 할까 말까 괜히 꼼지락 거리고 있는데,선배들과 얘기를 나누던 꼬맹이와 눈이 마주쳤다.잠시만요.꼬맹이는 대화를 잠시 중단하더니 내 앞으로 쪼르르 다가왔다.나는 예상치 못한 꼬맹이의 행동에 당황해서 눈을 크게 깜빡였다.꼬맹이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혼자 구석에서 뭐해요."     

     

   

   

꼬맹이는 내가 저보다 선배일 거라고 생각했나보다.(아니,내가 그렇게 노안인가?)귀여운 존댓말이 나쁘지 않아서 저절로 피식 웃음이 나왔다.전학생이죠?처음보는데.꼬맹이가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조금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심스레 꼬맹이의 손을 잡았다.으샤.꼬맹이가 내 손목을 두 손으로 잡고 자리에서 일으켰다.그리곤 내 뒤로 가 등을 떠밀어 선배들 사이로 무작정 들이밀었다.어어,잠깐-나는 당황할 새도 없이 선배들 사이에 낑겨졌다.꼬맹이는 뭐가 그리도 신나는지 방긋방긋 웃으며 내 옆으로 와 섰다.     

     

   

   

"신입도 왔는데,다같이 인사나 해요!"     

   

   

     

꼬맹이가 들뜬 목소리로 말하자,키가 작지만 무섭게 생긴 선배가 (이미지랑은 전혀 안어울리게)금방이라도 꿀이 떨어질 것 같은 얼굴을 하고는 꼬맹이의 볼을 꼬집었다.아파요오.말꼬리를 애교스럽게 늘이며 앙탈아닌 앙탈을 부리는 꼬맹이를 보며,속으로 부럽다! 를 천번이나 외쳤다.     

   

아직 정국이 안왔는데.어깨 넓은 선배가 조금 곤란다하는 얼굴을 했다가 이내 웃어보이며 말을 고쳤다.오면 이따 따로 소개하지 뭐.그 말에 꼬맹이가 함박웃음을 지었다.안그래도 긴 눈꼬리가 더 크게 쓱 휘어졌다.어쩐지 나는 그 웃음이 심장에 해로울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럼 다들 일단 모여봐.어깨 넓은 선배가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그리고 그 말이 끝나자 무섭게 생긴 키작은(강조) 선배랑,양아치같이 생긴 선배랑,아까부터 겁내 시끄러운 선배랑,꼬맹이가 제각기 의자를 끌고 와 그 앞에 앉았다.나도 슬쩍 눈치를 보다가 구석에서 의자 하나를 끌고 와 꼬맹이 옆에 앉았다.아무래도 이 동아리의 우두머리는 저 어깨넓은 형인듯 싶었다.     

   

일단 옹기종기 모여 앉기는 했는데,누구도 먼저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꼼지락 꼼지락.고개를 슬쩍 떨구곤 괜히 손장난만 쳐 댔다.어색해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힐긋 옆을 보니,이런 상황에서도 꼬맹이는 안면 가득 싱그러운 미소를 걸치고 있었다.그리고 그 와중에도 꼬맹이가 존나 예뻐보이는 나 스스로가 참 대단했다.한참이나 그렇게 유지하던 정적을 깬 건 예상외로 양아치같이 생긴 선배였다.     

     

   

   

"김남준이야.3학년이고....아 이거 되게 어색하네."     

     

   

   

하하.선배가 어색해 뒤지겠단 표정으로 딱딱하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내가 상상한 (전형적인 양아치같은)성격이 아니라서 조금 놀랐다.소개를 마친 선배가 제 옆에 있던 키작고 무섭게 생긴 선배를 팔꿈치로 툭툭 쳤다.저를 김남준이라고 소개한 선배를 잠시 째려보던 그 선배가 헛기침을 두어 번 하고는 입을 열었다.     

     

   

   

"민윤기.3학년."     

     

   

   

아.어쩐지 생긴거랑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다.덧붙혀 성격도.윤기라는 이름의 선배가 짤막한 소개를 마치자,그 다음으로는 아까의 요란스러운 등장으로 뇌리에 강렬하게 남아있던 다른 선배가 입을 열었다.안녕!잔뜩 올라가있는 텐션으로 인해,겨우 단 두글자를 내뱉었을 뿐인데도 분위기가 벌써 산만해지는 게 느껴졌다.나머지 선배들은 익숙하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정호석이야!잘부탁한다!"     

   

"아,네."     

   

"아 맞다.참고로 나 3학년."     

   

"..네,네.     

   

   

     

왜 다들 외면했는지 알 것 같았다.방정맞은 선배는 방정맞은 표정을 하곤 방정맞은 목소리로 방정맞게 웃으며 내게 방정맞은 악수를 건넸다.나는 어색하게 미소지으며 손을 내밀었다.내 손을 확 잡아 끈 선배가 몇차례 오바스럽게 위아래로 팔을 흔들고 나서야 손을 놓아주었다.기가 반쯤 빨려나간 느낌이었다.     

   

   

     

"박지민이에요.2학년이구..반가워요."     

     

   

   

이어서 드디어 기다리던 꼬맹이의 차례가 왔다.아직도 내가 저보다 선배인 줄 아는건지,꼬맹이는 저를 존댓말로 소개했다.어쨌거나 간질간질한 그 미성을 들으니 호석이라는 선배한테 빼앗긴 기가 다시 스르륵 치유되는 기분이었다.박지민.박지민.나는 속으로 몇번이나 그 이름을 곱씹었다.박지민이라는 이 흔한 이름이 원래 이렇게도 귀여웠던가?나는 씰룩거리는 입꼬리를 진정시키려 애썼다.  

  

아니 그런데 잠깐....2학년이라고?!  

  

중학생이라고 해도 믿었을 작은 체구와 찹쌀떡같은 얼굴을 보며 나는 충격을 먹지 않을 수 없었다.동그랗게 떠진 내 눈의 의미를 알아챘는지,박지민이 멋적은 웃음을 지어보이며 말했다.놀랐죠?다들 나 1학년으로 보더라.조금 수줍음이 섞인 그 목소리에,나는 그만 심장을 부여잡을 뻔 했다.     

     

   

   

"내차례지?난 김석진이야.3학년이고,나름....이 동아리의 부장이지."     

     

   

   

저가 말하면서도 어이는 없는지,석진이라는 선배는 부장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웃음을 터뜨렸다.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박지민에게 빠져 허우적대느라 멍한 얼굴로 잠자코 있었다.크흠.부장이라는 석진선배가 헛기침을 했다.나는 그제서야 퍼뜩 정신을 차리고 선배들을 둘러봤다.귀찮다는 듯한 얼굴과 뭐든 좋으니 빨리 끝내자는 얼굴,어색하게 웃고있는 얼굴,싱글벙글 웃고있는 얼굴,그리고 기대에 찬 얼굴이 보였다.자기소개를 하라는 무언의 요구였다.나는 박지민의 눈치를 슬쩍 봤다가 입을 열었다.     

     

   

   

"오늘 전학온 김태형입니다."     

   

"3학년?"     

   

"1학년인데요."     

   

"에엑?"     

     

   

   

무덤덤한 내 답에 정작 질문한 호석선배는 얌전한데 박지민이 더 난리였다.이상한 감탄사(그마저도 귀여웠지만)를 내뱉은 박지민이 왠지 배신당한것 같다는 듯한 얼굴로 나를 흘겼다.나는 눈동자를 도르륵 굴려 시선을 피하며 딴청을 부렸다.짝.소리나게 제 손벽을 마주친 석진선배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막내가 하나 더 늘었네.태형이라고 했지?편하게 다 형이라고 불러."     

   

"네."     

   

"그리고 아까 말했듯이 우리는 이름만 퍼즐부지 딱히 활동은 하지 않,"     

   

"아오 열받아!!!!"     

   

   

     

석진선배,아니,석진이형이 친절하게도 다시 동아리에 대해 설명해 주려던 참이었다.쾅!하는 괴음과 함께 동아리 문이 부서질 듯 거칠게 열렸다.나는 폼 안나게 화들짝 놀라며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문 부술 작정이냐?돈 많으면 그러던지.벙쪄있는 내 등 뒤로 윤기형의 무뚝뚝한 목소리가 들렸다.아 짜증나 죽겠단 말이에요..!시원하게 등장하신 뉴페이스가 찡찡거리다 말고 다시 문을 쾅 닫곤 쿵쾅쿵쾅 발을 울리며 우리가 모여있는 쪽으로 다가왔다.그리곤 의자를 가지러 가기도 귀찮은지,(굳이 박지민과 내 사이의)바닥에 철푸덕 앉았다.     

     

   

   

"무슨 일 있었어?"     

     

   

   

박지민이 미소띈 얼굴로 다정하게 물으며 뉴페이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러자 뉴페이스는 덩치와 안어울리게 사투리 억양이 묻어나는 말투로 앵앵대면서 박지민의 허리를 끌어안았다.나는 잠시 움찔했지만,아무도 모르게 쉼호흡을 하고는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담임이 담배 한갑을 통째로 뺏어갔어요.시발.반성문 써서 냈으면 됐지.내가 그걸 어떻게 구한건데.뉴페이스가 짜증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콩.얌전히 들어주던 박지민이 조그만 제 주먹으로 뉴페이스의 이마에 아프긴 커녕 솜방망이보다 간지러울 꿀밤을 먹였다.담배 피지 말랬지.박지민은 나름 무섭게 보인답시고 인상을 쓴 것이었겠지만,그마저도 새끼 강아지가 왕왕 짖어대는 것 같아 귀엽기만 했다.그래.너 담배좀 그만펴.잠자코 듣고있던 호석이형이 옆에서 거들었다.그런데 어째 나머지 세 형들이 한마디도 없는걸 보니,본인들도 흡연자라서인 모양이었다.마찬가지로 흡연자인 나 또한 조용히 입을 꾹 다물었다.     

   

   

     

"어찌됐건 다 모였네.태형아 인사해.얘는 너랑 동갑.전정국이야."     

     

   

   

호석이형과 박지민의 잔소리가 어느정도 잦아들자,석진이형이 손가락으로 뉴페이스를 가리키며 말했다.뉴페이스는 석진이 형의 말을 듣고 그제서야 고갤들어 나를 바라봤다.뉴페이스의 팔은 아직도 박지민의 허리를 감싼 채였다.순간 머리 위로 빠직,화남 표시가 떠올랐다.     

     

   

   

"뭐야 얜?"     

   

"뭐야 얜 이 아니라 김태형이다.오늘 전학왔어."     

   

"아아..전정국이야."     

     

   

   

부러 무뚝뚝하게 뱉은 내 말에도 심드렁하게 대답한 전정국이 다시 박지민의 품에 파고들었다.속이 부글부글 끓었다.원래 성격 같아서는 이대로 저 얄미운 뒷통수를 잡아 창 밖으로 집어 던지고도 남았지만,아무것도 모른단 얼굴로 생글생글 웃고있는 박지민을 봐서라도 참기로 했다.     

   

그리고 새삼스레 다시한번 느꼈다.   

박지민은 웃는게 참 예뻤다.     

     

   

   

     

     

     

6.     

그날 이후,나는 이 동아리에 뼈를 묻기로 결심했다.     

   

사실 방정맞은 호석이형과 왕싸가지 전정국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그런걸 신경 쓰게 만들 겨를도 없이 박지민의 존재감이 지나치게 컸다.그의 아이같이 해맑은 미소를 보면 심장께가 간질간질했고,부드럽게 울리는 듣기좋은 미성이 귓가에 울리면 머릿속이 어질어질 했다.어쨌거나 나는 박지민이라는 존재에게 단단히 빠진 게 분명했다.     

     

     

   

   

     

     

7.     

여느 때 처럼,만사가 즐거운 호석이형과 그런 형의 개그코드를 유일하게 이해하는 박지민은 둘만의 세계에 빠져서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있었다.오늘은 웬일로 남준이형까지 가세해서 한층 더 시끄러웠다.졸려 죽겠는데 형들이라 뭐라 할 수가 없어서 얌전히 그들을 노려보고만 있던 참이었다.얌전히 만화책을 읽던 윤기형은 양쪽 귀로 빵빵하게 들려오는 하이톤의 입체 서라운드 웃음소리들이 거슬렸는지,인상을 팍 쓰고 만화책을 내려놓았다.     

     

   

   

"정호석,김남준 좀 닥쳐라."     

     

   

   

윤기형은 대놓고 박지민을 편애했다.그러나 박지민은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예뻐서 사람 환장할 눈웃음을 지으며 죄송하다고 했다.윤기형은 박지민을 빤히 바라보다 말없이 다시 만화책을 들었다.힐끔 본 윤기형의 귀가 조금 빨갰다.둘만 구박받은게 억울할 법도 한데,남준이형과 호석이형은 별 말 없이 웃고만 있었다.(박지민은 몰랐겠지만)눈에서 꿀 떨어지기 직전인 얼굴로 박지민을 바라보며 말이다.셋은 아까보다 목소리를 조금 죽인 채로 다시 저들끼리 떠들기 시작했다.     

   

박지민은 눈치가 없었다.조금 심각하게.     

     

     

     

   

   

     

8.     

동아리실에 모이면 딱히 할 일은 없었다.박지민은 자연스럽게 소파에 앉아있는 석진이형의 무릎을 베고 누웠고,그런 석진이형은 환하게 웃으며 더욱 자연스럽게 무릎을 내줬다.나는 베알이 뒤틀리는 기분이었지만 애써 티내지 않았다.슬쩍 옆을 돌아보니 전정국은 대놓고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9.     

박지민은 종종 젤리나 초콜릿 류의 (꼭 지같은)간식들을 챙겨오곤 했다.그리곤 늘 그래왔듯이 봉지를 품에 안고서 동아리실 안을 쫑쫑쫑 뛰어다니며 부원들 한명한명의 입 안에 간식을 넣어주었다.처음엔 무뚝뚝한 윤기선배가 군말없이 입을 벌리는 걸 보며 기겁을 하긴 했지만,이젠 나도 차례가 되면 자연스럽게 입술을 벌려 간식을 받아먹고 있었다.그리곤 우물우물 입안에 담긴 젤리를 씹으며 생각했다.     

   

과연 박지민의 우주최강 씹덕스러움의 끝은 어디일까,     

하고.     

     

     

     

     

   

   

10.     

요즘 나는 딱 죽을맛이었다.     

   

누구 때문에?박지민 때문에.     

   

자기전 천장에 해사하게 웃는 얼굴이 둥둥 떠다녀 밤잠을 설치는 일은 일상이 되었고,입 안에서 '박지민'이라는 세글자만 맴돌아도 심장이 고장난 듯 쉼없이 뛰어대는 건 기본에,동아리 시간이 들은 날이면 아침부터 날아갈듯 붕 떠서 세상 모든게 꽃밭으로 보이기까지 했으니 말 다했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중증을 넘어 불치병이었다.      

     

     

     

   

   

     

11.     

"오늘은 삼학년들 시험봐서 동아리 없다.이따 동아리 시간엔 자습해."     

     

   

   

조회 시간에 들어온 담임이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전하고 사라졌다.귀찮은 이동을 하지 않아도 된다며 환호하는 아이들 사이에서 나는 홀로 세상이 무너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앉아있었다.그다지 친분이 두텁지 않은 박지민을 아무런 명목도 없이 마음껏 볼 수 있는 동아리 시간은,나에게 있어 따분한 학교생활을 버티게 해준 활력소와도 같은 시간이었다.     

   

그런데 그런 시간이 사라지다니.     

   

나는 절망적인 얼굴로 머리를 쥐어뜯었다.일주일에 겨우 두시간 보는걸로는 부족해서 애가 타 짜증나 미쳐버릴 지경이었는데,그마저도 못 보게 생겼다.그렇게 생각하니 왜인지 마음이 조급해졌다.오늘 내 두 눈으로 박지민을 보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마음속에서 마구 용솟음쳤다.나는 머리를 쥐어뜯다 말고 눈동자를 바쁘게 움직이며 박지민의 반을 떠올리려 애썼다.저기..괜찮아?짝꿍이 나사 하나 빠진것 같은 내 모습에 조금 겁을 먹고는 조심스레 어깨를 흔들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3반!!!!!!!!"     

     

   

   

생각났다!나는 망설일 틈 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짝꿍이 내 돌발행동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로 자빠졌지만,그런 걸 신경쓸 여유조차 없었다.나는 그대로 반에서 뛰쳐나와 2학년 층을 향해 마구 달렸다.쿵.쿵.쿵.쿵.2학년 3반 교실이 가까워 질 수록 불규칙하게 뛰어대던 심장의 울림이 더욱 거세지는 게 느껴졌다.그리고 박지민의 교실 앞에 멈춰섰을 때,그제서야 잠시 외출해 있던 정신이 급격하게 쑥 돌아왔다.     

   

....나 지금 왜 여기에 있지?     

   

스스로 생각해도 미친 것 같았다.오늘 하루 박지민 못보면 뭐가 어떻다고.누가 죽기라도 한대?아니 그것보다,도대체 박지민이 뭔데 이렇게까지 미친듯이 뛰어온건데?복잡해진 머릿속에서 나 자신을 향한 질문들이 대답없이 흩어져 마구 뒤엉켜 섞였다.     

   

그때였다.     

     

   

   

"태형이?"     

     

   

   

터질것 같은 머릿속을 정리하려 애쓰는 와중에,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드르륵.교실 문을 마저 열고 복도로 나온 박지민이 뚜벅뚜벅 걸어와 내 앞에 섰다.박지민 특유의 샴푸향이 훅 끼쳐와서 머리가 아찔했다.심장이 다시 미친듯이 펌프질을 하기 시작했다.나는 가까스로 호흡을 고르곤 느릿하게 고개를 들었다.     

     

   

   

"태형이 맞네-"     

     

   

   

박지민이 베시시 웃으며 그 예쁜 목소리로 내 이름을 입에 담았다.퍼엉.결국 과부화 된 머리가 속에서 거대한 폭발음을 내며 모든 사고를 정지시켰다.멍청한 얼굴로 멍하니 서서 저를 바라보는 내 얼굴앞에 박지민의 작고 통통한 손이 왔다갔다거렸다.괜찮아?박지민이 걱정스레 바라보며 물었다.     

     

   

   

"....괜찮,"     

     

   

   

다고 말하려고 했다.박지민이 내 이마에 제 손을 얹지 않았더라면 말이다.갑작스레 가까워진 거리에,나는 숨을 내쉬기조차 버거웠다.그런 내 속을 알 턱이 없는 박지민은 그저 걱정을 주렁주렁 매단 눈으로 내 얼굴을 요리조리 살펴보며 사람 죽이는 데 탁월한 그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태형아 너 열나.보건실 갈래?"     

     

   

   

도리도리.나는 도저히 입술이 벌어지지 않아 열심히 고개를 저었다.정말 괜찮겠어?다시한번 묻는 목소리에 조금 더 세차게 고개를 휘저었다.열 나는데..단호한 내 반응에 딱히 어쩌지도 못하는 박지민이 입술을 삐죽이며 중얼거렸다.그리고 하필이면 이럴 때,쭈욱 튀어나온 그 새빨간 입술이 눈에 들어오고 말았다.저절로 마른 침이 꿀꺽 넘어갔다.나는 최대한 태연한 척 다른곳을 보려 노력했다.잠시 무언갈 생각하는 듯 보이던 박지민이 손바닥을 탁 치며 활짝 웃었다.     

   

   

     

"태형아,잠시만!"     

     

   

   

박지민이 쪼르르 교실 안으로 뛰어들어갔다.나는 그제서야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그러게 할말도 없으면서 어쩌자고 여길 와서 이래,이 멍청아.울상을 지으며 반복해서 마른 세수를 하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에 잠시 멈칫했다.동아리 시간이 없다는 걸 들었을땐 하늘이 무너질 것 같더니,지금은 또 날아갈 것 처럼 들떠있다.(물론 심장이 너무 뛰어서 문제이긴 하지만,어쨌든.)실소가 터져나왔다.여러모로 박지민이라는 존재가 스스로에게 참 큰 영향을 미치는구나 싶었다.     

     

   

   

"이거."     

     

   

   

교실에서 나온 박지민이 내 앞에 손바닥을 펴 보였다.작은 초콜릿 두개와 빨간색 사탕 하나.누가 우리 동아리 간식요정 아니랄까봐....나는 꾸물꾸물 올라가는 입꼬리를 딱히 감추지 않고 사탕과 초콜릿을 받아들었다.잠깐 사이에 스친 손의 촉감이 정말 상상하던대로 찹쌀떡처럼 말랑해서 기분이 좋아졌다.감사합니다.내 인사에 조금 쑥쓰러운지 박지민이 수줍게 웃었다.   

     

아,코피날뻔.     

     

   

   

"근데 왜 왔어?나 보려고?"     

     

   

   

말없이 묘한 기류가 주변에 일자,어색해진 박지민이 눈을 가늘게 뜨고 부러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순간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했다가 이내 그만두기로 했다.직접 박지민의 반까지 찾아와 보니 그제야 깨달았다.처음 한번 용기내는게 어렵지,그 다음부터는 그다지 큰 일이 아니게 된다는걸.나는 시선을 내려 박지민의 두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마주했다.그리곤 조금 상기된 볼을 한 채로 씨익 웃어보이며 말했다.     

     

   

   

"네.너 보러요."     

     

     

     

   

   

     

12.     

뭐 아무렴 어때.     

   

내가 좋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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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아유 귀여워ㅠㅠㅠㅠㅠㅠㅠ 지민이 정말 사랑둥이네 예쁜것봐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잘읽었어요!
9년 전
시월
예쁜 댓글 감사합니다'♡'!!
9년 전
삭제한 댓글
(글쓴이가 삭제한 댓글입니다)
9년 전
시월
우와아 글 잘쓴다고 칭찬받았다..;_;흑..감격스러워요ㅠㅠㅠㅠ열심히 글 쓰겠습니다ㅠㅠㅠㅠ댓글 감사합니다!!
9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9년 전
시월
헤헷 모든건 앞태도 최고 뒷태도 최고인 박지민 때문인걸로..☆★댓글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4
네. 너 보러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ㅠㅠㅠㅠ 태형아ㅠㅠㅠㅠㅠㅠ 글 진짜 너무 재밌어여ㅠㅠㅠㅠㅠ 귀여워 쥬금 독자 쥬금ㅠㅠㅠㅠㅠ 지민이 꼭 지같은 간식 들고 오는 거나 동아리에 뼈를 묻겠다는 태형이나ㅠㅠㅠㅠㅠ 구오즈는 항상 동갑이지! 했던 것이 깨졌는데 이것도 너무 좋은 것ㅠㅠㅠㅠㅠ
9년 전
시월
독자님이 재미있어 해주신다니 저는 그저 행벜..ㅇ<-<....스아실 나이를 다르게 설정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한건데 잘한것..같아요!ㅋㅋㅋㅋ댓글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5
ㅜㅜㅜㅜㅜㅜ연재글이면 더 좋겠지만 조각글로도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사랑해여ㅠㅠㅠ
9년 전
시월
제가 더 사랑합니다 독자니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댓글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6
배경색막부농부농하고글내용이랑너무잘맞는것같아요ㅠㅠㅠ빨리태형이와지미니를이어주시죠!!!@!
9년 전
시월
아쉽게도 연재물이 아니라 여기서 끄.....ㅌ.......(외면)ㅠㅠㅠㅠ뎨동합니다..흡....ㅠㅠ댓글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7
헐... 너 보러요 랑 내가 좋다는데 부분 순간 현욕...작가님...너무 달달한 것 아닙니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 박지민 겁귀 진짜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진짜 저런 사랑스러운 생명체는 대체 어디서 나온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시월
ㅠㅠㅠㅠ지미니는 만인의 사랑둥이니까요ㅠㅠㅠㅠㅠㅠㅠㅠ흑ㅜㅠㅠㅠㅠㅠ댓글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8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뷔민이라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구오즈퓨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시월
구오즈는 사랑입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댓글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9
워후 ....지민이 때매 내가 코피 흘릴 뻔 .... 글 잘 쓰시네요 저는 또 한 번 지민이 때문에 울고 갑니다 네
9년 전
시월
글 잘쓴다는 칭찬 받을때마다 부끄럽사와요 8ㅅ8 헤헷 댓글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10
오 작가님글 처음읽는데 너무 재밌어용
9년 전
시월
우왕 어서오세요 재밌다니 감사합니다..♥댓글도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11
ㅡ엉옹ㅇㅠㅠㅠㅠㅍ심장과부하가저한테도올기세네여ㅠㅠㅠㅠㅠㅠ찌미나ㅠㅠㅠ
9년 전
시월
그럼 제가 심폐소생술 해드릴ㄲ.........무리수 죄송합니당ㅋㅋㅋㅋㅋㅋ댓글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12
와우 멋있어 너이 자식
9년 전
시월
박력태형!!!ㅋㅋㅋㅋ댓글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13
헐마지막에ㅜㅜㅠㅜㅜ아 마지막 마.. (심장을부여잡고쓰러진다) ㅠㅠㅠㅠㅠㅠㅠ너보러요.. ㅠㅠㅠㅜㅠㅜㅜ아ㅠㅠㅜㅜㅜ
9년 전
시월
ㅋㅋㅋㅋㅋㅋㅋ(다가가 심폐소생술을 실행한다)댓글 감사합니다 독자님!!!!
9년 전
비회원56.142
아...너무 귀여워요ㅜㅜㅜㅜㅜㅜㅜ아ㅠㅠㅠㅠㅠㅠ
8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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