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정상은 항상 같은 꿈을 꿔 왔다. . . . 꿈의 내용인 즉슨 항상 누군가의 서글픈 울부짖음과 함께 꿈속에서의 의식이 깨는데, 등에 닿아오는 촉감이 정상이 누워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그것을 인지하자 마자 무언가로부터 심장을 뚫린 듯한 차가운 고통과 함께 환부로부터 새 흐르고 있는 혈이 느껴졌다. 곧이어 손등에 떨어지는 액체에 비가 오는가 싶었으나 그 마저도 누군가의 눈물이었고, 그 누군가의 옷차림은 마치 사극에나 나올 법한 그러한 옷이었다. 전체적인 시야는 흐리고 흐렸다, 수채화로 그린 물감에 흰색 물감을 덧칠한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옷이나 그의 옆에 떨어져 있는 수련은 선명하기 짝이 없었고, 야속하게도 그의 얼굴은 흐림 효과를 사용한 듯 이목구비 단 하나조차도 온전히 볼 수 없었다. 간혹 들리는 그의 목소리도 고장난 스피커마냥 들렸다 끊겼다를 반복했다. 꿈의 내용이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단지 정상이 알 수 있는 것은 꿈의 내용이 아주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었고, 그 꿈을 꾸고 나면 형용할 수 없는 슬픔만이 온 몸을 휘감고 돈다는 것이었다. 곧 이 알 수 없는 기분을 떨쳐내려 화장실로 향했다. 헤어밴드로 어느새 눈을 찌를 만큼이나 길게 자란 앞머리를 이마 위로 올렸다. 냉수를 틀어 얼굴에 여러 번 끼얹고는 보송보송한 새 수건을 꺼내 톡톡 두드리듯 얼굴의 물기를 닦아냈다. 길게, 그리고 지저분하게 자란 앞머리를 눈썹을 가릴 정도로만 깔끔히 손질하고 방으로 향했다. -카톡, 카톡, 카톡 방 문고리를 돌려 끼익, 열기가 무섭게 요란한 알림음이 울려댄다. 시계를 보니 아직 시계바늘의 시침은 살짝 비껴갔으나 분명 9를 가리키고 있었다. 약속도 없는 데다가 오늘은 공강일 터인데. 아침부터 무슨 바쁜 일이라도 있는 것일까, 잠금을 해제하고는 알림이 +58개나 뜬 대화방을 가볍게 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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