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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KON/구준회] 마지막 로맨스 03 | 인스티즈 

  

  

마지막 로맨스 (Last ROMANCE)  

  

  

"왜 그렇게 서럽게 울어요."  

  

낮지만 듣기 좋은 잔잔한 목소리. 이웃사촌이라고 얘기하던 그때의 목소리보다 더 진지함이 담긴 목소리였다. 여전히 나는 코를 훌쩍이고 있었지만 울음은 멎었다.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옆집남자의 노래가 괜찮다고 다독여주는 느낌이었다.  

  

"...왜 우는걸 엿들어요."  

"다 들리게 엉엉 운게 누구더라."  

"그게.. 거기까지 들렸어요?"  

"보시다시피 담도 낮고 집도 바로 옆이잖아요."  

"창피하게..."  

"창피한건 알아서 다행이네요. 그럼 지금 그쪽 눈 팬더된것도 알아요?"  

  

남자의 말에 슬쩍 눈가를 만지니 검은눈물이 묻어나온다. 마스카라가 번진건 알았지만 펑펑 울고나니 아예 눈화장이 다 번져버렸나보다. 나는 서둘러 눈을 가리고는 그저 입술만 깨물었다. 가뜩이나 처음 봤을때도 난감한 상황이었는데 이건 또 무슨 상황인지.   

  

"스타킹에 구멍난것도 알아요? 무릎이 휑한데."  

"....알아요."  

  

눈을 가리고 남은 다른손으로는 재빨리 무릎을 가렸다. 그 덕에 앉지도, 일어서지도 않은 어쩡쩡한 자세가 되어버렸다. 왜 자꾸 이 남자를 볼때마다 난감한 상황의 연속이지. 물론 몇번 보지도않은 사람이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한 상황인거잖아. 앞으로 계속 보게될지도 모르는 옆집사람인데.  

  

"그렇게 가리지않아도 되요. 이미 다 봤는데."  

"오늘 본건 잊어요."  

"잊기엔 너무 강렬한 인상이라.."  

"장난치지말구요."  

"알겠어요. 잊을게요. 난 오늘 아무것도 못 봤어요. 됐죠?"  

"...근데 왜 자꾸 웃어요."  

"아, 기분 나빴으면 미안해요. 그냥 웃은거에요. 나쁜의도는 하나도 없었어요."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남자의 얼굴엔 웃음이 서려있었다. 슬핏슬핏 웃는게 지금 내 모습을 보고 비웃는것같아 왜 자꾸 웃냐고 물으니 그냥이란다. 나쁜의도는 하나도 없단다. 근데 왜 나는 자꾸 기분이 나쁜걸까. 어쩡쩡한 자세로 서있는게 힘들어 결국엔 눈가에 있던 손을 내리고 무릎을 가리던 손을 치워버렸다. 그런 나를 보고 또 웃는 남자. 처음 볼땐 날카로운 눈으로 나를 보는통에 인상이 참 무서웠는데 또 이렇게 보니 순둥이같다. 잔잔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모습과 잘 어울린다.  

  

"그리고 노래 고마웠어요. 나한테 불러준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좀 진정이 된건 사실이니까."  

"그쪽한테 불러준거 맞아요. 너무 서럽게 우는데 보기 안쓰러워서 위로라도 될까 싶었는데. 다행이네요."  

  

너무나도 따뜻한 위로였다. 내 눈을 맞춰오며 얘기하는 남자의 말에 다시 한번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그리고 정적. 담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자리가 어색해짐을 느껴 나는 그만 가보겠다는 인사를 하곤 뒤돌아섰다. 그러자 뒤에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  

  

"나는 준회에요. 구준회. 옆집에 사는데 이름 정도는 알아두는게 나을것같아서."  

"아, 저는 ㅇㅇㅇ이에요."  

  

구준회. 남자의 이름은 구준회였다. 나는 어쩐지 옆집남자와 자주 볼것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  

  

"벌써 2주가 지났네."  

  

시한부선고를 받은 지 벌써 2주일째. 놀이동산을 간 이후로 외출은 없었다. 생활패턴은 언제나 똑같다. 해가 중천에 뜰 때쯤 일어나 대충 밥을 먹고 약을 먹는다. 그리고 여태껏 밀린 드라마들과 영화들을 본 후 다시 약을 먹는다. 약을 먹는것만으로도 충분히 배부를만큼 많은양의 알약들이다. 그렇게 저녁이 오면 마당에 나가 잠시 바깥공기를 마신다. 집을 벗어나지 못한 채 2주가 지났다.  

솔직히 말하면 놀이동산 이후로 두려워졌다. 갑자기 쓰러지면 어떡하나 하는 조바심과 자꾸만 약해지는 내 모습이 보기 안쓰러워서.   

  

"얼굴 한번 보기 힘드네요."  

  

평소와 똑같이 저녁이 오자마자 마당에 나와 밤공기를 마시고 있을때였다. 옆집남자의 목소리가 들렸고 고개를 돌리니 위로의 노래를 들려주던 때 처럼 담 앞에 서있는 남자가 보였다. 구준회라고 했던가.   

  

"맨날 집에만 있는거에요?"  

"네, 뭐.."  

"안 심심해요? 집에만 있는거."  

"별로.."  

"지금 어색하죠? 내가 막 이렇게 말 거니까."  

"아... 조금."  

  

생각보다 남자의 화법은 솔직하고 또 직설적이었다. 남자와 나의 첫만남이 그리 유쾌한 상황이 아니었던지라 더 어색했었는데 왜 자꾸 나에게 말을 거는지. 나는 남자의 눈을 보지 못한 채 발끝으로 괜히 잔디만 툭툭 쳐댔다.   

그런 내앞으로 뭔가가 훅-하고 다가왔다. 놀란 마음을 부여잡으며 고개를 드니 옆집남자였다. 낮은담을 훌쩍 넘어오더니 내앞에 섰다. 이..이건 주거침입죄인데.  

  

"뭐..뭐에요?"  

"너무 멀찍이 있어서 뭐라고 하는지 잘 안 들려서요."  

"그런다고 이렇게 막 넘어와도 되요?"  

"안되면 다시 넘어갈까요?"  

"아니.. 그것도 이상한데..."  

"그럼 여기 있어야겠네요."  

  

이 집 마당이 더 넓은거같네. 남자는 태연하게 내 집 마당을 둘러보며 여기저기 구경을 한다. 나는 조금 얼떨떨한 기분이었다. 날카로운 눈을 하던 첫만남과는 다르게 남자는 능청스럽고 할말은 직설적으로 하는 화끈한 성격이었다. 첫인상과 다른 성격에 의외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이게 남자와 더 잘 어울리는것같다고 느꼈다.   

  

"나이가 어떻게 되요?"  

"저요? 저는 스물셋인데.."  

"어, 동갑이다! 말 놔도 되요?"  

"아.. 뭐, 상관은 없는데."  

"그럼 말 놓자. 너도 편하게 해."  

"그래요. 아니.. 그래."  

  

남자에게 끌려가는 기분이다. 순식간에 말까지 놔버렸다. 얼마나 봤다고 아까의 어색함은 온데간데 없고 이제는 편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이상해. 기분이 좀. 저번에 위로의 노래부터 오늘 담을 넘은것까지. 겨우 몇번 본것치고는 너무 순식간에 가까워지려 한다. 사실은 이런게 전혀 없던 경험이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바쁘게 살기만 한터라 누군가와 관계를 만들어가는것이 익숙하지 않다.   

  

"근데 있잖아. 왜 자꾸 나한테 말 걸고 그러는거에요?"  

"말 편하게 하라니까."  

"아 맞다. 왜 자꾸 나한테 말 걸고 막 이러는거야?"  

"그냥. 이웃이라서."  

"이웃치고는 너무 과한거 아닌가.."  

  

용기내서 물었다. 왜 나에게 이러는건지. 돌아오는 대답은 허무했다. 단지 이웃이라서? 그건 너무 터무니도 없는 말같잖아. 요즘 어떤 이웃이 담을 넘고 노래를 불러주는거지. 나는 조심스레 너무 과한거 아닌가 라며 속으로 말을 삼켰다. 이상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솔직히 말해줄까?"  

"응?"  

"나, 너한테 관심이 생겼어."  

  

그리고 그 이상함은 설렘으로 변할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  

너무 오랜만이죠ㅠㅠ 글은 자꾸 산으로 가는 기분ㅠㅠ  

더 노력하겠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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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ㅠㅠㅠㅠㅠ주네의관심 ㅠㅠㅠ 여주랑주네가 행복하길 ㅠㅠㅠㅠㅠㅠㅠ
9년 전
달달로망
첫댓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도 너무너무 고마워요! :-)
9년 전
독자2
오오오 재밋어요ㅎㅎ 잘 보고갑니담 신알신도 하고갈게요 !!
9년 전
달달로망
우왕 신알신!!! 감사합니다ㅠㅠ 댓글도 감사합니다 :-)
9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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