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픽보단 위로글입니다.
"경수야,수능은 잘 봤어?"
. 그냥저냥요. 모의고사보단 잘 나왔어요.
"잘했네, 근데 표정이 왜 그래?"
그냥요, 고대하던 수능이 끝나니까 막 허탈해요. 내가 지금 이걸 위해 몇 년을 뼈빠지게 공부했구나.
"허탈해?"
네, 많이요. 수능을 무조건 잘 본다고 좋은 걸지, 모르겠어요. 사실 수능 결과 나와도 원서는 어디다 써야 할지. 무슨 학과를 가야 할지. 전혀 모르겠거든요.
"왜?"
하고 싶은 게 없어요. 아니, 있었는데 사라졌어요. 하고 싶은 게 사라지고 나니까 공부나 잘해야지,라는 생각으로 공부만 엄청 했는데. 그게 다 뭔가 싶어서요.
"하고 싶은 건 뭐였는데?"
음악이요, 노래하는 게 좋아서. 가수하고 싶었어요. 물론 철없을 때요. 그길로 정하자고 마음먹고 나는데. 되게 불안한 거예요. 내가 외길만 바라보고 가다가 만약 안되면 어쩌지? 스물 중반이 됐는데도 그냥 연습실에서만 썩어가면, 아니 연습실도 안되면 어쩌지? 경제적 능력은 있나? 뭐 먹고살지? 이런 불안감들이 막 차올랐어요.
"그래서 포기한 거야?"
그것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음악 하려면 돈도 기본적으로 많아야 하고, 인맥도 좋아야 하는데 전 부합하는 게 없잖아요. 무작정 오디션 보러 다니다가 고등학교가 지나면 대학도 뭣도 없는데. 스무 살 돼서도 백수나 되는 게 아닌가. 그럼 지금까지 뒷바라지해준 부모님한테 더욱 미안하지 않을까.
"그래서 공부만 한 거야?"
네, 좋은 직장이라도 들어가면 부모님이 마음을 놓지 않을까. 해서 시작했는데, 막상 다 부질없는 거 같아요. 정신 차려보면 공장같은 사무실에서나 썩고 있을 것 같거든요. 그렇게 기계적으로만 살다가 죽으면 정말 인생이 의미 없어질 거 같아요.
"지금은? 수능이 끝난 지금 뭐하고 싶어?"
없어요, 딱히. 집에 가서 또 어디다 원서를 써써 좋은 대학을 갈지 고민 밖에 더 안 할 거예요.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데, 일단 하고 싶은 건 다 해야 한다고 생각해. 아직 어리잖아. 어리니까 불안한 미래에 대한 걱정보단 하고 싶은 것에 대해 더 열의를 보여할 나이야. 인생은 한 번밖에 안 살아. 그렇게 기계적으로 공부만 하다, 일만 하다가 하고 싶은 것도 못하고 끝나면 그게 너무 아깝잖아. 경제력이야 지금 당장 없어도 하고 싶은 걸 하다 보면 충분히 생길 수 있는 게 경제력이고, 가난해서 죽을 것 같으면 당장 안정을 위해 돈이 되는 일을 하겠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면 경제력은 그렇게 필요한 요소가 아니야.
그리고 아직, 하고 싶은 것을 하려는 시도도 안 했잖아. 시도도 안 해보고 물러나면 그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해. 하고 나서 후회하는 것보다, 안 하고 나서 후회하는 게 더욱 어리석다고 생각해. 그걸 하고 나서 후회하더라도 그 당시엔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이었을 테니까.
하고 싶은 걸 안 한다고 해도 너의 최선택이였고, 지금 행복하면 그건 충분히 성공한 거야. 하지만 미래에 대한 걱정보단,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맞다고 봐. 나는. "
"물론 남이 보면 미친 소리일 수도 있어. 지금 당장 먹고살기 바빠서 하고 싶은 걸 못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현실적인 안정감을 원하는 사람은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찾으려고 노력하겠지.
근데, 나는 한 번은 도전해봐야 한다고 생각해. 실패해도 그건 시간 낭비가 아닌 좋은 경험이 될 테니까. 경험을 발판삼아 다시 도전할 수 있잖아."
...좋은 말 해주셔서 고마워요.
"아냐, 아저씨랑 놀러나 가자. 기분은 풀어야지."
_
혹시 독자분들 중에 수능 치신분 계신가요. 정말 고생하셨어요. 푹 쉬셨으면 좋겠어요.
복귀하려는데 쓸 글이 생각안났거든요. 몇개 쓰고있긴 하지만 뭔가 작은 위로를 드리고 싶어 이런글로 오게 됬네요.
컾링은 없습니다. 그냥 넣을 이름이 없어 엑소 이름을 넣은것 뿐이에요.
꼭 수능뿐만 아니라, 그냥 꿈에 관한 이야기를 한번 하고싶었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험생 여러분들 모두 고생많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