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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KON/구준회] 마지막 로맨스 01 | 인스티즈 

  

  

마지막 로맨스 (Last ROMANCE)  

  

  

새집으로 이사오고 3일이 지나서야 해가 중천에 떠있을 때 눈을 떴다. 지난 이틀동안은 아침 일찍 울리는 알람을 꺼놓는것을 깜빡한탓에 푹 잘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자는 늦잠이 익숙하지 않아 한참을 침대에서 뒤척이다가 겨우 정신을 차리곤 기지개를 쭉 폈다. 그리고 또 한참을 눈만 빼꼼 내놓은채 멍하게 있다가 배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에 결국 벌떡 일어나버렸다. 그러고보니 이사오고나서 뭘 제대로 먹은적이 없는거같네. 하긴. 뭐 먹을게 있어야 먹지. 냉장고는 텅텅 비어있고 그 흔한 라면조차 없다. 아, 물론 라면은 되도록 먹지않아야 하지만.  

  

"장을 봐야하나."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다가 화장실로 들어가 씻었다. 아무래도 장을 봐야할것 같았다. 억지로 뭐라도 먹어야 약을 먹겠다 싶어서였다. 젖은머리를 수건으로 털다가 밀려오는 두통에 고개를 가만히 두고 꾹꾹 물기를 짰다. 격하게 머리 터는건 고쳐야겠다. 머리가 울리는 느낌은 정말로 싫으니까.  

대충 머리카락을 말리곤 편한 옷차림으로 갈아입었다. 겨우 몇분거리에 있는 마트에 가는거니까 꾸밀 필요는 없었다.   

  

마당을 가로질러 하얀 대문을 열고 나서는 길의 공기는 꽤 차가웠다. 어느 새 겨울이 성큼 다가와버렸다. 기적이 일어나지않는 이상 아마 내가 보내는 마지막 겨울이 되겠지. 괜히 코끝이 찡했다. 필요이상으로 감성적인 생각이었다.  

  

-  

  

"음. 뭘 먹어야 되지."  

  

막상 마트에 오니 뭘 사야할지 잘 모르겠다. 늘 3분요리같은 인스턴트만 먹다보니 무언가를 만들어 먹었던게 꽤 오래됐다. 의사쌤이 건강하게 먹으랬는데. 풀만 뜯어야하나.  

아무 생각없이 마트를 몇바퀴 돌다 무턱대고 두부를 골라잡았다. 풀떼기보단 두부가 그나마 맛있을것같았다. 그리고 또 뭘 사야하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않는 장보기에 결국 꺼내든것은 스마트폰이었다. 초록창을 켜고 이것저것 입력해서 검색해보니 온통 초록색천지다. 진짜 풀만 뜯게 생겼네.  

  

"아!"  

"앞 좀 보고 다니시죠."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폰에 정신이 팔려 앞에 사람이 있는걸 보지 못했다. 앞에 서있던 사람의 등을 그대로 박아버렸고 깜짝 놀란 나는 멍청한 소리를 냈다. 날카로운 눈을 한 남자도 놀랐는지 뒤를 돌아봤고 이내 차가운 목소리로 앞 좀 보고 다니라는 말을 남겼다. 나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는 말을 여러차례 했고 서둘러 휴대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남자를 지나치려는데 남자의 장바구니에 가득한 3분요리들이 눈에 들어왔다. 내 장바구니도 늘 저랬었는데. 잠시 남자에게서 동질감을 느꼈다. 그러다 자신의 장바구니를 쳐다보던 내 시선을 느꼈는지 남자는 다시 내게 날카로운 눈을 보였고 나는 휙 뒤돌아버렸다. 그리곤 앞에 있던 상추를 급하게 집어들었다.   

아, 민망해. 괜히 장보러 나왔나.  

  

다행히도 남자가 먼저 자리를 피했고 나도 멈췄던 장보기를 계속 했다. 인스턴트는 찾아볼수도 없는 장바구니에 괜히 한숨이 나왔다. 이것들로 뭘 해먹어야하지. 그 고민은 마트를 나설때도 계속 되었다. 전에 살던 월세집 주인 아주머니가 된장이나 김치같은것을 좀 주셨는데 그걸로 된장찌개를 끓여먹을까. 전에는 할 필요도 없던 고민때문에 쓸데없이 고민이 많아진다.   

  

"아!"  

"뭐에요."  

"아, 그게 제가 생각할게 많아서.. 아니 그게 아니고 죄송합니다."  

  

고민이 문제였다. 김치찌개를 먹을까 된장찌개를 먹을까 따위의 쓸데없는 고민을 하다가 또 앞에 가던 사람의 등을 박아버렸다. 그런데 이게 왠걸. 아까 마트에서 부딪힌 남자였다. 불쾌한듯 날 내려보는 남자에 나는 변명을 늘어놓다가 사과가 먼저라는 생각에 급하게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아 진짜 오늘 왜 이러지.  

  

"일부러 부딪히는거에요?"  

"그건 정말 아니에요! 진짜 실수에요. 진짜로."  

"앞 좀 보고 다니세요. 제발."  

"네.. 죄송합니다."  

  

까칠한 말투에 움츠러들었다. 처음이야 실수라고 생각하겠지만 두번째는 좀.. 심지어 아까와 똑같은 상황이다. 당연히 기분이 나쁘겠지. 앞 좀 보고 다니라는 말뒤로 붙은 제발이라는 말의 악센트가 특히 강했다. 스타카토가 붙은것같았다. 아까와 같은 날카로운 눈은 날 위아래로 훑더니 한숨을 쉬곤 손에 들고있던 장바구니를 고쳐잡았다. 겉으로 봐도 역시 인스턴트들 뿐이었다.  

  

"저기, 인스턴트 많이 드시지마세요."  

"네?"  

"그, 인스턴트 많이 드시지마시라구요. 건강이 최고에요."  

"은근히 오지랖이 넓으시네요."  

"아...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미쳤나봐, 진짜. 갑자기 왜 오지랖이지? 멍하게 남자의 장바구니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나온말이었다. 속으로만 생각한다는게 입밖으로 나와버렸나보다. 그 덕에 남자의 표정은 더 찌푸려졌고 날카로운 눈은 더 날이 섰다. 나는 서둘러 죄송하다며 고개를 몇번이고 숙였다. 그리곤 빠른걸음으로 남자를 지나쳤다. 그런 나를 보던 남자도 걸어오기 시작했고 나는 창피한 마음에 얼른 대문을 열고는 마당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옆집의 대문 역시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옆집과 우리집 사이의 낮은담 위로 그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응? 옆집에 사는 이웃사촌인거야? 헐.  

자신의 집마당을 가로질러 가던 남자도 나를 본건지 내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이내 허-하고 바람 빠진 헛웃음을 지었다. 역시. 오늘 장을 보러 나가는게 아니었는데.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시선을 내리깔았고 도어락 비밀번호를 풀기위해 문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웃사촌이네요, 우리."  

  

-  

아직 세드엔딩일지 해피엔딩일지는 잘 모르겠어요!  

사실 2가지 버전의 엔딩을 모두 생각한터라...ㅎㅎ  

아! 그리고 저의 문체가 너무 지루하다 하시는 독자님들은 단호박처럼 지적해주세요.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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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37.182
이제둘이 엮여지는건가요ㅠㅠㅠㅠㅠ
저는 해피엔딩이였으면..ㅎ
다음편빨리보고싶어요 ^♥^

9년 전
달달로망
첫댓글!!! 감사합니다 :-) 해피엔딩..일까요? 흐흐 최대한 빨리 써서 오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9년 전
독자1
ㅠㅠㅠㅠㅠㅠㅠ죠아여 좋습니다ㅜㅠ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달달로망
저도 독자님이 매우매우 좋습니다ㅠㅠㅠ 댓글 감사해요 :-)
9년 전
비회원124.195
글 취향저격이에여...ㅠㅠㅠㅠㅠㅠㅠ 전 세드나 해피 둘다 괜찮슴다 여기선 세드를 한번도 안봐서 새로울것 같기도 하구요.. 아무튼 담편 기대할게요♥0♥
9년 전
달달로망
저도 그 생각을 했었는데! 독자님 저랑 통하셨네요!! 세드엔딩의 글이 별로 없다는걸 생각하니 세드가 좋을까 싶기도 하구요.. 앞으로 전개하면서 좀 더 고민해봐야겠어요! 댓글 감사합니다 :-)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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