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다들 얘기들은 잘 나눴지? 착한 애들이야. 조금 어색해서 뚱한 거니깐 여주 긴장 풀어!"
적막한 분위기였다. 내가 조금이라도 말을 하면 점점 싸늘해질 것 같은 기분. 어릴 때부터 분위기 파악을 질리도록 해온 터라 이런 분위기 파악 쯤은 쉬웠다. 아무 감정도 느낌도 없이 파란 하늘을 바라보던 중 회의실의 문이 열리고 프로듀서라고 소개받으신 분이 들어오셨다.
"흠. 여주 프로필이랑 경력 같은 거 잠깐 보고 오니깐 블락비 앨범에 프로듀싱을 많이 참여했네? 이번 컴백이 정규 컴백이라 준비해야 할 게 많은 거 다들 알고 있지? 혹시 여주야. 힘들지 않다면 수록곡으로 니 곡을 한 개 정도 넣어보고 싶은데 가능할까? 아. 무리였다면 거절해도 괜찮아."
곡? 내 곡?
"네. 괜찮을 것 같아요. 언제쯤까지 만들어서 보내드리면 되요?
"시간은 넉넉해. 한 2달 정도? 일찍 보내주면 나야 좋지."
"알겠습니다."
"자 그럼 이제 컴백에 관한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얘기해보자. 이번 컴백은 콘서트에서 하게 될 것 같아. 콘서트는 전부터 준비중이였으니깐 여주가 빨리 배워야 해. 안무랑 동선이랑 그런 거 빠릿빠릿 캐치해서 해야하는데...음. 세훈이랑 민석이가 여주 좀 도와줘야겠다. 안무가 쌤들한테 안무 익혀왔다고는 하는데 팀 멤버랑도 한 번씩 해봐야지 자연스럽지. 컴백 컨셉은 우리가 잡아온게 있는데 이거 어떻니? 남자가 집착하는 거야. 집착남 집착남. 요즘 대세잖아. 집착남한테 쫓기는 가련한 여인! 딱이야 딱. 사실 컨셉을 대부분 다 정해놓고 어느 정도 컴백일정도 잡아놔서 컨셉 못 바꿔~ 그래도 다들 우리 회사 믿지?"
"예, 알아서 해주세요."
"역시 우리 막내 오센! 엄청 쿨해 엄청. 다른 멤버들도 이의 없는거지? 그럼 이렇게 갈거야. 민석이랑 세훈이, 그리고 여주는 안무실로 가고 나머지 멤버들은 숙소로 가서 휴식!"
말을 마치고 나가신 프로듀서님. 생글생글 웃던 좀아까와의 분위기와는 달리 나감과 동시에 다시 싸한 기운이 스며들었다. 안다. 내가 고깝다는 것. 하지만 나도 이 일에서 물러나 줄수는 없다.
"아이씨. 야. 니 때문에 우리 쉬지도 못 하잖아."
"민폐라니깐. 민폐. 2층 안무실로 와라. 민석이 형! 같이 가요!"
툭.
중고딩들이 한다던 어깨빵을 나가고 하는 둘. 정신연령이 낮은 건가. 참으로 어른스럽지 못하네.
"저 연습하러 가보겠습니다."
연습실로 내려가자 몸을 풀고 있던 둘. 이미 사장실로 올라가기 전 몸을 풀어둔 상태라 바로 안무연습에 들어갔다. 평상시에도 연습을 많이 해왔지만 직접 남자들과 춰보니 몸의 움직임. 빠르기 등은 계속 반박자씩 느렸고 반복된 연습으로 나의 몸은 끝내 방전하고 말았다. 완벽하다 생각했는데 나의 큰 오산이었다.
"야. 니 똑바로 해. 이 따위 실력으로 새 멤버? 같잖은 소리하고 있네."
"새 멤버로 들어오면 폐는 끼치면 안되지."
"죄송합니다."
"야 우리 먼저 간다. 세훈아. 가는 길에 치킨 사가자. 종인이가 치킨 먹고 싶다네."
실력이 부족하다는 말. 폐를 끼치지 말라는 말. 처절한 굴욕감이었다. 완벽해져야 했다. 그들의 말대로 폐를 끼치는 멤버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완벽해야했다. 아니 완벽을 넘어서야 한다. 둘이 가고 나서 계속 반복연습을 했다. 한 번이라도 틀리면 다시 처음부터. 영상을 찍어보고 그들의 영상과 대조해 약간 아쉽거나 부족한 점이 있으면 다시 연습을 했다. 시간개념도 없이 연습을 하다 끝내 다리에 힘이 풀려 시계를 보니 어느새 새벽 3시 30분을 향해 있었다. 숙소 들어가서 자기에는 글렀으니 그냥 회사에서 자야겠다. 아. 어차피 숙소 들어가도 별로 반기지 않겠구나. 연습실을 나섬과 동시에 머리를 관통하는 듯한 두통이 내 머리를 찔러왔다. 또 시작인가? 약을 먹으려 했지만 생각해보니 매니저 오빠가 옮겨주신 엑소 숙소의 짐 안에 약이 들어있을 것이다. 도저히 이 두통을 가지고 잠에 들 수 없어 잠깐 나가서 걷기도 했다.
큰 길 위에 여자 혼자가 서 있다. 쇼 윈도에 비친 앙상한 여자. 바로 나였다. 내가 이 길을 선택한 이상 내 선택에 책임을 져야 했다. 나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무조건 데뷔를 해야했다. 간절하다. 누구보다 간절하다. 그들에게 보여준 나약함은 오늘이면 충분하다. 더 이상 단점을 보여주면 안 된다. 나는 더 더 완벽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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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가 끝났습니다! 분량 괜찮은가요? 나름 꽉꽉 채워본다고 썼는데 ㅎㅎ
저번 화에 댓글 이랑 신알 해주신 2분 정말 감사합니다! 애정해요 ㅋㅋㅋㅋ
아직 시리즈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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