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호오오
안녕하세요 여러분!
나름 금방 왔네요 ㅠㅠ
아 이거 일찍 완결 지으려고 했는데
역시나 일찍은 안되는구먼요
혼자만의 외로운 리그를 하는 자들 |
분홍빛으로 가득한 거리는 초록색으로 물들어갔다. 점점 더 더워지는 것을 느끼며 성규는 들고 있던 전공책을 벤치 옆에 내려놓고는 어깨를 주물렀다. 멍하니 벤치에 앉아서 캠퍼스를 보고 있자니 새삼스러운 기분이 든다. 어딜 가 있지? 공강 시간이라 할 일이 없다. 차라리 뭔가 할 게 있으면 좋을텐데. 조금 불만스런 기분이 든다. 성규는 입술을 씰룩였다. 정말로 무언가 할 일이 필요하다. 막 헤집어지는 머릿속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면. 성규는 고개를 숙였다. 양 손으로 얼굴을 감싼 성규는 “후.”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잔뜩 일그러진 얼굴이다. 누가 보면 무슨 괴로운 일이 있냐고 조심스럽게 물을 정도였다. 확실히, 문제는 있었다. 성규는 그 때의 일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한숨을 내뱉었다. 그 때의 일. 그래, 그 때의 일. 조심히 과거를 되짚어도 역시나 얼굴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남자 고백에? 확실히 잘 난 얼굴이기도 하고, 인기도 많을 법하게 생겼지만 그건 여성 한정이다. 성규 같은 동성에게는 통하지 않을……. 그래, 통하지 않는. 보통의 남자라면 어땠을까? 우현의 고백을 듣고는 얼굴을 차갑게 굳혔을까? 아니면 쌍욕을 내뱉고는 벌떡 일어나 화를 냈을까. 그렇지 않다면, 물컵이라도 뿌렸을까. 머릿속에는 이미 자신이 생각한 데로 몸이 움직이고 있었다. 원래 굳은 얼굴이지만 표정이 짜부라졌다. 또 상상 속의 성규는 우현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우현에게 ‘여기서 끝내자.’라며 일축하고 까페를 벗어나고 있다. 상상에서만. 성규의 입꼬리가 쓸쓸하게 올라갔다. 하지만 현실은 어땠는가. 우현의 단도진입적인 페이스에 밀려 입만 달싹였을 뿐이다. 답? 예, 아니오로만 대답하면 됐을텐데. 애매모호하게 잘 모르겠다는 답을 하고 말했다. 우현의 표정은 씁쓸했지만 그렇다고 슬픈 표정은 아니였다. 모르니까. 제 감정을 모르겠으니까. 희망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상황. 바보 같아. 성규는 입술을 오물거렸다. 제대로 답을 했어야 했는데. 과거로 돌아가 과거의 성규에게 한 마디 하고 싶었다. 근데, 무슨 답으로? 예, 아니오? “……그걸 모르겠다는 건데.” 가슴이 콱 막힌 기분이다. 고개를 더욱 숙이자 목이 뻐근하게 느껴졌다. 멍하니 발치를 응시하고 있을 때, 발등 위로 그림자가 졌다. “뭘 모르겠다는 건데요?” “으?” 고개를 홱 들자 무표정한 호원이 서 있었다. 깜짝 놀랐다. 정말 깜짝 놀라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이 놈의 몸은 덤덤하게 반응 해 온다. 진짜 표현력 한 번 떨어진다고 생각하며 성규는 가슴께에 손을 올렸다. “아, 안녕.” 놀라서 말이 버벅거린다. 바보 같아. 혀라도 깨물고 싶은 심정을 느끼며 성규는 호원을 힐끗 바라봤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위아래도 없을 것 같은 분위기를 갖고 있음에도 인사를 한다. 이호원은 예의 바르다. 하지만 무섭다. 성규는 눈을 깜박이며 호원을 쳐다봤다. 호원도 가만히 성규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서로 원래 말이 없다시피한 성격이여선지 더 이상 말이 이어지지 않는다. 어떡하지? 성규가 속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 메고 있는 가방끈을 느슨하게 잡은 호원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고민 있어 보이네요.” 높낮이가 없는 어조를 들으며 성규는 어색하게 시선을 돌렸다. “고민 같은 거 없어.” “네.” 바로 돌아오는 대답에 성규는 호원을 힐긋 바라봤다. 관심도 없어 보인다는 표정이다. 하긴, 호원이 말을 걸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따름이다. 동우라면 또 모를까. 아, 동우. 성규는 작게 입을 벌렸다. “있잖아.”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린 성규가 조심히 말했다.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하지만, 성규의 벤치 옆에 앉아줌으로써 얘기를 듣고 있다는 걸 표현해주고 있었다. “만약에, 동우가 어떤 남자한테 고백 받으면 어떻게 할 거야?” “……네?” 대답이 느렸다. 3초간의 정막을 분명히 느꼈다. 이상한 감정을 느끼며 시선을 돌려 호원을 쳐다보자 호원은 미간을 좁히고 있었다. 왜, 왜? 성규는 안 그래도 작은 눈을 크게 떠보였다. “누구한테 고백 받았다고요?” 묘하게 낮아진 목소리를 들으며 성규는 손을 저었다. “아니, 만약에.” 만약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며 말하자 호원의 표정이 풀어졌다. 무섭게. 괜히 물어보는 게 아닐까? 성규는 입술을 한 번 깨물었다. “만약이여도 썩 좋은 건 아니네요. 동우 형이 남자한테 고백을 받다니.” “도, 동성은 좀 그런가?” 성규가 조심히 묻자 호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여자도 경계해야 할 판에 남자도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니 조금 한숨이 나와서요.” 덤덤히 말하는 호원을 보며 성규는 멍한 기분을 느꼈다. “뭐?” 바보 같이 입을 벌렸지만 차마 말이 나오지 않았다. 방금 내가 무슨 얘기를 들은거지? 성규는 눈썹을 사악 올렸다. 호원이 고개를 돌려 성규를 응시했다.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거예요?” 빙빙 도는 성규를 다시 현실로 끌어 낸 호원이 조금 불편하단 표정을 짓고 있었다. 멀거니 호원을 바라보던 성규는 낮게 탄성을 내뱉었다. “동우는 평범한 남자일 뿐이고, 남자한테 고백을 받으리란 생각을 하지 못했어. 근데 받았어. 이제까지 동성 연애에 대해선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는데 말이야.” 얘기를 하는 와중에도 우현이 떠오른다. 성규는 조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기분이 나쁘지 않다면 받아들여도 괜찮겠네요.” “더럽잖아요.”라던가 “동성 연애는 좀.”이라며 미간을 찌푸릴 반응을 생각했던 성규는 놀란 표정으로 호원을 바라봤다. 덤덤한 표정이지만 호원은 무언가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물론 부모님한테는 죄송스럽긴 하죠. 자랑스럽게 여자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더구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동성 연애는 이상한 시선이 가기도 하고, 불편한 감정도 겉으로 내보이기도 하니까요.” 무의식적으로 벤치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긴 호원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 “하지만 싫지 않다면……, 사귀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뒤늦게 “저라면.”이라는 말을 내뱉은 호원이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웃는 게 어색한 것처럼 삐뚜름히 미소를 지은 호원이 이내 주먹을 쥐었다. “곧 강의 시작이에요.” 그 말과 함께 일어난 호원이 다시 가방끈을 꽉 잡았다. 아직 앉아 있는 성규에게 목례를 한 호원이 몸을 돌려 걷기 시작했다. 멍하니 호원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성규는 이내 퍼뜩 정신 차리며 몸을 일으켰다. “저기!” 성규의 외침에 호원이 우뚝 멈췄다. 무슨 일이냐는 표정을 짓고 있는 호원을 보며 성규는 머뭇거리다가 이내 결심한 표정을 지었다. “네 이야기야?”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라고 하기에는 그의 어조에서 씁쓸함과 안타까움 등등 여러가지 감정이 어우러져 있었다. 그냥 생각하는데로 내뱉기에는 너무나 가깝고도 애절한 느낌. 정말이라면? 괜히 질문했나? 찔끔한 표정을 지은 성규가 밑을 바라보다가 슬쩍 호원을 쳐다봤다. 아아. 성규는 작게 입을 벌렸다. “누구한테 털어놓는 거, 좋네요.” 아까와는 다른 편안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는 비밀.” 검지손가락을 들어올려 입가에 가까이했다. 그런 호원을 보며 성규는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무섭기도 하고, 어렵게까지 느껴지던 호원을 떠올리며 성규는 조금 풀어지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호원이 대단하고도 느껴졌다. 으음, 호원도 사람이였구나. 볼펜 뚜껑을 닫으며 생각한 성규는 작게 웃었다. 호원이 말한 그 사람이라면……. “서엉규우!” “혼자 웃고 있는 음침한 김성규 씨!” 쾌활한 외침과 동시에 팔로 목을 죄여온다. 저도 모르게 윽, 소리를 낸 성규가 동우의 팔을 찰싹 쳤다. “성규야, 오늘 어디 약속 없지?” 뺨에 닿은 머리카락이 부슬부슬 간지럽다. 살짝 머리색깔이 빠진 푸른 정수리를 보며 성규는 작게 대답했다. “응.” 그 대답에 동우가 눈을 활짝 구부렸다. “오랜만에 우리끼리 놀자. 밥! 밥!” 승낙하지 않으면 절대로 놓지 않을 것 같은 동우를 보며 성규는 힘 빠진 미소를 쌕 내비쳤다. 그러고보니 요새 동우와 놀아 본 적이 없다. 서로 여러의미로 바쁘다보니. 가벼운 기분을 느끼며 성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좋아.” 흥이 난 듯 혼자 고개를 주억거리는 동우를 보며 웃던 성규는 동우 어깨너머로 보이는 호원에 올라갔던 입꼬리를 밑으로 내렸다. 문득, 아까 했던 호원의 말이 떠올라버렸다. “여자도 경계해야 할 판에 남자도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자니 조금 한숨이 나와서요.” 정말로 한숨이 나올 것 같은 표정. 성규는 입을 안으로 오무렸다. “나도 경계하고 있어?” 서리가 보이는 호원에게 성규는 조심스럽게 묻고 싶었다. 새삼 후배가 무섭게 느껴졌다. |
호원이랑 우현이의 외로운 리그..
잊지마여 여러분
우현이와 성규의 포지션은 찌질함이라는 거 ㅎ_ㅎ♥..