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와 알고 만나게 된지도 벌써 3년이 지났다. 3년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그 사이에 난 학교를 졸업했고 누나는 직장에서 이젠 꽤나 높은 자리에 앉은 커리어우먼이 되었다. 아마 그럴 것이다.
그리고 누나와 난 몇년째 별 말 없는 그냥 좋은 누나, 동생으로 지내고 있다. 그렇게라도 생각하고 싶다.
처음엔 내가 가졌던 감정과 누나의 감정이 같았다는 것이 너무 행복했고 좋았다.
그렇게 누나와 난 여느 흔한 커플들처럼 행복한 나날을 보낼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누나는 그 날 이후 며칠 후 부터는 편의점에 올 생각을 하지 않았고,
그 날 알려주었던 핸드폰 번호도 금새 다른 번호로 바꾸고 소위 말하는 '잠수' 를 타버렸다.
어느 날 바뀐 전화번호에 당황스러웠고, 매일 오던 누나가 한달 넘도록 보이지 않자 당황스러움, 걱정, 화남 등등 많은 감정이 뒤섞였다.
'내가 무언갈 잘못하고 있는건지, 내가 그냥 부담스러운 건지'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누나 집 앞으로 찾아가고 싶은 생각은 항상 머리 끝에 있었지만, 생각해보니 난 누나에 대해 아는 점이 하나 없었다.
어디에 사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누나에 대해 아무것도 아는게 없는 내가 너무 싫었다.
그렇게 3년을 흘려보냈다. 3년동안 누나를 많이 원망했다.
누나가 너무 싫어졌다. 그러면서도 많이 그리웠다. 보고싶었다.
내 입과는 달리 머리에서는 누나를 매일 기다리고 있었다.
언젠가 누나가 찾아올 것만 같았다.
그래서인지 누나가 날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편의점' 그 편의점을 그만 둘 수가 없었다.
언젠간 누나가 찾아올 거라고 믿었다. 3년동안 그랬다.
5년이든, 10년이든 누나의 얼굴을 단 한번만이라도 더 볼 수 있다면 그 편의점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렇게 3년동안 같은 자리에서 누나만 기다렸다.
내일은 누나가 오겠지. 날 찾아오겠지. 내일이 아니면 모레는 오겠지.
그렇게 누나를 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누나가 날 떠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